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열정을 무대에 수놓고, 이제 총총 떠나가는 빌리,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빌리를 보내며, 마이클처럼 외쳐본다. “또 보자, 빌리!”
사진으로 보는 <빌리 엘리어트>의 추억
2008년 11월 24일 한국프로덕션 론칭 기자 간담회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와 작가 리홀, 작곡가 엘튼 존이 만나 2005년 런던에서 초연한 이후 영국, 호주,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프로덕션 론칭을 알렸다. 2004년부터 이 작품의 제작사 워킹타이틀사와 접촉해 아시아 최초, 첫 비영어권 프로덕션으로 라이선스를 따 낸 매지스텔라의 문미호 대표는 적역을 찾는 오디션과 공연 전까지 탭댄스, 발레, 애크러배틱 등 빌리가 되기 위한 모든 교육 과정을 담당할 ‘빌리 스쿨’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2009년 2월 ~ 2010년 1월 공개 오디션 ‘빌리 찾기 대장정’ 시작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9~12세 신장 150cm 이하 대한민국 소년’을 대상으로 펼친 첫 오디션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2009년 2월 1차 공개 오디션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지에서 진행한 비공개 오디션을 포함하여, 2010년 1월 4차 공개 오디션까지 1년간 ‘빌리 찾기’ 대장정이 펼쳐졌다. 1년여의 오디션을 거쳐 간 소년의 수는 800명이 넘는다.
2010년 3월 2일 제작 발표회
공연 개막 5개월 전인 2010년 3월 2일 오전, 수많은 언론의 관심과 염려 속에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은 특히 약 10개월 동안의 장기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4명의 1대 빌리가 처음 소개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레를 베이스로 2009, 2010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차례로 수상한 김세용과 임선우, 탭댄스 신동 정진호, 그리고 <라이온 킹>, <명성황후> 등 뮤지컬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지명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2009년 4월 ~ 2010년 2월 ‘Making Billy Project’ 트레이닝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6인의 빌리 후보들은 오디션 직후부터 제작사 측에서 설립한 ‘빌리 스쿨’을 통해 연습에 들어갔다. 소년들에게는 노래와 연기, 고난도 발레와 탭댄스, 애크러배틱, 힙합 등을 배우면서 빌리의 모습에 한 걸음 다가가는 시간이면서, 최종 캐스팅 선발을 위한 꾸준한 평가의 시간이기도 했다. 2010년 1월 최종 캐스트 확정을 위한 4차 오디션에서는 이렇게 연습해 온 16명의 소년들 중 4명이 최종 선발되었다.
2010년 4월 5일 ~ 10일 대한민국 1대 빌리 필드트립 - 브로드웨이, 시카고
한국 빌리들과 호주 빌리, 브로드웨이 빌리들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리허설에 앞서 견학에 나선 한국 빌리들은 그간 노래와 안무로만 접해오던 작품을 처음으로 관람하며 자신의 공연을 미리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 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해외의 선배 빌리들로부터 “빌리를 연기하는 모든 시간을 즐기라”는 덕담을 들었다고. 이후 4명의 빌리는 시카고에서 오리지널 연출가인 스티븐 달드리와 안무가 피터 달링을 만나 가슴 떨리는 시간을 가졌다.
2010년 6월 DIMF 개막식 첫 공개
대한민국 빌리들의 공식 첫 무대가 대구에서 공개되었다.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식 행사에 초대된 빌리는 4명이 함께 ‘Electricity`를 선보이며 많은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사실상 4월 중순부터 시작된 리허설의 중간 점검이자 8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자 찾았던 DIMF 무대에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2010년 8월 13일 공연 개막
3년간의 사전 제작 기간, 17주간의 리허설을 마치고 드디어 7개월간의 장기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탄탄한 원작과 어린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감동적이었다는 후기가 이어지면서 조용하고도 꾸준한 흥행의 불씨가 이어졌다.
