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더 펜>은 자신의 이야기를 되찾고 싶은 소설가 엠마, 스스로 원하는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화가 제인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다. 지난 4월 세상에 처음 공개된 창작 초연 뮤지컬이자, 배우 제이민이 프로듀서로서 제작에 나선 첫 번째 작품이다. 엠마와 제인이 서로의 글과 그림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갔듯, 제이민을 필두로, 그를 향한 믿음으로 모인 6명의 배우가 힘을 합쳐 <더 펜>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프로듀서 제이민(오지민)과 엠마 역의 문진아, 랑연, 임예진, 제인 역의 장보람, 최수현, 정단비를 만났다.
촬영을 하는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더라고요. 일곱 분은 어떻게 <더 펜>이라는 작품으로 모이게 되었나요? 프로듀서로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들을 섭외했는지, 배우분들은 작품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보람 지민 언니가 대본을 먼저 보내줬어요. 그때는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읽다 보니 두 인물 모두에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결핍을 바라봐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아름다웠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를 돌아봤을 때 저는 엠마의 이미지에 가깝지만, 사실 실제 제 성격은 제인과 닮았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제인의 면모를 무대에 올리면 예쁠 것 같다고 프로듀서님이 제안해 주셔서, 제인 역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임예진 저도 지민 언니가 연락을 주셔서 대본을 먼저 읽었어요. 배우도 일종의 창작을 하는 직업이잖아요. 분야는 다르지만, 제인과 엠마도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문진아 프로듀서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여성 2인극이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려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엠마 역할로 제안을 받아 대본을 읽었는데, 그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와닿았어요. 무엇보다 여성 2인극, 서로가 서로를 온전하게 바라보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2인극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최수현 '제이민 언니 프로듀서님'(웃음)을 <하트셉수트>라는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언니가 작품을 제작할 계획인데, 제인이라는 역할이 너랑 되게 닮았다고,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도 보람 언니처럼 그간 해왔던 역할이 약간은 거친 면모가 많았는데, 제인은 정반대의 캐릭터거든요. '언니 프로듀서님'이 제가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정단비 사실 저는 이 작품의 누구와도 인연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셨는지(웃음) 저에게 출연 제안 연락을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에 바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프로듀서님을 비롯해 창작진분들, 배우분들 모두 너무너무 만나보고 싶고, 작업해 보고 싶은 분들이셨고요. 그리고 저 역시 여성 2인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그 후 대본을 읽어봤는데, 두 사람 사이의 마음, 갈등, 사랑이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처음 읽은 후부터는 '빨리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제이민 제인 역할은 떠오르는, 반짝반짝한 배우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합한 배우를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들었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도 정말 많이 찾아봤죠. 그러다가 어떤 공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한 배우가 노래 부르는 걸 보는 순간 '이 배우 누구예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게 정단비 배우였어요. 그렇게 바로 연락을 드렸죠.
랑연 저도 지민이가 '언니 나 공연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언니랑 잘 어울릴 것 같아. 같이 할래?'라고 묻길래 바로 '그래'라고 대답했어요. 그게 끝이었어요. (웃음) 지민이가 하는 일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마음이었죠.
제이민 랑연 언니뿐만 아니라 다들 그런 마음으로 함께해준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많이 든든했어요. 물론 좋은 대본도 한 몫 했겠지만요. 진아 언니는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굉장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고, 수현 배우는 <하트셉수트>를 같이 하면서 배우 본인이 가진 발랄함에 매력을 느껴서 제인 역으로 제안했어요. 예진 배우는 데뷔작인 <삼총사> 공연을 할 때부터 지켜봤는데, 그때부터 반짝거리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인 역할을 제안했다가, 슬쩍 '엠마 역을 해 보는 건 어때?'라고 물어봤어요.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임예진 그래서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제가 엠마라는 인물과 닮은 점이 많이 없기도 하고, 외형적으로도 성숙한 면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엠마라는 캐릭터를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외적인 면에서 이 인물로서 설득이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거의 한 달 가까이 고민했는데, 그 시간 동안 지민 언니가 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널 믿는다고, 넌 할 수 있다고. 언니가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제이민 저는 예진 배우가 가진 서늘함을 봤어요. (웃음) 보람 배우는 같은 작품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연기를 할 때 접근하는 방식, 인물을 분석하는 방식이 굉장히 멋있고 존경스럽더라고요. 보람 배우도 보이시한 이미지가 있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밝은 매력이 있어서, 보람 배우만의 제인을 보여주면 관객분들이 분명히 사랑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더 펜> 팀을 꾸리기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인품이에요. 실력은 당연한 부분이고요. 배우뿐만 아니라 창작진들도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꾸리고자 했어요. 창작 초연이고, 2인극이라서 연습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오갈 수밖에 없는데, 다들 서로를 배려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울컥하기도 했고, 때로는 엄청난 책임감이 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더 펜>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이민 사실 몇 년 전부터 공연 제작에 관심이 있었어요. 다만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니고, 적어도 5~10년 정도 후의 일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제작사 대표님들께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하면서 어깨 너머로 지켜보고만 있던 단계였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생각보다는 조금 이른 시기에 <더 펜>의 대본을 만났어요. 제가 '반짝반짝하다'는 표현을 참 좋아하는데, 이 대본이 반짝반짝 거렸어요. 송유정 작가님이 뮤지컬 대본을 쓰신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래서 그런지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하면서, 대사 하나하나가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배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배우분들도 각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했을 듯합니다.
