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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내가 만드는 길 [No.227]

글 |안세영 사진 |이야기(일러스트레이터) 2023-08-21 1,113

EPILOGUE는 배우가 상상한 결말 이후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코너이다. 
이 글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에서 진 역을 맡은 이아진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조선 백성 누구나 자유롭게 시조를 읊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온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고 싶은 골빈당 식구들에게

 

기별이 늦어 서운하셨지요? 그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골빈당의 명성이 조선 팔도에 자자한 덕에 이곳에서도 모두의 소식을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답니다. 온통 흐뭇한 소식뿐이라 떠나온 제 마음도 가볍습니다. 제가 아버지와 함께 유배길에 오르지 않도록 모두가 나서 제 편을 들어주셨던 일은 지금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저만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처음 아버지의 눈을 피해 담장을 넘었을 때처럼, 도성을 벗어난 지금 제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는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정말이지 이 조선 땅에는 해야 할 이야기, 들어야 할 목소리가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요. 요즘 저는 이곳 사람들에게 글을 알려주고 함께 시조를 읊으며 살고 있습니다. 국봉관 제일 시조꾼 진이가 어디 가겠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이 진이의 제자들이 다음 조선시조자랑에서 골빈당의 명성을 위협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하하! 지금처럼 우리의 신조를 잊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또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오겠지요. 그러니 너무 섭섭해들 마세요. 백성들의 시조를 금지하고 철문처럼 마음을 닫았던 아버지 역시 자유로운 백성들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으신 모양입니다. 언젠가는 아버지도 잘못을 깨닫고 백성들과 함께 시조를 하며 어우러질 날이 오기를 그려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7호 2023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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