2010년 10월 18일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3개 부문 수상
2006년 영국 올리비에 어워즈(3명)에서부터 시작된 ‘초대 빌리의 공동수상’의 영예는 2008년 호주 헬프만 어워즈(4명), 그린 룸 어워즈(5명), 2009년 미국 토니 어워즈 (3명) 등을 거쳐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2010년 화제작 <모차르트!>의 김준수와 함께 신인남우상을 받은 김세용, 이지명, 정진호, 임선우 4명의 빌리는 최연소 수상자라는 영예도 얻었다. 이외에도 최우수 외국뮤지컬상, 여우조연상(정영주) 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다.
2010년 10월 18일 ~ 11월 8일 사진전 ‘소년, 빌리가 되다’ 개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신데렐라 언니>, <탐나는 도다> 등의 스틸작가 정은아가 1대 빌리들의 트레이닝 때부터 공연 시작까지 1년 반여 함께하며 찍은 사진이 신사동 캐논 플렉스에서 공개되었다. 평범한 소년에서 뮤지컬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빌리의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 앞에서 팬들도 빌리 자신들도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2010년 11월 7일 100회 공연과 사인회
빌리 각자의 개성으로 수많은 ‘이모팬’을 양산하며 사랑을 받아온 <빌리 엘리어트>의 100회 공연이 있던 날, 커튼콜에는 네 명의 빌리가 함께 튀튀를 입고 ‘Expressing Yourself’의 탭탠스를 선보였다. 공연 후, 로비에서 사인회를 가졌는데, 사인을 받거나 빌리들을 보기 위해 로비를 꽉 채운 관객들로 마치 아이돌 스타의 사인회를 방불케했다고.
2011년 1월 1일 뉴 빌리 박준형 첫 공연
숨겨져 있던 뉴 빌리가 1월 1일 공개되었다. 2010년 최종 오디션에서 5번째 빌리로 낙점된 후 조용히 훈련하던 박준형 빌리다. 각자 자신의 베이스와 개성에 기반한 ‘일렉트리시티’ 버전을 가지고 있던 빌리들처럼, 준형 빌리는 발레 베이스에 파워를 겸비한 스트릿 버전을 동시에 선보이는 안무를 보여주며 막바지 흥행 몰이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2011년 2월 27일 공연 종료
LG아트센터 사상 최장 기간 공연된 <빌리 엘리어트>는 231회 공연 동안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팬들의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충분한 사전 제작 기간, 아역 배우들의 잘 다듬어진 실력과 열연 그리고 쉽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를 끝까지 뚝심 있게 끌고 나간 프로덕션의 힘이 빛을 발한 공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빌리 엘리어트>를 떠나보내며
왼쪽부터 이지명, 박준형, 정진호, 김세용, 임선우
BILLY 빌리
+ 김세용
공연을 마치는 소감> 이제까지 무사히 해 와서 자랑스러운데, 공연이 끝나면 몇몇 친구들을 못 보게 돼서 무척 아쉬워요.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9cm 내가 느낀 빌리> 까칠하지만 자기 속마음을 잘 표현하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아이. 초반엔 클래식한 빌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하다보니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감정에 솔직한 빌리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잊지 못할 순간> 다른 빌리들이 아파서, 저랑 진호가 더블캐스트로 2주간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주에 제가 4.5회(4회 공연과 1막 공연) 공연을 했어요. 힘들긴 했어도 매일 빌리에 몰입할 수 있어서 공연하는 게 더 좋고 행복하더라고요.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 다시 못 만날 좋은 추억. 노래랑 연기도 배우고, 친구들도 사귀게 해주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연이었어요!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민기가 마이클로 공연했던 날이 유별나게 즐거웠어요. 다른 마이클들과는 많이 익숙해진 느낌이었는데, 민기랑은 오랜만에 색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공연을 정말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아찔했던 순간> 장염에 걸려서 딱 한 번, 공연을 1막만 하고 내려왔어요. 아파도 참고 공연을 하는 편인데, 그땐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공연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 빌리들이랑 미국에 다시 가고 싶어요. 작년 4월처럼. 브로드웨이의 <빌리 엘리어트>도 다시 보고 싶고요. 다시 공연을 한다면> 성인 빌리를 하고 싶어요! 빌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느껴보고 싶어요. 그리고 윌킨슨 선생님? 하하. 발레 선생님이 되어서 빌리를 키워나가는 과정이 궁금해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빌리들에게. 2년 동안 함께 연습하고, 놀고, 먹고, 자고, 같이 공연하면서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기억에 무지 많이 남을 것 같아. <빌리 엘리어트> 끝나고도 서로 잊지 않고 계속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자!
