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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AWARDS] 제 79회 토니 어워즈, 오늘날 브로드웨이가 던지는 메시지

글 |여태은(뉴욕 통신원) 사진 |. 2026-06-15 117

제79회 토니 어워즈 현장. 사진=Kevin Mazur/Getty Images

 

Leading Lady Marmalade

제79회 토니 어워즈의 문을 연 것은 호스트 핑크(Pink)가 이끄는 화려한 오프닝 넘버 ‘Leading Lady Marmalade’였다. 2025-2026 브로드웨이 시즌을 대표하는 여자 주연 배우들이 총출동해 무대를 꾸민 이번 오프닝은 그야말로 올해 브로드웨이를 압축한 최고의 매시업 무대였다. <물랑 루즈!> 무대에 올랐던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도 깜짝 등장했으며, 노래 가사 곳곳에는 올해 후보에 오른 작품과 배우들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배우들은 무대는 물론 객석 통로까지 가득 메우며 관객들과 함께 “Gitchi Gitchi Ya Ya Da Da”를 외쳤고, 화면을 가득 채운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시상식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토니 어워즈 호스트로 나선 핑크는 자신을 “엄청난 브로드웨이 팬”이라고 소개하며, 진정한 1등 팬은 자신의 딸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는 호스트 발표 직후부터 제기됐던 “왜 핑크가 호스트를 맡았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유쾌한 답변이기도 했다. 오프닝 직전 공개된 스케치에서는 닐 패트릭 해리스가 <피터 팬>,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뮤지컬로 오프닝 무대를 열려는 핑크에게 “당신이 가장 잘하는 걸 하라”고 조언하고, 이어 ‘Leading Lady Marmalade’ 무대가 펼쳐진다. 이는 호스트 선정에 대한 우려를 재치 있게 역이용한 장면이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토니 어워즈 진행을 맡았던 아리아나 드보즈가 등장해 선배 호스트처럼 훈수를 두는 장면까지 더해지며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슈미가둔!> 공연 장면. 사진=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뮤지컬 부문: 상을 나눠 가진 세 작품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록키 호러 쇼>, 8개 부문 후보의 < Two Strangers (Carry a Cake Across New York) >, 그리고 4개 부문 후보의 < Titanique >는 아쉽게도 빈손으로 돌아갔다. 대신 <슈미가둔!>(Schmigadoon!)이 작품상, 극본상, 작곡상, 편곡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랙 타임>(Ragtime)은 리바이벌 작품상과 함께 남자주연상(조슈아 헨리), 여자주연상(캐시 리비), 음향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더 로스트 보이즈>는 남자조연상(알리 루이스 보즈기), 여자조연상(쇼샤나 빈),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토니 어워즈는 이 세 작품이 주요 부문을 고르게 나눠 가지며 존재감을 드러낸 시상식이었다.

 

뮤지컬 <랙 타임> 공연 장면. 사진= Matthew Murphy

 

<캣츠: 더 젤리클 볼>과 <랙 타임>: 리바이벌 뮤지컬의 현재

<캣츠: 더 젤리클 볼>은 의상디자인상, 연출상, 안무상을 수상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동 연출을 맡은 자일리온 리빙스턴과 빌 라우쉬는 한 문장씩 번갈아 수상 소감을 전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고, 객석은 볼룸 컬처의 상징인 접이식 부채를 흔들며 환호했다. 축하 공연으로 선보인 ‘Jellicle Songs for Jellicle Cats’ 무대는 볼룸 컬처와 보깅, 그리고 LGBTQ+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퍼포머들이 어우러진 압도적인 스펙터클이었다. 정교한 군무와 자유로운 댄스 브레이크가 교차하는 가운데, 마지막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안나 윈투어가 심사위원으로 깜짝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볼룸 컬처에서는 경쟁하는 구도로 이루어져 심사위원의 존재가 필수적이며, 이는 작품 안에서 관객참여의 형태로 구현하기도 했다.)

 

<캣츠: 더 젤리클 볼>이 고전 뮤지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공적인 리바이벌이라면, <랙 타임>은 또 다른 방식으로 현재와 대화했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미국의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작품으로서, 이민 정책을 둘러싼 오늘날의 사회적 논쟁과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결국 리바이벌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뮤지컬 <캣츠: 더 젤리클 볼> 공연 장면. 사진=Theo Wargo/Getty Images

 

베테랑 연기자들이 활약한 연극 부문

연극 부문에서는 <오이디푸스>의 레슬리 맨빌이 올리비에상 수상에 이어 토니상 여자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자이언트>의 존 리스고는 53년 전 첫 토니상 수상 이후 다시 남자주연상을 차지했으며, <베키 쇼>( Becky Shaw )의 알든 에런라이크는 남자조연상으로 첫 토니상을 수상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의 로리 멧칼프는 여자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존 리스고와 로리 멧칼프 모두 이번이 세 번째 토니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연극 부문을 휩쓴 <세일즈맨의 죽음>과 기록을 세운 <리버레이션>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리바이벌 작품상, 여자조연상(로리 멧칼프),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 음향디자인상, 연출상 등 총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연극 부문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연출상을 수상한 조 만텔로 역시 이번이 세 번째 토니상 수상이었다.

 

한편 <리버레이션>은 작품상을 수상하며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2016년 해밀턴 이후 10년 만에 퓰리처상과 토니상 작품상을 모두 수상한 작품이 되었으며, 동시에 두 상을 모두 거머쥔 18번째 연극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1989년 웬디 와서스타인의 <하이디 연대기> 이후 처음으로 여성 극작가의 작품이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연극 <리버레이션>. 사진= Ambe J. Williams

 

브로드웨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브로드웨이에서 30년째 공연 중인 <시카고> 팀은 호스트 핑크와 함께 축하 무대를 선보이며 장수 공연의 저력을 과시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며칠 뒤 한국 배우 아이비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는 발표였다.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주연 배우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과거 마이클 리가 <엘리전스>로 브로드웨이 작품에 출연한 바 있지만, 그는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배우였다. 반면 아이비는 한국을 기반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라는 점에서 이번 진출의 상징성이 더욱 크다.

 

최근 극장 화재로 인해 공연 중단 위기를 겪었던 <북 오브 몰몬>은 브로드웨이 공연 15주년을 기념하며 오리지널 캐스트 조쉬 개드와 앤드루 라넬스를 무대에 올렸다. 두 배우는 토니 어워즈 이후 일주일 동안 다른 오리지널 캐스트 멤버들과 함께 작품에 깜짝 출연하는 ‘미스터리 위크(Mystery Week)’ 이벤트에도 참여하며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겼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들이 관객들과의 유대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이벤트를 선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레이철 지글러는 <코러스 라인> 50주년을 기념하는 헌정 무대를 선보이며 브로드웨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뜻깊은 순간을 완성했다.

 

올해 토니 어워즈는 단순히 한 시즌의 성과를 결산하는 시상식이 아니었다. 호스트 핑크가 시상식 초반에 언급했듯, 오늘날의 브로드웨이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오락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과 갈등, 사회적 변화로 가득한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번 토니 어워즈는 그러한 브로드웨이의 현재를 축하하는 동시에, 앞으로 무대가 향할 방향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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