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매년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는 ‘창작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대본, 음악을 중심으로 작품성을 심사한 후 본격적인 개발, 제작, 무대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78편의 지원작 중 5편이 최종 선정되어 관객과 처음으로 마주한다. 최종 선정작에는 작품 규모별로 4천만 원에서 1억 원의 제작비가 지원되고, 공연장 대관, 홍보 마케팅 지원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 창작지원작으로는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 <보들레르> <성주_집 잃은 신의 서울 표류기> <슈르르카> <탁영금>이 선정됐다.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비극 속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이 집안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출가 로미오와 극작가 줄리엣은 신혼의 단꿈도 잠시, 현실적인 이유들로 인해 다투다가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우연히 두 사람이 함께 연극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마음을 마주하며 사랑을 되찾는다. 익숙한 고전의 결말을 새롭게 해석하고, 현재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극 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대사와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 점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이하영 작가, 임예진 작곡가가 글과 음악을 썼다. 우컴퍼니가 제작에 참여했고, 우상욱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공연 개막 전 만난 우상욱 연출가는 “<쿵짝> <얼쑤> 등 주로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품에 참여해 왔으나, 작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아내와 함께 대본을 읽은 후 작품에 깊이 공감하여 작업을 시작했다”고 작품을 선보이게 된 계기를 밝혔다.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키보드, 기타 등으로 구성된 5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로 진행된다. 우상욱 연출 역시 작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음악을 꼽으며 “음악이 주는 매력을 잘 살리고 싶어서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밴드의 연주를 고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극중극 장면에 글을 써 내려가는 이미지의 배경 영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저희 작품의 매력”이라며 “"작품에 웃음 코드를 추가하는 것을 선호해서, 이번 작품도 군데군데 코미디적 요소를 넣고자 했다. 특히 자작 레인스 역을 맡은 조현식 배우가 치트키다. (웃음) 악역이지만 마냥 밉지 않은,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6월 20일과 21일 양일간 단 4회 공연됐지만, 우상욱 연출가는 개막 세 달 전부터 대본 리딩을 시작하는 등 정식 공연과 다를 바 없는 준비 과정을 거쳤다. DIMF 공연을 일회성 공연이 아닌, 추후 정식 초연의 첫발을 떼는 과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상욱 연출가는 “DIMF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여 새로운 창작 IP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자율성을 가지고 작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다만 작품 개발 과정에서 멘토링이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신진 창작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들레르>는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생애를 다루는 작품이다. 예술 표현의 자유와 시대적 억압의 충돌을 그린다. 샤를 보들레르의 탐미주의적 성격과 혁명적 성격에 집중하여 창작한 작품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죽을 때까지 권위에 맞서 싸웠던 보들레르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어떻게 시대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한민규 연출가가 극작, 작사, 연출을 맡았다. <성주_집 잃은 신의 서울 표류기>는 300년 종갓집을 지켜온 성주신이 머물 곳을 잃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택신 성주는 가택신을 볼 수 있는 공인중개사 조순과 함께 여러 가택신을 만나다가 재개발을 앞둔 낡은 빌라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집주인이 전세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성주는 세입자를 돕기 위해 애쓰지만 신의 힘으로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전통 가신 세계관과 전세 사기, 재개발 등 동시대 주거 현실을 접목한 점이 독특하다. 네버엔딩플레이가 제작을 맡았고, 조풍래, 신창주, 최반석 등이 출연한다.

<슈르르카>는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각색한 작품으로, 주변의 낙인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 제제가 상상의 친구 밍기뉴와 함께 잃어버린 기억의 열쇠를 찾아가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을 배우는 내용의 가족 뮤지컬이다. 한 아이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를 통해 세대를 불문하고 성장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뮤지컬 전문가를 양성하는 ‘DIMF 뮤지컬 아카데미’ 수료생 정예영 작곡가가 대본과 음악을 맡았다. <탁영금>은 조선 연산군 시대 무오사화를 배경으로 사관 김일손과 그가 만든 거문고 ‘탁영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김일손은 권력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기록하고, 그 모든 순간을 지켜본 ‘탁영금’은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를 증언한다. 지난해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 사업에 선정되어 리딩 공연을 선보인 데 이어 다시 한번 DIMF를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DIMF의 20주년을 맞아 ‘재공연지원사업’이 신설됐다. 이미 공연된 바 있지만 오랜 기간 관객 앞에 서지 못한 창작뮤지컬에 새로운 기회를 안겨주는 제도다. 해당 사업을 통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국화꽃향기>가 <희재>라는 새 이름을 달고 무대에 오른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성시경의 노래 ‘희재’가 어우러져 애틋함을 더한다. 정가람 작가가 극작을, 이성모 연출가가 각색, 작곡, 연출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