+ 이지명
공연을 마치는 소감> 200회 때, 빌리 대기실에서 스탠바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 거울에 저희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붙어 있어요. 사진을 보고 있는데 그때, 진호의 ‘레터’가 들리는 거예요. 갑자기 막 슬펐어요. 지나간 추억이 새록새록 하나씩 밀려오더라고요.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20cm 내가 느낀 빌리> 겉으로는 나쁜 아이, 그러니까 차도남?(웃음) 가까운 사람에게 사근사근하게 못하고, 약간 다혈질인 아이지만, 속으로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는 아이. 다시 공연을 한다면> 윌킨슨 선생님하고 싶어요!(웃음) 누군가에게 희망을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해보고 싶어요.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은> 뮤지컬 배우가 꿈인 제겐 모든 게 다 선물이에요. 제 꿈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경험이었어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모든 배우님들을 존경하지만, 이주실 배우님. 힘들어 할 때 제 곁에 오셔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시고, 뮤지컬 배우로서 한 걸음 더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이주실 배우님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존경한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공연 중 재밌었던 에피소드> 얼마 전에 2막 ‘Kissing’장면에서 마이클의 미미를 가지고 노는 부분이었는데요, 미미를 꺾다가 그만 머리를 뽑아버렸어요. 순간 당황했죠. 마이클은 그것도 모르고 와서 미미를 가져갔는데, 몸만 가져간 거죠. 머리는 제 손에 있고. 큭큭. 마이클은 미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야 하는데 머리가 없고, 순간 우리 둘 다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끔찍했던 순간> 인대가 늘어나서 공연을 2주간 하지 못했을 때.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저 때문에 고생하는 다른 빌리들에게 미안해서 연습실, 분장실에 가 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어요. 쉬는 동안 명언집을 매일 읽었어요. 모두 제게 의미가 있는 말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게 ‘오늘의 위기는 내일의 농담거리’, 딱 제 이야기 같았어요. 공연 끝나고 다음날 하고 싶은 것> 당장 다음 날 공연이 없을 걸 생각하니 즐겁지만은 않아요. 마음이 허할 것 같고. 일단 푹 쉬고 싶어요.
+ 정진호
공연을 마치는 소감> 연습할 때는 2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난다 하니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 서운해요.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2cm 내가 느낀 빌리>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는 아이였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줄 아는 소년. 공연 중 재밌었던 에피소드> 윌킨슨 선생님과 빌리가 화장실에서 얘기하는 장면에서 제가 화장실 문을 너무 꽝 닫아서 안에 달려 있던 램프가 떨어져 깨졌어요. 다음에 ‘Expressing Yourself’로 장면 전환을 해야 하는데, 램프 파편이 떨어져 있었던 거죠. 세트를 미니까 와그작 소리가 났어요. 그때 윌킨슨선생님이 ‘성질머리하고는~!’이라고 애드리브 하셨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다 웃었죠. 끔찍했던 순간> 세용이 형과 2주 동안 공연했을 때. 형이 콩쿠르, 실기 시험이 있어서 그 연습까지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틀을 이어서 공연에 올라갔는데, 2막은 힘들겠더라고요. 결국 형이 퀵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2막에 올라갔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다시 공연을 한다면> 만약 발레를 계속하게 되면 성인 빌리? 토니도 하고 싶어요. 남자앙상블의 ‘Angry Dance’나 ‘Solidarity’ 춤이 정말 멋있어요. 한 가지 꿈이 있다면, 영국 <빌리 엘리어트> 5주년 때, 스무 명의 빌리가 하는 ‘Electricity’ 메가 믹스가 정말 멋있었어요. 우리 1대 빌리들도 5주년에서 2, 3, 4, 5대 빌리와 함께 춤을 췄으면 좋겠어요. 꼭 해보고 싶어요!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 연습 땐 제 틀 안에 갇혀있어서, 화를 내라고, 연기를 하라 하셔도 잘 못했어요. 공연을 하면서 조금은 그 틀을 깬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성적이었는데 이젠 활발해졌어요. 이 공연을 하면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나 좋은 추억을 선물 받았어요. 또, 빌리에겐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도 선물 받았어요. 공연이 끝난 다음 날 하고 싶은 것> 콜라의 한을 다 풀어야겠어요.(웃음) 아, 공연 끝난 다음 날 빌리들, 스태프 선생님들하고 꼭 놀러 갔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모두에게 감사해요!
