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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갈 곳 잃은 소품들, 다시 쓸모를 찾다…서울문화재단 <리스테이지 서울>

글 |이솔희 사진 |서울문화재단 2024-06-05 4,389

공연이 막을 내리면, 무대 위 각양각색의 소품들은 어디로 갈까? 갈 곳 잃고 버려지기 십상이었던 소품들에게 새로운 쓸모를 부여해 주는 플랫폼이 서울문화재단의 지휘하에 운영 중이다. <리스테이지 서울>이다.

 

<리스테이지 서울>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연 물품 재사용 플랫폼이다. 공연이 끝난 후 장기간 보관이 어렵거나, 다시 사용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던 물품을 재사용해 ‘지속 가능한 예술’에 기여한다. 공연 물품의 순환을 통해 공연 폐기물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공연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공연예술인들이 공연 물품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비용 절감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스테이지 서울>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위탁과 대여, 그리고 거래다. 위탁 서비스는 공연에 사용된 물품을 무료로 위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유한 물품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리스테이지 서울>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관리자의 승인을 거친 후 물품을 맡길 수 있다.

 

 

<리스테이지 서울>의 물품 보관 창고는 현재 성수동에 자리 잡고 있다. 약 45평 규모로, 물품을 최적의 환경에서 보관하기 위해 창고 내 온도와 습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물품은 카테고리별로 분류한 뒤 바코드를 부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품의 세탁 및 세척도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의상 및 소품 3천여 점을 보관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위탁 물품이 약 4천 점으로 늘었다. 지난 3월 극단 학전이 폐관하며 전해주고 간 물품만 600여 점에 달하는 덕분이다. 공연에서 흔히 사용되는 식기류 등 주방 잡화와 셔츠, 청바지 등 현대극 의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 창고는 오는 7월 성북구 동소문동에 조성되는 서울연극창작센터로 확장 이전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대여 서비스는 사전 예약으로 진행된다. 이용자가 <리스테이지 서울> 홈페이지에서 위탁 중인 물품을 확인하고, 사용하고 싶은 물품을 선택해 예약한 뒤 오프라인 창고에서 물품을 수령해 사용하면 된다. 공연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지만 그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대학 입시나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 지망생에게도 이용의 문이 열려 있다. 수익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에 기여하기 위한 공익 목적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대여료는 물품 가액의 1.5~5%로 저렴하고, 무료 대여 물품도 찾아볼 수 있다. 참여 단체의 성격에 따라 <리스테이지 서울>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는데, 파트너십을 체결한 단체에게는 대여료 할인 혹은 무료 대여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여료는 전액 서울시로 귀속된다. 시대극에서 사용하는 의상이나 빈티지 가방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품이 애용된다.

 

 

거래 서비스는 ‘Re: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리스테이지 서울> 이용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물품을 자유롭게 판매, 대여, 나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온라인상의 중고 거래와 같은 방식이지만, 공연 물품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층 효율적이다.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이기에 관리자가 개입하지는 않지만 수시 모니터링을 통해 공연과 관련 없는 물품 등 이용 약관을 위반한 물품이 업로드 될 경우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리스테이지 서울>은 지난해 5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12월 정식 오픈했다. 본격적으로 플랫폼 운영을 시작한 지 반년, 현재 <리스테이지 서울> 홈페이지 가입자 수는 약 200명이다. 아직 운영 초기인 만큼 많은 이들이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위탁 1,100건, 대여 600건 정도로 꽤 많은 이용이 이루어졌다. 한 번 <리스테이지 서울>을 경험해 본 이들이 그 편의성에 이끌려 다시 찾는다는 의미다. 서울문화재단 무대기자재공유센터의 김유리 주임은 “물품 대여 업체는 적지 않지만, <리스테이지 서울>처럼 온라인으로 물품 조회 및 대여 예약이 가능하고, 저렴한 대여료임에도 불구하고 물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은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이용자분들이 편리하다고 말씀해 주신다”고 실제 이용자들의 소감을 전했다.

 

 

서울문화재단은 <리스테이지 서울>을 통해 ‘자발적 공유 문화’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김유리 주임은 “물품 재사용 문화가 공연예술계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날까지 <리스테이지 서울>을 꾸준히 알릴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리스테이지 서울>이라는 일종의 결과물 그 자체보다는 ‘공연 물품의 재사용을 통한 순환’이라는 과정을 널리 공유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연 물품 재사용 플랫폼을 넘어, 공연예술계의 친환경 플랫폼으로 방향성을 확장하는 것이 <리스테이지 서울>의 목표다. 자원 순환 및 환경 보호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추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기후 문해력 교육 등 친환경 관련 체험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고안 중이다. 김유리 주임은 “서울문화재단이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그 기조에 걸맞은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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