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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기획-3] 우리의 무대가 더욱 풍성해지기 위해 [No.90]

진행 및 정리 | 김유리 2011-03-30 5,308

앙상블은 사전적으로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조화로움이나 통일감’을 의미한다. 음악에서는 2인 이상이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연극에서는 배우 전원이 협력하여 통일감을 주고자 하는 연출, 무용에서는 도구와 배우들의 춤이 총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곤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뮤지컬에서 주조연 외의 배우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앙상블 경력이 오래된 배우 윤길과 댄스캡틴 이지은, 그리고 늘 함께 작업하고 있는 원미솔 음악감독을 통해 알아본다.

 

 

각자가 생각하는 앙상블의 개념이 궁금합니다.
윤길
  앙상블이란 말이 있기 이전에 ‘코러스’란 용어를 사용했어요. 어느 순간, ‘앙상블’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게 저를 지칭하는지 몰랐죠. 근데 공연을 하다보니 저를 지칭하더라고요. 전 그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서 각 개인의 에너지가 하나 되는 모습이죠. 그런데 요즘 프로그램북을 보면 주조역 배우의 이름 다음에 앙상블 누구, 이렇게 지칭이 되어 있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의 조화의 개념이 아니라, 앙상블 역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는 것 같았어요.
원미솔  ‘무리들, 동료’ 이런 느낌으로 ‘컴퍼니’란 말도 쓰죠. 사실 뮤지컬이란 게 춤과 음악의 무대화 작업이잖아요. 앙상블은 뮤지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어떤 덩어리라 할 수 있는데, 작품의 리듬을 관장하면서, 가장 유기적으로 변화하면서 큰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점’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라 생각해요.
이지은  2006년에 윤길 씨와 <미스 사이공>을 했는데, 그때 <미스 사이공>이 앙상블 상을 받았어요. 작품이 호명되는 순간 주 . 조연을 포함해 모든 배우가 뛰어나가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앙상블 상은 소위 말하는 ‘앙상블’이 받는 상이 아니라 전체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아서 받는 상 아닌가 싶어요.
원미솔  앙상블 상을 받았다는 건 모든 배우의 앙상블이 뛰어났다는 의미니까 당연히 모든 식구들이 뛰어나가야죠. (웃음)  


앙상블하면 일반적으로 주ㆍ조연을 하기에는 연기나 노래가 조금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원미솔
  보통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모든 흐름과 리듬을 관장해요. 여기서 음악이라는 건 청각적인 것만이 아니라 춤의 형식이 될 수도 있고, 보컬의 아리아를 통해서도 구현될 수 있죠. 사실 우리나라는 몸짓과 소리 등 다양한 표현 수단에서 느껴지는 미적인 감각보다도 보컬에 치중하는 면이 커요. 그런 분위기에서 온 생각이죠. 
윤길  전 이제까지 작품이 좋아서, 그리고 춤추는 게 좋아서, 춤을 추려면 이 역할을 해야 하니까 작업에 참여해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경력이 많이 쌓이고, 남들이 주연을 향해 간다는 게 조금 보이더라고요. 아, 그러면 난 더 이상 뮤지컬을 할 수 없나, 내 안엔 노래보다는 춤이 있는데, 이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원미솔  외국에는 댄서와 싱어라는 구분이 굉장히 명확해요. 프랑스 뮤지컬처럼 아예 명확하게 구분을 해서 보여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싱어캡틴과 댄스캡틴을 지정하고 역할을 딱딱 구분하고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죠. 근데 우리는 모두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거죠.
윤길  맞아요. 싱어, 댄서, 액터까지 구분이 되어 있어요.

 

앙상블이 주ㆍ조연으로 가는 단계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댄스가 강한 공연이 많이 유입이 되면서 전문 앙상블이라 칭하는 배우들이 늘은 것 같습니다.
윤길
  전문 앙상블이라는 말은 사실 처음 들어요. 앙상블을 하면서 ‘난 앙상블만 하겠다’란 생각은 없거든요. 저 같은 경우, 앙상블을 많이 했던 거지, 전문 앙상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주연이 되어야지하는 생각보다는 이 작품에서는 나의 이미지와 강점에 맞는 역할이 있나 없나, 어울리나 안 어울리나를 보면서 작품을 해왔던 것 같아요.
이지은  모두가 주 . 조연을 할 수는 없어요. 정말 사람마다 가진 이미지와 강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춤이 강한 사람인데, 한 공연에서는 이미지는 맞지 않지만 실력이 좋아서 앙상블을 하다가 또 다른 작품에서는 이 친구와 이미지가 맞는 역할이 있으면 가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 거고요.
원미솔  캐릭터를 맡고, 어떤 한 신을 맡는 건 누구도 가능해요. 중요한 건 매력이죠. 그건 액터로서의 중요한 자질이에요. 뮤지컬 배우이기 이전에 ‘배우’거든요. 뮤지컬 장르를 사랑하는 배우인 거죠. 춤, 노래 이전에 나의 매력과 나만의 특별함을 가져야 해요. 그걸 다듬어서 다양한 남의 정서를 배우면서 살아가는 게 배우죠. 우선적으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 춤도 늘고, 노래도 늘게 마련인 것 같아요.