+ 임선우
공연을 마치는 소감> 그냥 이상해요. 실감이 아직 안 나요. 공연이 끝나는 날이 되면 엄청나게 슬프겠죠? 일년 반 동안 계속 연습했는데 끝나니까.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3cm 내가 느낀 빌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내는 멋진 아이! 다시 공연을 한다면> 마이클이 하고 싶어요! 캐릭터가 재밌어요. ‘Expressing Yourself’ 해보고 싶어요. 공연 중 아찔했던 순간> 아마 초반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복싱 글러브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놓고 와서 맨손으로 복싱한 적이 있어요. 히히. 그래서 열쇠를 발로 잡아야 하는데, 글러브를 안 꼈잖아요. 손이 있는데 왜 발로 잡겠어요. 그냥 손으로 잡았는데 다행히 발레걸즈가 딱 맞춰서 들어왔어요.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 무대 경험. 발레 무대의 경우엔, 콩쿠르도 한 일분 정도 하고, 공연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오래 무대에 선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두 시간 반을 주인공이 되어 이끌어 가야 하니까 무엇보다 무대 경험이 많이 쌓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애크러배틱, 탭댄스, 연기나 노래도 배웠으니까 발레를 할 때도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공연 끝나고 다음 날 하고 싶은 것> 발레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마이클 형들이랑 발레걸즈들에게… 지금까지 일년 반 정도 거의 매일 봐 왔는데 싸우기도 하고 즐겁게 놀기도 하고 했잖아. 마지막까지 평화롭고 정답게 같이 쭉 가자.
+ 박준형
공연을 마치는 소감> 새해 첫날에 처음 무대에 섰는데, 벌써 공연 끝난다니까 많이 슬퍼요. 형들이랑 헤어지는 것도 슬프고, 공연이 끝나면 극장에서 모두 다 떠나니까요. 몇 년 동안 연습하고 그랬는데…<빌리 엘리어트>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도 미안해요. 한편으론 더 이상 긴장 안 해도 되니까 그건 좀 편해요.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3cm 내가 느낀 빌리> 처음엔 나쁜 아이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착하고 순수한 아이였던 것 같아요. 나빠진 게 다 엄마 때문이에요! 엄마가 없어서 슬프니까. 보통 땐 할머니도 잘 챙겨드리고, 엄마가 나오면 화내지 않고 순수하게 바뀌어요. 그런 감정을 초반에는 잘 몰랐는데 공연을 하다보니까 알게 되었어요. 다시 공연을 한다면> (당연히) 빌리하고 싶죠! 스탠바이 빌리라도. 그리고 마이클! 성인 빌리!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 무대 경험! 공연을 하기 전에는 너무 떨리고 창피해서 무대에도 못 올라갔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혼자서 스스로 옷 걸고 정리하고 이런 생활적인 면도 배웠어요. 공연 중 가장 재밌었던 순간> 2011년 1월 1일 제 첫 공연이랑 200회 공연 때 많이 즐거웠어요. 커튼콜 때 아주 뿌듯했고, 마지막에 빌리들 다섯 명이 함께 무대에 섰는데 완전 좋았어요. 가장 아찔했던 순간> 두 번째 공연. 긴장은 풀리고, 흥분은 더 했나 봐요. 정신이 그냥 나갔어요. 그래서 대사, 안무 실수를 많이 했어요. ‘Breakfast’신, ‘First Toilet’신, 그리고 ‘Electricity’에서도 실수했어요. 