임예진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인물을 어떻게 구현하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무대 위에서 시선이나 호흡 등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많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의 호흡이 긴 편이라,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관객분들이 느끼는 것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부분의 장면에서 비언어적 요소를 잘 사용하려고 노력했어요.
장보람 어떤 외부적인 사건보다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 갈등, 관계에 집중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엠마가 행동하게끔 만들어 줄 수 있는 자극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엠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엠마를 통해서 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 찾기 위해 대본을 정말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나요.
문진아 우선, 엠마와 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엠마의 말과 행동, 그리고 엠마라는 인물 자체를 잘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엠마를 제 안에 갖춰놓은 후에는 제인을 들여다 보게 됐어요. 3명의 제인이 있다 보니, 사랑의 질감이나 깊이가 그때그때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요즘 공연을 하면서는 온전히 제인을 사랑하고, 품을 수 있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수현 제인은 오늘 하루 불안하지 않게 잘 살아갈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친구예요. 그런데 엠마를 만난 후로 '엠마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제인은 그저 엠마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고, 엠마의 행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면 작품의 모든 요소가 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단비 앞에서 나온 이야기에 덧붙여서, 저는 제인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이 친구가 사랑으로 인해 너무 수동적인 인물로만 보이지 않게끔 하려고 많이 신경 썼어요. 물론 극 안에서 제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건 엠마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안에서 느껴지는 제인의 감정이나 상황이 관객분들에게 더 다채롭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랑연 앞에서 나온 이야기를 통틀어서(웃음) <더 펜>은 유려한 언어로 채워진 극이지만 이 작품이 언어로만 들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사랑한다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훨씬 큰 감정인데, '사랑한다'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희 작품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감정을, 서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부분을 잘 만들어 내고, 관객분들에게 잘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더 펜>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프로듀서 제이민, 그리고 앤유컴퍼니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이민 첫 발을 내디딘 입장에서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거창할 수 있지만(웃음) 이 일을 하면서, 미지의 숲속에서 반짝이는 원석을 발견했다고 느낀 경험이 많았거든요. 앞으로는 그렇게 발견한 원석을 잘 갈고닦고, 예쁘게 세공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할 거예요. 좋은 사람들과 힘을 합치고, 의견을 나누면서 세공한 뒤에 '우리 보석 참 아름답죠?'라고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더 펜>의 매력을 꼽아보자면요.
임예진 <더 펜>은 첫사랑 같은 작품이에요. 두 사람의 마음은 정말 깊지만, 사랑이 낯설기에 서툴고, 서툴기 때문에 서로 부딪히고, 상처를 내고, 그래서 결국 아련함을 남기죠. 첫사랑이 그렇듯이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첫사랑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펜>을 보면서도 많은 분이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보람 <더 펜>은 '색'이다. (웃음) 엠마는 제인에 대해 '흑백으로 물든 나의 삶에 모든 색을 품고 왔다'고 말하고, 제인은 엠마에 대해 '온통 흑백이던 삶에 작가님만 색깔이 있었다'고 말해요. 예진 언니가 말한 것처럼, 첫사랑을 할 때 무채색이던 내 삶에 어떤 색이 확 번지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되잖아요. <더 펜>은 두 사람이 각자의 색을 찾아가는 작품이에요.
최수현 저는 <더 펜>이 인생에 한 번일 지 모를, 찰나의 충만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엠마는 그 순간을 그 때에 마무리한 사람이고, 제인은 그 순간을 쥐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사람이죠. 그런데 해피엔딩도 아닌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되게 따뜻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왠지 모를 따뜻한 위로를 주는 작품이라는 점이 <더 펜>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정단비 두 사람의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고 깊이 있게 이어지는 작품이에요. 공연을 볼 때 두 사람의 감정선과 서사에 몰입해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 펜>을 보시면서도 엠마와 제인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면서,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진아 <더 펜>은 '우리'다. 저희 배우들은 물론, 우리 프로듀서님을 비롯해서 작품을 함께 만든 창작진분들, 그리고 이렇게 뜨거운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든 공연을 봐주시는 관객분들을 통틀어서 '우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창작 초연 작품인 만큼, 더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랑연 <더 펜>은 '왈츠'다! 제인과 엠마는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해요. 하지만 왈츠는 말하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는 춤이잖아요. <더 펜>도 기쁨, 아픔, 사랑, 두려움 등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모두 담아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장보람 언니의 말에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제가 최근에 관객분께 추천 받은 노래가 하나 있어요. 조소정의 '왈츠'라는 곡인데, 가사가 정말 엠마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어요. 저 혼자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노래라서, 함께 나누고 싶어요. '왼쪽으로 두 걸음, 눈을 감고 하나 둘. 우리는 배운 적 없는 사랑을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