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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기획-1] 뮤지컬 포스터 - 제작 과정 [No.97]

글 |김유리 사진제공 |클립서비스, PMC프러덕션, EMK뮤지컬컴퍼니, 프로파간다 2011-10-21 6,702

포스터는 그 목적이 분명하다. 상품이나 행사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소비자로 하여금 포스터를 본 다음에는 그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 뮤지컬이 동네 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고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관계로, 어떤 공연이 막을 올리는지 알리기 위해서는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로변에 휘날리는 휘장이나 육교를 가로지는 현판, 거리의 게시판에 붙은 벽보의 형태로 상연 소식을 접할 때, 뮤지컬 팬들은 이미 단체 메일 또는 블로그를 통해 포스터를 접하고 티켓 예매처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예매 사이트에 보기 좋게 게시된 포스터를 클릭하면서, ‘소장하고 싶은 포스터’라거나 ‘관객을 쫓아내는 포스터’라고 느낀 적 있을 것이다. 더불어 대체 이 포스터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았는지. 이번 달에는 뮤지컬 포스터의 이모저모에 대해 파헤쳐본다.

 

뮤지컬 포스터의 제작 과정  

 

공연 포스터는 공연의 얼굴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공연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매개체이며, 공연을 알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담고 싶은 메시지를 딱 한 장의 이미지로 전달할 수 있는 압축본이다. 9월 말 현재 인터파크 기준, 뮤지컬, 콘서트, 연극, 클래식과 무용을 포함해 총 1,300여 개의 공연이 올라가고 있고, 이는 1,300여 개의 공연 포스터가 우리 주위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억에 남는 포스터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공을 들이지만 가장 외면받기 쉬운 포스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공연의 포스터는 대부분 제작사의 홍보 팀이나 마케팅 팀 주도로 디자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관객과의 최전선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각종 홍보·마케팅의 구상과 실행에 일관된 컨셉을 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홍보 팀과 마케팅 팀이 총괄적인 진행을 전담하고 있다. 담당자가 직접 이미지 컨셉을 잡아 진행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뮤지컬을 중심으로 디자인 업체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하여 컨셉을 잘 구현시킬 이미지를 구상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추세다.

 

뮤지컬 포스터의 경향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포스터가 포착되는 것은 고작 1~2초 사이의 일이지만, 한 장의 포스터가 나오기까지는 길게는 1년부터 짧게는 한 달반의 시간이 걸린다. 공연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심적인 컨셉과 메시지를 정확히 설정하여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 포스터의 제작은 크게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에 따라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친다. 검정 바탕을 배경으로 노란색 눈 안에 고양이의 실루엣이 숨어있는 <캣츠>, 흰 가면과 장미의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는 각각 30년, 25년 동안 일관된 로고와 이미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온 경우다. 이 작품의 라이선스 공연 포스터는 기본 포스터 이미지와 로고를 이용해 매우 제한된 변형만 허용된다. 하지만 일관된 이미지와 로고는 세계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한편, 창작뮤지컬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디자인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미지와 정보를 모두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공연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를 빨리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포스터에 인물을 부각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창작뮤지컬뿐 아니라 대본과 음악만을 들여온 라이선스 공연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뮤지컬 포스터의 제작 흐름

#공연 6~7개월 전 : 홍보 마케팅 플래닝양 대리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을 준비 중인 △회사 마케팅 팀 시안담당자. 요즘은 7개월 후에 있을 에 대한 사전 분석 중이다.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잘 만든 브로드웨이의 고전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실력 있는 배우들로 캐스팅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올드한 이미지가 걱정이다. 오늘은 이 공연의 홍보 마케팅 플랜을 짜기 위한 회의를 했다. 두 달 공연이라 이미지 컨셉은 하나로만 가도 될 것 같다. 홍보 마케팅의 방향을 잡고 스케줄을 짰다. 이렇게 전체 회의 후 정리된 홍보 마케팅 플랜과 공연 자료를 가지고 디자인 업체 담당자를 만나 설명하고 한 달 동안 이미지를 구상해 달라 의뢰했다.     
포스터는 홍보 마케팅의 기초적인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전반적인 홍보 마케팅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된다. 보통 빠르면 6~7개월 전, 늦어도 4~5개월 전에 홍보와 마케팅 진행자는 작품 자체와 외적인 환경에 따른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작품의 컨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견을 모아 하나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티켓 오픈이 빠르거나 몇 개의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 미리 진행하게 되기도 하고, 아래에 언급된 포스터 컨셉 회의와 함께 압축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아가씨와 건달들>의 마케팅 대행을 맡았던 클립서비스의 경우 8월 공연이었지만 1월부터 공연의 환경을 분석하고, 파트별 계획을 정리하며 이미지 컨셉을 캐릭터에 두는 큰 틀을 설정했다. 회의에서 나온 몇 가지 카피를 가지고 디자인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연 4~5개월 전 : 포스터 컨셉 회의
공연의 포스터 컨셉을 위한 홍보 마케팅 팀 전체 회의를 했다. 각자 작품에 대한 자료를 보고 느낀 점을 단어로 추출했고, 이렇게 잡힌 키워드와 떠오른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디자인 업체와 함께 미팅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해외 프로덕션에서 큰 제약을 둔 것이 없어 자유롭게 이미지를 꾸밀 수 있는 상태다. 양 대리 생각에 이 작품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안무도 화려한데 올드한 이미지를 보완, 극복하려면 세련된 이미지와 카피가 필요할 것 같다. 양 대리는 캐릭터, 배우에 깔끔한 카피를 얹어 전반적으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다. 얼마 후, 디자인 업체 실장님은 몇 가지 시안을 잡아 오셨다. 작품에서 핵심적인 소품인 마이크를 응용한 시안과 인물을 부각시켜 배치한 시안이 마음에 들었다. 이 두 가지를 섞어 놓으면 좋겠다고 결론이 났다. 몇 번의 수정 시안이 오갔고, 사장님과 실장님도 맘에 들어 하셔서 시안 컨펌이 났다.