아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앞으로의 꿈> 발레리노요! 아, 뮤지컬도 하고 싶은데… <지킬 앤 하이드> 꼭 할 거예요. 완전 카리스마 있고 멋져요. <빌리 엘리어트>를 좋아하시는 이모팬들처럼 저는 진짜 <지킬 앤 하이드> 좋아해요. (<빌리 엘리어트>보다 더 좋아요?) 에이... (웃음) <빌리 엘리어트>가 더 좋죠! 제 생애 최고의 작품인걸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빌리 형아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진호 형은 경제학 박사가 꿈이니까 꼭 이루고 성공했으면 좋겠고, 세용이 형, 선우, 저는 발레리노가 꿈이니까, 다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되어서 같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지명이 형은 멋진 뮤지컬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대표님. 집에는 엄마가 있다면 공연장에선 대표님이 꼭 저희 엄마 같았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챙겨주신 샤프론 예진 선생님, 지은 선생님은 생명의 은인이에요. 고맙습니다. 공연 끝나고 다음 날 하고 싶은 것> 공연 끝나고 다음 날 형들이랑 만나서 같이 놀고 싶어요. 놀이동산도 가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을 거예요. 그간 몸 관리, 목 관리 때문에 못 먹었던 햄버거,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과 아이스크림, 끝나면 다 먹을 거예요!
왼쪽부터 이성훈, 박예은, 김범준
MICHAEL 마이클
+ 이성훈
공연을 마치는 소감> 시원섭섭해요. 재공연 했으면 좋겠는데.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0cm 내가 느낀 마이클> 빌리의 기분을 자꾸 풀어주려고 일부러 활발한 척을 하는 속 깊은 친구? 빌리가 사랑스러워 보일 때> 어... 사랑스러운 건 없는 것 같은데. 다시 공연을 한다면> 대부분의 역할을 다해보고 싶어요! 원맨쇼, 하하하! 토니 형이나, 윌킨슨 선생님, 빌리 해보고 싶어요. 가장 재밌었던 일> 얼마 전에 모니터링을 하는데, 빌리가 윌킨슨 선생님께 계속 부채를 안 줬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애드리브로 ‘부채 내놔!’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어찌나 웃겼는지. 전 그런 일이 생기면 당황해서 애드리브는 못 쳐요. 아직은 초보라.(웃음) 가장 끔찍했던 일> ‘Expressing Yourself’ 끝나고 나서 무대 오른쪽에서 나와야 하는 세트의 사다리가 쾅 내려와서 공연이 중단되었어요. 세트가 안 나오고, 윌킨슨 선생님이 공연 지연 멘트를 하셨죠. 어휴, 깜짝 놀랐죠. <빌리 엘리어트>는 자신에게 어떤 공연> 가장 크고, 길었던 공연. 큰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빌리 엘리어트>가 준 가장 큰 선물> 어... 사회생활을 많이 알게 해줬어요. 히히히. 사회란 건... 많이 심하게 까불면 안 되고요, 얌전히 있어야 해요. 혼나면서 알게 되었어요. 마이클들끼리 투닥거리기도 했는데, 민기랑은 서로 흥분하면서 싸웠고, 범준이 형은 원래 성격이 까칠해요. 이 사람에게 이말 꼭 하고 싶다> 탭을 가르쳐 주신 김길태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도 보고 탭도 많이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공연 끝나고 다음 날 하고 싶은 것> 놀아야죠. 범준이 형이랑. 끝나고 아역들끼리 놀고 싶어요.
