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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 중간 점검 No.87

글 |김유리 2010-12-24 5,774


SM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 중간 점검

 

2008년, ‘빅뱅’의 승리가 <소나기>에 출연한 이후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이 급물살을 타더니, 2010년에는 13명의 아이돌 스타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매달 한 명씩은 어디선가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던 셈이다. 그중에도 SM 출신 아이돌 스타의 활동이 유난히 활발했고, 캐스팅 면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 감지되었다. 꾸준한 고민으로 어느 정도 틀을 만들어 가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년 반에 걸친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 흐름과 변화, 그리고 운영하는 입장의 고민에 대해 들어보았다.

 

 

 

 

2008년 이후 뮤지컬에 도전한 아이돌 스타의 수는 2010년 3월까지 10명에 불과했으나(<더뮤지컬> No.79 ‘아이돌 스타, 뮤지컬 성적표’) 지난 9개월 사이 새로 진출한 스타의 수만 2배에 이를 정도로 2010년에는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유입이 굉장히 빠르고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올해 무대에 선 13명의 아이돌 스타 중 SM 출신이 9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개막 연도 기준) 2009년 비교적 잠잠하던 SM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작이 화려했던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진출
2008년 5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동시에 뮤지컬계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국내 가요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두 거대 기획사가 뮤지컬 분야에서 맞붙는다는 것은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최종 목표는 보유 음원과 소속 가수들을 적극 활용한 자체 제작 뮤지컬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YG는 뮤지컬 제작에 대한 관심으로 설앤컴퍼니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한편,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빅뱅’의 승리와 대성을 <소나기>, <캣츠> 등 기존 뮤지컬에 진출시켰다. 한편, SM은 독립 법인 SM아트컴퍼니의 라이선스 뮤지컬 <제너두>에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희철을 출연시키며 화려하게 첫발을 내딛었다. YG는 각각에게 잘 맞는 옷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았고, SM은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 <제너두>를 국내에서는 아이돌 스타 기용의 부정적 사례로 남기며 흥행에도 실패했다.


2009년, YG는 당대 최고의 인기 그룹인 ‘빅뱅’의 성공 스토리를 모델로 한 뮤지컬 <샤우팅>을 설앤컴퍼니와 공동 제작하여 승리를 캐스팅하고, ‘빅뱅’, ‘원타임’ 등 YG 소속 가수들의 음원을 채우며 진출 선언 1년 만에 자신들의 목표에 빠르게 다가서는 듯 보였다. 또한, 연말 시상식 무대 등에서 소속 가수들이 ‘뮤지컬 컨셉’의 퍼포먼스를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뮤지컬로의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태다. 결국 불발에 그쳤지만, 올해 코스닥 상장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본업 외의 다른 사업 구상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향점의 변경,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겠다
사실 뮤지컬 시장 진출을 위해 YG보다 앞서 다양하게 준비를 해온 것은 SM이었다. SM아트컴퍼니라는 독립 법인으로 6년 전인 2004년부터 대학로에서 5개의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공연계 인력과 정보를 얻기 위한 진행을 해왔다. 그리고 <동키쇼>를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2008년 올린 <제너두>의 실패는 내부적으로 공연계에 대해 다시 공부하게 만든 셈이다.


그들의 분석대로라면, 긴 시간을 거치며 단계를 밟아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SM의 공고한 시스템은 공연계 진출 준비에도 유효할 듯 보였다. 공연장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을 수급하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자사 최고의 아이돌을 투입해 공연을 올렸지만, 그 어떤 것 하나도 SM만의 장점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사실이 <제너두>의 실패에서 얻은 큰 교훈이었다. 이후 SM은 1년간 와신상담하며 공연 제작과 아이돌 스타의 공연 진출에 대한 노선을 정리했다. SM 내에서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 사업과 소속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을 총괄하고 있는 아트 비즈니스 팀 장준원 팀장은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SM이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재능을 가진 배우, 음반을 하면서 쌓아온 콘텐츠, 콘텐츠 개발 능력, 홍보 마케팅 툴’을 꼽으며, 현재 공연 제작은 기존 제작사의 전문가들과 손을 잡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품 선정에는 올해 초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한 듯 보인 게 사실이다. <제너두> 이후 1년 만인 2009년 10월, SM 출신 아이돌 스타들은 무대에 다시 올랐지만,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를 제외하고는 작품과 스타 모두에게 시너지가 되기 어려운 조합이 이어졌다. 내부에서도 앞으로는 각 배우들에 맞는 작품을 찾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초기에는 검토의 1순위가 스케줄이었다면, 그때부터는 우리 아이들이 공연에 들어가서 그 공연에 어울릴 수 있을지를 1순위로 생각하게 되었다”며, 이를 위해서 작품과 배우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공연을 찾아 분석하는 과정이 몇 달째 이어졌다. 그렇게 새로운 마인드로 접근한 첫 사례가 태연이 출연한 <태양의 노래>였다. 