 

주연의 연기력과 아우라도 중요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나 <시카고> 등 꽤 많은 작품에서 앙상블의 차이가 공연 수준의 차이를 낳는 경우가 많더군요.
윤길
  앙상블이 조화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역할이라면, 그 작품의 분위기를 위해선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써야한다고 생각해요.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중후한 멋들이 묻어나오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해줘야 작품의 중심이 잡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연령대의 배우를 쓰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개런티에 부담이 가죠. 이상적인 상태는 다양한 연령대의 앙상블이 있는 거죠. 예전에 영국에 <이스트윅의 악녀들> 보러 갔을 때 제일 부러웠던 게, 아기자기한 동네 사람들이 다 춤을 추는데,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손을 잡고 춤을 추더라고요. 정말 시골 마을 같고, 느낌이 굉장히 풍부하더라고요. 
이지은  그, 대머리에 안경 쓰고 보타이 맨, 키 크고 마른 아저씨 얘기하는 거죠. 50세가 넘은 것 같은데 완벽한 발레 테크닉을 가지고 있었어요.   
윤길  테크닉적인 부분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어르신이 지나가는 거랑 신인들이 어르신 분장하고 지나가는 거랑은 무게감이 달라요.
원미솔  <시카고> 같은 경우도 앙상블의 작품인데, 나이가 많고 배도 나온 육감적인 매력의 여자들이 정말 잘 하면 얼마나 소름끼칠 정도로 멋진지 몰라요. (웃음)

 

 

모두 뮤지컬 계에 종사하신지 12~16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계신데, 처음 시작했을 때와 현재 앙상블 환경 또는 마인드의 차이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지은 
회사 마다 다르긴 한데, 요새는 확실히 회사 측에서 배우들을 많이 배려해줘요. 옛날에는 역할 구분 같은 게 없어서 배우 일이건 스태프 일이건 다 했어야 하는데, 요즘은 업무가 세분화되어서 배우는 자기 일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윤길  기술적인 부분과 마인드적인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어요. 전 1995년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는데, 그땐 뮤지컬학과도 없고 연극과도 전국에 4~5개 정도밖에 없던 때였죠. 대부분의 배우가 연극과 출신이었어요. 연기를 배운 다음 몸 쓰는 걸 배운 사람들이죠. 그래서 춤이나 음악, 노래는 지금보다 어설펐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연기 전공뿐 아니라 뮤지컬 전공자, 성악, 발레 전공자 등 기술적으로는 훨씬 좋아졌어요. 그런데 너무 기술 쪽에만 치우친 건 아닌가 싶어요. 앙상블은 연습 초반에 기술적인 것에 많이 신경을 써요. 춤을 외워야 하고, 각이 어떻고, 음악 외워야 하고, 그러다보니 드라마까지 어우러지는 전체 연습을 할 때 요즘 친구들은 자기가 했던 기술만 하려고 한다는 거죠. 작품 안에서 어떤 인물일 것 아니에요. 청소부 역할이라도 청소부로서의 삶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 걸 가지고 가야 해요. 그래야 우리의 무대가 더 풍성해지는 거죠. 
원미솔  작품을 하면서 앙상블의 나이가 점점 내려가요. 말씀하신 대로 테크닉은 좋죠.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을 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나이가 있는 배우를 뽑자’는 것이었어요. 이 배우가 걷는 걸음, 뱉는 호흡, 몸짓 하나하나에 묻어 있는 연륜과 깊이, 느낌 하나하나는 신인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사실 앙상블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은 주연 배우들에게 몰아가는 예산의 편중이 자꾸 심화가 되기 때문이 커요. 솔직히 이게 점점 심해져 가고, 배분이 되지 않는 것도 심해지고 있어요. 그런 시스템상의 문제와 별개로 이쪽에 입문한 젊은 친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앙상블이 워낙 많은 역할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앙상블이 주 . 조연이 되기 위한 입문 또는 과정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습을 하면서 앙상블 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매력을 보여야 한다. 너희 하나하나가 빛이 나야만 우리가 산다”고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 주인공이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면서 장면에 들어갈 때, 그걸 전체적으로 받아주면서 확 터지게 하는 시점이 있잖아요. 그때 주인공은 그들이죠. 자신이 그 무대에 서 있는 이유를 가지고 도전을 해야 해요.
이지은  아, 뮤지컬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굉장히 치열해졌어요. 요즘 뮤지컬계에서 앙상블 하기 정말 힘들어요. 사람이 정말 많고, 실력은 발전했고… 예전엔 ‘나 이 작품 하는데, 우리 같이하자’ 이런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다 경쟁자에요. 앙상블 안에서의 이미지를 보고 뽑는데 경쟁이 말도 못해요. 예를 들면, 춤을 잘 추는, 키가 작은 배우 한 명이 필요한데 그런 조건의 배우가 다섯 명이 왔다 치면 이 다섯 명이 경쟁을 해야 그 작품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중에 한 명이 뽑히면 네 명은 떨어져요. 앙상블 중에도 이미지가 겹치는 배우들이 있어요. 같이 보면 손해죠. 정말 치열해졌어요.     