+ 김범준
공연을 마치는 소감>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은데…(웃음). 그냥 첫 작품이라 그런지 신기하고 다 재밌었어요.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5cm 빌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순간> 개인적으로 빌리가 사랑스러웠을 때는 없고요.(웃음) 마이클 역으로서는 빌리와 함께 춤추는 ‘Expressing Yourself’때 가장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 제 꿈을 만들어준 뮤지컬. 제 끼를 찾게 해주었죠. 가수가 되고 싶어요. 공연 중 가장 끔찍했던 일> 대사를 빼먹었어요. 한 번. 로열 발레 스쿨에서 편지가 와서 빌리 가족들이 다 열어보려고 하잖아요. 그때 무대 뒤에서 제가 ‘나중에 보자, 빌리’라고 대사를 해야 하는데, 정신을 놓고 대사를 안 한 거에요. 지명이가 저를 멀뚱히 보고 있다가 혼자 대사를 해서 다른 배우분들이 좀 어리둥절하셨나 봐요. 진짜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엄청난 실수였어요. 그때 배우로서의 책임을 느끼게 됐어요. 다시 공연을 한다면> 스몰보이 하고 싶어요. 공연 끝나고 다음 날 하고 싶은 것 > 가족들이랑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싶어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이름은 안 밝히고 말해도 되죠? 이렇게 처음 공연을 했는데 제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그분께 정말 감사해요.
DEBBIE 데비
+ 박예은
<빌리 엘리어트>가 준 선물> 주인공이 꿈을 이루는 내용이라, 제게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배우가 꿈인 제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해준 공연이에요. 오디션부터 막공까지 신장 변화> 13cm 내가 느낀 데비> 대본을 처음에 받았을 때는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100회, 200회 공연을 해보니까 데비라는 애가 막 못된 애는 아니구나, 정도 있고, 또 적극적이고요. 조금 얄미운 구석은 있어요. 빌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순간> 데비가 빌리를 좋아했다면, ‘Solidarity’ 장면 마지막에 ‘너 내일도 올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미 그런 마음을 담고 있었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하루 발레가 늘어 피루엣을 도는 모습을 보고 사랑스럽게 느꼈을 것 같지만 안 좋아하는 척하려고 일부러 못되게 구는 것 같아요. 다시 공연을 한다면> 애들한테 막말하지만 밉지 않은 윌킨슨 선생님이랑 할머니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모니터링을 하다 할머니를 처음 봤어요. 칼 들고 ‘내놔!’하는 장면이나 갑자기 가운뎃손가락 욕하시는 모습도 너무 웃기고, 할머니가 그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요. 공연 끝나고 다음 날 하고 싶은 것> 여행이요! 2010년에는 한번도 여행을 못 갔어요. 전에는 낚시도 좋아하고 게 잡는 것도 좋아했는데… 작품 끝나면 허전할 테니까, 엄마랑 아빠랑 섬에 가고 싶어요. 이 사람에게 이 말 꼭 하고 싶다> 특히 원 캐스트이신 할머니, 빌리 아버지, 윌킨슨 선생님 이 세 분께 너무 감사드려요. 정영주 선생님은 ‘넌 언제까지나 내 딸이야’ 하시면서 제게 응원을 해주셨고, 이주실 선생님도 배우의 길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조원희 선생님도 제가 대사에 대해 힘들어 할 때 다양하게 대사를 해보도록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박데비’로 부르며 응원해 주신 모든 성인 배우들께 감사드려요.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그리고 아이들에게
+ Grandma 할머니 이주실
공연 중 인상적인 일> 아이들과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인 이주실이 나올 때가 가끔 있었어요. 아이들은 1막 ‘Breakfast’ 장면같이 일상적인 장면에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아요. 잘못해서 식탁에 있는 병을 떨어뜨리거나 하면 신인들이라 공연 내내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죠. 애들이 그런 실수를 하면 전 치매 걸린 할머니인데 갑자기 손이 먼저 나가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의 성향과 습관을 파악하게 되어서 광부들과 얘기하면서 아이들이 쓰러뜨리지 않게 소품을 놓아주게 돼요. 이게 할머니 마음이기도 하고, 배우 이주실의 마음이기도 해요. 23명의 아이들에게> 배우가 되기 원해서 오기도 하고, 지금 나이에 이런 체험도 괜찮겠다는 부모님의 권고로 온 아이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배우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절반은 이룬 셈이지만, 앞으로 독서와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학교생활을 성실히 해야 나머지 절반을 채울 수 있다고 전하고 싶어요. 배우가 꿈이 아닌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힘들게 겪은 이 공연이 너희들 각자의 꿈을 이루는 데 자양분이 될 거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 Dad 아빠 조원희
