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스무 번째 막을 올렸다. 2006년 프리 페스티벌로 출발한 DIMF는 어느덧 20주년을 맞아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산업 브랜드이자 국내외 뮤지컬이 교류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DIMF는 지난 6월 19일 개막해 오는 7월 6일까지 대구 주요 공연장과 시내 전역에서 열린다. 스무 번째 축제인 만큼, 국내외 공연을 선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차세대 인재를 발굴하고,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20회 DIMF는 12편의 공식초청작, 5편의 창작지원작 등 총 7개국, 34개 작품으로 행사를 꾸렸다.공식초청작은 축제의 중심축이다. 개막작 뮤지컬 <투란도트>를 비롯해 <보옥>, <인투 더 우즈>, < You&It >, <고스트&레이디> 실황, <레 비르튀오즈>, <바버숍페라: 토니 & 더 가이즈!>, 〈완벽한 하루〉, 〈셰익스피스〉, 〈슬랩스틱-스케르조〉, 〈신 쓰루히메 전설〉, <피아노의 숲> 등이 관객을 만난다.
창작지원작으로는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 〈보들레르〉, 〈성주: 집 잃은 신의 서울 표류기〉, 〈슈르르카〉, <탁영금>이 선정됐다. 창작지원작은 신작 창작뮤지컬의 첫 무대를 지원하는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점 쳐볼 수 있는 자리다. 이와 더불어, DIMF는 20주년을 맞아 ‘재공연지원사업’을 신설했다. 재공연지원사업은 국내에서 이미 발표된 창작뮤지컬 가운데 DIMF 무대를 통해 다시 관객을 만날 작품을 선정해 무대화를 지원하는 제도다. 재공연지원사업의 선정작은 <희재>(국화꽃향기)다.

정식 공연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부대 행사가 대구 시민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시내 곳곳에서 뮤지컬 거리 공연인 ‘딤프린지’가 열려 관객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백스테이지 투어, 스타데이트 등 우리가 궁금해했던 무대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올해 특히 눈에 띄는 부대 행사는 ‘뮤지컬 펍’이다. 뮤지컬 펍은 DIMF를 계기로 대구에 모인 뮤지컬 관계자간 네트워킹을 위해 마련됐다. 배우, 창작진은 물론 공연을 보러 온 시민까지 한자리에 모여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공연장 밖에서도 축제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자리다. 이 자리는 차세대 인재 육성에 힘을 쏟는 DIMF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뮤지컬 펍에서 매일 열리는 특별 공연에 ‘DIMF 뮤지컬스타’ 출신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 뮤지컬 펍 공연을 마친 후 만난 2025년 DIMF 뮤지컬스타 대상 수상자 한은빈은 “DIMF와 뮤지컬스타가 제 꿈이었다”며 “DIMF는 한은빈이라는 사람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뮤지컬스타에 참여하면서 살아 숨 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DIMF를 거쳐 온 소감을 전했다. 이어 “뮤지컬 배우로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기대된다. ‘내일은 또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살고 있다. ‘작은 한은빈’에서 ‘큰 한은빈’으로 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고 DIMF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했다.
DIMF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 성장을 지켜본 이가 있으니, 바로 배성혁 집행위원장이다. 뮤지컬 페스티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06년 DIMF 프리페스티벌을 기획한 DIMF의 창립 멤버다. 이후 DIMF가 지난 20년간 걸어온 대부분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DIMF 개막 당일 대구에서 만난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20년 전에도, 지금도 목표는 같다. ‘뮤지컬로 행복한 도시 대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INTERVIEW 배성혁 집행위원장
20년 전, 뮤지컬 페스티벌의 필요성을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그때는 뮤지컬이 대중에게 막 인식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층이 생기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크지는 않았죠. 그 시기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제가 뮤지컬 <맘마미아!>를 두 달간 유치해 공연했습니다. 지방에서 일주일 공연 하는 것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두 달간 약 7만 2천 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고,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확신이 생겼습니다. 대구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축제를 만들 수 있겠다고요. 마침 그때 대구에는 오페라하우스뿐 아니라 계명아트센터, 수성아트피아 등 공연장이 생기고 있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뮤지컬 페스티벌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페스티벌이 20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셨나요.
저는 처음부터 이 축제는 30, 40년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사람과 무대가 오가는 축제는 시간이 쌓여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든버러나 아비뇽 페스티벌처럼요. 그래서 2006년에 프리 페스티벌의 형태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당시에는 뮤지컬 페스티벌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음에도 축제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렇게 2007년에 1회 축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품고 있는 마음은 같습니다. ‘뮤지컬로 행복한 도시 대구.’ DIMF는 그 목표를 바라보며 이어져 온 축제입니다.
20년 사이 한국 뮤지컬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그에 따라 DIMF의 역할과 목표에 변화가 있다면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초창기에는 해외 초청작이나 공식초청작에 관객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창작 뮤지컬 자체가 활성화 됐고, 이제는 DIMF에서도 창작 뮤지컬을 찾는 관객이 많아졌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해외 작품과의 관계성입니다. 예전에는 해외 작품을 초청하기 위해 제가 직접 발로 뛰어야 했는데요, 하지만 DIMF가 10회 정도 행사를 진행했을 때부터는 해외 작품 측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DIMF에 참여하고 싶다고요. DIMF가 해외 뮤지컬 관계자들에게도 하나의 새로운 창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제 DIMF의 역할은 창작 뮤지컬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세계 시장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뮤지컬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DIMF가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축제를 준비할 때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고충을 느끼시나요.
예산, 그리고 전용 극장의 부재입니다. DIMF는 시비, 후원금 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축제가 자유롭게 성장하려면 자립도를 높여야 합니다. 시비 등 지원금의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제약도 많아지죠. 20주년을 계기로 DIMF가 자립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 대구에 좋은 공연장이 정말 많지만 DIMF의 본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 없습니다. 축제 전체를 하나로 묶어줄 공간이 필요합니다.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시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전용 극장의 부재 때문이죠.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전용 극장을 짓는 것을 넘어, 다양한 크기의 공연장, 연습실, 교육 공간, 제작 공간이 한데 모인, 종합적인 뮤지컬 산업 공간이어야 합니다. 훌륭한 컨디션의 연습실을 만들고, 연습 과정의 일부를 시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그래서 관객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관객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되겠죠. 또, 뮤지컬 캠퍼스를 운영해 작가, 작곡가 등 창작 인재를 키운다면 고용 창출의 가능성도 커질 거고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도 초연 작품이 바로 중심 시장에서 공연되는 경우는 드물고, 테스트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대구가 창작 뮤지컬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축제와 함께할 수 있었던 개인적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제가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웃음) 저는 공연 기획자로 오랫동안 일해왔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습니다. 그 중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번째로, 대구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저는 평생 대구에서 살아왔습니다. 대구는 예술적 기반이 강한 도시입니다. 대학 전공 중에서도 예술 관련 학과의 인지도가 높습니다. 대구에서 문화 산업으로 꽃을 피우는 게 제 꿈입니다.
앞으로 DIMF가 한국 뮤지컬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시나요.
대구라는 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DIMF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뮤지컬로 행복한 도시’라는 목표처럼 대구가 뮤지컬을 통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라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뮤지컬 전체로 보면, DIMF는 창작 뮤지컬의 성장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배우와 창작진이 DIMF를 통해 배출된 만큼 앞으로도 뮤지컬을 꿈꾸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구가 창작 뮤지컬의 인큐베이터이자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 그게 DIMF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