 

음악감독의 입장에서, 보통 앙상블 장면에 음악으로 힘을 줄 때는 언제인가요?
원미솔
  작가가 텍스트 안에서 군중에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해서 작품 내에서의 점과 점, 선과 면이 드러나는 작품이면, 음악이 그걸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쓰이게 되죠. 그게 아닌 이상은 밋밋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상징적이거나 추상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면, 작가가 굳이 캐릭터별 히스토리를 하나하나 만들지 않더라도, 음악적으로 목소리 하나하나를 만들어 줄 수 있거든요. <지킬 앤 하이드>의 ‘살인, 살인’이 그런 장면이에요.

 

창작과 라이선스 공연을 모두 작업하신 입장에서, 라이선스 공연과 창작 뮤지컬의 텍스트 상 앙상블의 차이 같은 게 있나요?
이지은
  라이선스는 작품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걸 가져오기 때문에 그 안에 각 캐릭터가 있고, 거기에 맞는 이미지의 사람들이 딱 정해져 있어요. 창작은 그것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오디션 때 라이선스는 역할의 이미지에 맞는 사람들을 뽑고, 창작은 뽑아서 각자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죠. 처음에 가대본을 보고 남녀 앙상블의 수를 예상해서 뽑아놨다가 필요한 남녀의 숫자가 달라진달지 그런 부분의 시행착오가 많아요. 그래서 라이선스의 경우엔 그런 경우가 거의없는데, 창작은 다시 콜을 해서 다시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죠.
원미솔  창작의 경우에도 작가와 연출가들이 텍스트를 만들 때 대사나 솔로에 국한시키지 않고, 앙상블이라 칭해지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을 함께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준비 중인 모 공연의 연출가는 오디션 때부터 모든 앙상블 캐릭터에 이런 캐릭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 느낌의 어감을 갖는 이름을 붙이더라고요. 배우는 거기에 맞춰서 컨셉을 잡아 몸짓, 말투, 행동 등을 연구해야 느낌이 더 풍부해지는 거죠.

 

한 해에 앙상블로서 몇 작품 정도 할 수 있나요?
원미솔
  3편 정도 가능해요. 한 작품 당 연습과 공연 기간 포함 2~3개월 정도 잡았을 때, 쉬지 않고 한다면.
윤길  네 맞아요, 서너 작품. 한창 할 때만 해도 일 년에 다섯 작품 이상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작품이 커지고 장기화되어서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아요.
이지은  일 년에 한 편 하는 경우도 있죠, 장기로 하는 작품을 하면. 반면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거나 그런 이유로 일 년에 한 편밖에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고요. 