가장 인상적인 순간> 아들의 천재성을 드디어 알아채고, 갈등을 하게 되는데, 결국은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고,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까지 아들의 미래를 후원해주는 장면, 결국은 아들을 도시로 떠나보내면서 자신은 다시 지하 수백 미터 아래 갱으로 들어가는 장면, 아들 앞에서는 차마 눈물을 보이지 못하고, 그냥 잘 다녀오라고 미묘한, 복잡한 감정 연기를 할 때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섯 명의 빌리가 한번도 남의 아들이라 생각해본 적 없이 다 내 아들이고, 내 어머니고, 내 동료들이었어요. 23명의 아이들에게> 배우를 꿈으로 가지고 있는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이 공연에서만큼은 모두 책임감 있는 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어요. 초반에는 아이들이 정말 아이들 같았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같은 동료 배우의 모습들로 변해 가더군요. 그러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배움을 얻으며 연기를 하는구나 싶었어요. 사실 이번에 배운 게 많습니다. 인내도 많이 필요했고, 어른으로서 다시 배워야 하는 점도 있었죠.
+ Mrs. Wilkinson 미세스 윌킨슨 정영주
미세스 윌킨슨으로서의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Last Class’ 장면에서 빌리와 윌킨슨의 이별 장면. 윌킨슨은 빌리를 통해 몰랐던 자신을 찾아요. 그 이별 이후 윌킨슨도 분명히 삶에 대한 마음,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좀 달라졌을 거예요. 특유의 직설적인 스타일은 못 버리고, 여전히 줄담배를 피우겠지만 빌리 덕에 아이들하고 가끔씩 웃으면서 수업을 할 만한 여유를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윌킨슨에겐 빌리가 고마운 존재죠. 그 점을 윌킨슨이 안다는 것. 무대에서 그 점이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한 캐릭터에서 그 캐릭터의 지금까지 삶이 보이도록 연기한다면 배우로서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에 한 관객이 ‘윌킨슨은 그렇게 살아왔겠군요’라고 말씀해주셔서 놀라고 감동받았어요. 23명의 아이들에게> 이 거지 같은 동네에서 빨리 꺼져버려!(웃음)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에 주저앉지 말고, 그냥 온전한 자신으로, 신나게 살아있는 것같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선생님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정영주 선생님을. 저도 한동안은 애들 보고 싶어서 끙끙 앓을 것 같아요.
+ Billy`s Older Self 성인 빌리 신현지
공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 사실 매일 아찔해요. 무용수들은 하루 이틀 정도 무대에 서면 적응이 되는데 <빌리 엘리어트는> 매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의자를 밟고 한 바퀴 도는 장면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그때 제가 처음으로 무대에 대(大)자로 누워봤어요. 순간 ‘아... 일어날까, 아님 아픈 척하고 누워있을까’ 고민했어요. 하하. 아, 그리고 전에 의자를 손에서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연습 때 오리지널 안무가가 “어린 빌리가 의자를 쓰러뜨리는 경우엔, 사람들이 ‘의자를 직접 돌리는 거였구나!’하고 귀여워하는데, 성인 빌리가 쓰러뜨리면 성인이 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실망할 거다”라고 주의를 줬거든요. 순간 아찔했어요. 이 작품은 제 인생에서 정말 잊지 못하는, 그리고 정말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빌리들에게> 너희들 모두 정말 대단해!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진짜 빌리였어! 외국 작품을 흉내 내서 연기한 게 아니라 너희들 인생이 이제 온전히 빌리가 된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것 같아!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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