포스터 컨셉 회의가 들어가는 시점은 회사, 창작과 라이선스, 작품의 규모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라이선스로 1년간 장기공연 됐던 <오페라의 유령>은 디자인 컨셉에 대한 회의보다는 마케팅 팀을 중심으로 카피와 진행될 이벤트, 달마다 중심이 되는 컨셉을 잡아 포스터를 몇 차에 걸쳐 제작할지를 결정했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포스터를 비롯해서 일년  동안 총 7종의 포스터를 제작했다. 한편, 지난 7월 개막한 창작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제작부와 홍보 팀, 마케팅 팀이 함께 모여 대본에 대한 느낌을 먼저 나누고, 마케팅 팀이 그 느낌을 단어로 추출해 냈다. ‘거침, 섹시, 터프’, 학원물에 초점을 맞춰 ‘남자들의 매력, 방황’ 등 추출된 단어에 맞는 이미지 예시 안을 찾아와 작품에 가장 근접한 이미지를 찾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앙상블 배우의 모습을 티저 이미지로 설정했다. 여기에 역시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글씨체를 제작하게 되었다.

 

 

#공연 3개월 전 : 프로필, 이미지 촬영 및 디자인/ 캐스트 컨펌
양 대리는 공식 보도 자료, 제작 발표회와 예매처 티켓 오픈을 앞두고 배우들의 프로필 촬영을 진행했다. 디자이너 실장님은 픽스된 이미지와 컨셉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을 포토그래퍼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팀을 제안하셨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촬영 날엔 각각의 캐릭터 컨셉에 맞춰 직접 짜온 콘티대로 촬영을 진행하셨다. 사진도 작품 캐릭터의 느낌에 맞춰 잘 나왔다. 컨펌이 된 두 가지 안으로 제작된 실제 포스터 시안이 왔는데, 굉장히 세련되고 멋지다. 이게 다양하게 활용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물론 완성되기 전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았다. 캐스트 순서 컨펌. 제발 아무런 탈 없이 컨펌이 나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계단에서 댄서들이 춤추고 있는 옛날 이미지의 포스터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가 티켓 오픈 바로 전에 새로운 컨셉을 구축한 경우다. 고루한 이미지에서 탈피, 트렌디한 공연으로 거듭나고자 캐릭터를 내세워 극 중 캐릭터 간의 긴장 구도를 설정하여 ‘Hot Star, Hot Show’라는 카피로 ‘현재 가장 핫한 공연’이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 작품은 라이선스 계약상 큰 제약이 없는 경우라 국내의 실정에 맞춰 바꿔 제작할 수 있었던 사례다. 한편, 인물보다는 작품의 분위기를 내세우는 이미지를 메인 포스터로 설정하는 EMK뮤지컬컴퍼니의 경우는 <엘리자벳>의 오리지널 프로덕션 VBW가 흰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엘리자벳의 이미지를 쓰길 권했으나, 국내 상황상 적합하지 않다 판단하여 잘 협의한 끝에 신비로운 느낌의 화보를 촬영한 사례다. 여인의 머리가 황후의 머리 스타일이 아니라 하여 재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이런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컨펌도 있지만, 담당자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컨펌 과정이 있다. 바로 포스터에 노출되는 캐스트 이름 순서, 또는 포스터에 노출된 배우 얼굴 위치에 대한 컨펌 과정이다. 대본에 명시되어 있는 캐릭터순이든, 나이순이든, 가나다순이든 하나의 기준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공연 2개월 전 : 실행, 활용 및 피드백
드디어 포스터와 프로필 이미지가 실린 공식 보도 자료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한 주 뒤 티켓 오픈을 앞두고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양 대리는 대중들이 이 공연에 대해 올드하다고 느끼진 않을까, 티켓 판매율이 저조할까봐 걱정했는데, 오픈한 어제부터 티켓 예매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 평에 몇몇 포스터에 대한 평가가 실렸는데, 공연이 기대된다며 기대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포스터 이미지가 확정되면 용도에 따라 보도 자료, 온·오프라인의 광고홍보 매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어 대중들에게 이미지로 노출된다. 이 시기에 예전에는 벽보를 부착하거나 각종 매장에 포스터와 리플릿을 비치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연의 이미지 재고를 위해 선호하지 않는다고. 대신 영상 광고에 포스터 이미지를 노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사실 포스터 하나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쉽지 않고,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포스터는 공연의 일관된 컨셉을 응축해 놓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상징적 매체로서라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다.   

 

공연이 오픈된 후에는 장기 공연이나 재공연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포스터 이미지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지킬 앤 하이드>처럼 장기 공연을 하는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분기별 마케팅 컨셉에 따라 카피와 메시지를 변경하고, 재공연의 경우는 대부분 전 공연의 이미지를 이어 받아 포스터를 제작하지만, 포스터가 주는 효과가 약했다고 판단이 될 경우에는 로고는 동일하게 가져가되 이미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포스터를 변경하기도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7호 2011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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