 

<더뮤지컬>이 앙상블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지난해 연 수입을 물었더니, 37% 이상이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의 수입을 벌었다고 답했습니다. 가능한 수치인가요?
원미솔
  37%? 거의 40%가? 맞아? 진짜 그런가?
윤길  맞아요, 가능해요.
이지은  그럴 수 있어요. 공연을 하다가 1, 2월에 공연이 끝났는데, 오디션에서 다 떨어졌어. 그럼 그럴 수 있어요. 
윤길  그리고 연습이 길고, 공연이 짧은 것들이 있어요. 보통 연습을 2달 정도 하는데, 공연 2달 했다 그러면 연습비를 주는 공연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차비 정도 지급되죠. 공연에 들어가서는 앙상블이니까 개런티는 적죠. 회당이든, 주당이든, 월급으로 치든. 그 몇 백만 원이 다음 공연하기 전까지의 수입인 거죠. 그러니까 돈이 안되죠.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기고요. 저도 지난 해에 했던 작품  중 두 쟉품이  각각 30 %씩 못 받았어요 .
원미솔  이건 제작사한테만 맡겨서는 겹치기와 다작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아요. 이제는 원 캐스트를 하는 제작사가 그리 많지 않아요. 회당 개런티가 엄청나게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들, 후배들의 개런티가 그만큼 깎여요.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돈이 어디서 빠지겠어요. 메인 배우들의  이 함께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앙상블로 희망 수입액인 3,000만 원을 벌 수 있을까?
원미솔
  3천이면 대기업 대리 정도 아닌가.
윤길  생각보다 그렇게 벌게 되기가 쉽지 않아요.
이지은  아주 어린 배우들은 힘들 거예요. 어느 정도 앙상블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1년이 넘는 장기 공연을 하게 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죠.
원미솔  모두가 잘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앙상블로 지내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이지은
  사실 돈을 목적으로 이 일을 한다면 이 일은 하기 어려워요. 그때그때 조금 힘들 순 있겠지만, 크게 봤을 때 돈을 못 벌어서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곧 떠나더라고요.  
원미솔  지금 이 순간 연습을 하고 있거나 공연을 하고 있는 이 땅의 앙상블들 중 ‘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무대에 서는 이 작업을 행복하게 여기면서 그 다음 목표를 향해 긍정적으로 달려가요. 물론 처우나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개선을 원하는 건 있겠죠. 제 생각에 확실히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은 전체 개런티라고 봐요. 앙상블의 개런티를 무조건 올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적인 개런티의 배분 구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윤길  전 앙상블을 뽑을 때 캐릭터에 맞는 사람들을 뽑았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빌리 엘리어트>를 봤는데, 마을 주민들 캐릭터를 잘 맞춰 뽑으셔서 전체적으로 풍부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럼 뿌듯한 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윤길
  작은 역을 맡아 뒤에만 있었는데도 나를 알아봐 주고, 나의 몸짓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때 굉장히 감동해요. 그러면 저는 제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거죠.  
원미솔  요즘 마니아들이 매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앙상블도 팬클럽이 있어요.
이지은  남자만.(웃음)
원미솔  과정이라 생각해요(모두 웃음). 그래도 외국에서는 관광객과 어르신밖에 없잖아요. 외국 스태프들이 한국에 오면 굉장히 좋아해요. 젊은 관객들이 극장 안에 있다고. 남자배우 편중화만 조금 바꿀 수 있으면 그 어느 시장보다 열기 있는, 에너지 있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앙상블 신, 앙상블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이지은
  <컨택트>와 <피핀>. <피핀>은 정말 앙상블이 끌어가는 작품이거든요. 관객과 소통하고, 주인공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게 앙상블들이에요. 정말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에요. 저는 전체적인 극을 앙상블이 끌어가는 극이 좋아요. <컨택트>는 대사 없이 몸으로 말을 하는 작품이라 정말로 매력이 있어요. 너무 늙기 전에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윤길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콘보이쇼>에 열두명이 출연하는데, <컨택트>에 출연했던 배우가 다섯 명, <코러스 라인>에 출연한 배우가 다섯 명이 있어요. 진짜 슈퍼 앙상블들이 모였어요.(웃음) 앙상블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지금 하고 있는 <콘보이쇼>가 아닐까 생각해요. 일곱 명이 서로 조화롭지 않으면 극이 진행될 수가 없는 작품이에요. 한 사람마다 시를 발표하는데, 그 한 사람이 시를 읽을 때 돋보일 수 있도록 여섯 명이 받쳐주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모두가 앙상블이 되는 거죠.   
원미솔  전 <피맛골 연가>요. 김생과 홍랑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마을 사람들, 쥐들이 굉장히 노력하면서 하나의 점에서 에너지까지 참 잘 보였어요. 다른 공연에서 조연하는 친구들이 앙상블에 대거 들어가면서, 나이대가 아주 어리지도 않았고, 보기에도 에너지가 철철 넘치더라고요. <피맛골 연가>는 정말 인상 깊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0호 2011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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