약 2년의 시행착오를 거친 SM은 꾸준한 고민으로 SM만의 캐스팅 기준과 절차의 틀을 잡은 듯 보인다. 공연 3~5개월 전쯤 캐스팅 섭외가 들어오면, 처음에 대본과 제작 기획서를 통해 공연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개요를 확인하고, 대본 분석 후 섭외 요청이 들어온 배우와 배역이 맞을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그가 다른 역에 더 어울린다든지 요청 배역에 더 맞는 소속사 내의 다른 배우를 추천하며 제작사와 상의를 한다. 그러고 나서 해당 배우와 대화하여 관심을 보이면 스스로 캐릭터 분석을 해보도록 맡긴다. 자신이 맡을 역의 캐릭터 분석을 하고 나면 대부분의 배우가 작품에 애정을 가지기 시작한다고. 그때에야 ‘스케줄 정리’에 들어간다. 보통 1년 스케줄이 잡혀있다 보니 담당 매니저 팀장과 상의하여 가능한 일정을 뺀 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담당 프로듀서가 마지막 회의를 거쳐 결정을 한다.

 

 

 

 

 

 

 

 

 

 

 

 

 

 

 

 

 

 

 

 

작품과 캐릭터에 맞는 배우 캐스팅이 시너지를 일으킨다
‘소속사의 지시’가 아니라 ‘내가 분석하고 결정’하다 보니 가수 본인의 애정도와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까지는 가수들이 본업이 뜸해질 때 뮤지컬 한다는 의식, ‘뮤지컬은 가수들의 보험’이라는 의식이 어느 정도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톱을 달리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도 뮤지컬계에서 활동하면서 그들 사이에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장준원 팀장은 “아이들의 마인드가 바뀌었다”며, “각자 두세 작품 이상 하다보니,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크다. 잘되고 안되는 것을 떠나 작품 자체에 참여했다는 점에 굉장한 자부심을 보인다. 적극적으로 본인이 와서 할 작품이 있는지 묻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활동으로 스타의 무대 진출이 노래나 연기적인 면에서 가수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주다 보니 본인들의 자세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상업적인 면에서는 수익이 없을지라도 개인에 대한 투자의 측면에서는 무형의 자산이 생기는 만큼 회사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해 SM 출신으로 처음 뮤지컬에 진출한 아이돌 그룹의 일부 멤버에 대해 초반 많은 이들이 ‘끼워 넣기’를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장준원 팀장은 “작품 대본이 들어오면 일단 SM의 모든 연기자들을 놓고 고민한다. 1차로 제작사에서 원하는 배우와 캐릭터를 살피고, 2차로는 SM의 모든 연기자 중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으면 제작사에 추천한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작사에서 ‘No’ 하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 말한다. 또, “제의 들어오는 것 외에도 ‘이 친구와 잘 맞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으면, 캐릭터 분석 후 그가 가서 오디션을 보기도 한다. 실제로 오디션에 안된 경우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SM은 2010년에 공연한 소속 아이돌 스타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다들 잘해 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장준원 팀장은 “회사가 ‘캐스팅의 틀’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려 초반에 그 틀에 들어가지 못한 친구들이 있다. 이들이 뮤지컬이나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는데, 해내는 걸 보면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하며, “틀을 구축한 후 참여한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 우리 배우들에 대한 평도 좋았다. 그간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가 좋게 나오니 정말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2008년에도 이미 공표한 바 있지만, SM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장준원 팀장은 “이제는 동시대 실시간으로 세계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고, 한국은 ‘한류’라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SM은 한류의 중심에 있고, 충분히 공연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물론 SM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그러면 2008년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거다. 공연 제작의 전문가들과 동반자로서 콘텐츠를 잡고, 개발하는 일이 앞으로 공연계에서 SM이 할 역할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스타가 뮤지컬에 진출한 지 2년 반,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무대에 섰고, 이제는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실력 있는 아이돌 스타는 OK’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SM은 공식적으로 뮤지컬에 진출한 후 2년 반 동안 공연 제작과 배우 기용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 안정적으로 궤도에 들어섰다. 자신들의 강점을 적극 활용한 ‘창작뮤지컬’에 대한 비전과 공연계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입장도 비교적 분명하다. 아이돌 스타 개인의 이미지와 인지도만을 기대하며 한번 왔다 가는 경우와 달리 공연계 내 입지를 차근차근 다지며 장기적인 입장으로 공연계에 아이돌 스타를 접근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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