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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오스트리아에서 나눈 모차르트와의 교감 [NO.92]

글 |신영숙 사진제공 |신영숙 2011-06-02 5,050

지난해 <모차르트!>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은 신영숙 씨가 올해 다시 같은 배역을 맡는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 모차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고 그 기록을 보내주었다. - 편집자

<모차르트!> 연습 시작 전 열흘 간 귀한 여유가 생겼다. 조금은 충동적이고 빠듯하지만 지금이 기회다. 모차르트 공연 내내 불렀던 ‘오~ 여긴 오스트리아 빈’, 바로 그곳에 가서 모차르트를, 그들의 문화를, 예술을, 공기를 피부로 느끼고 마음에 담아오자. 결심하는 순간 난 이미 배낭과 트렁크를 챙겨들고 비행기에 앉아서 일정을 짜고 있다. 자! 이제 모차르트를 만나러 가볼까? 오스트리아로!

 

 


1. Mozart in Salzburg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 잘츠부르크로 설렘을 안고 출발했다. 먼저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으로 향했다. 1756년 1월27일에 그가 태어나 1773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노란색의 건물은 소박하지만 따듯하게 느껴졌다. 어린 모차르트가 저 부엌에서 밥을 먹고, 이 층계에서 뛰어다니며, 요 작고 사랑스러운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모차르트의 머리카락이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벽을 넘어 그가 더 가까이 느껴지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그의 초상화에 손을 뻗었다. 벽에는 가족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레오폴드와 콘스탄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그리고 레오폴드는 정말 서범석 배우를 닮은 것 같았다. 특히 코 부분!)

 

모차르트의 집 Mozart Wohnhaus
모차르트가 1773년 이사와서 8년 동안 수많은 곡을 만들어 낸 곳이다. 모차르트가 살았던 곳들마다 오페라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의 무대 세트와 악보까지 모아서 아기자기하게 뮤지엄으로 꾸며놓은 정성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곳에서 청소년이 된 모차르트는 예술적으로 더욱 성장하면서 자신의 예술 의지와 아버지 레오폴드의 가르침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했겠지. 이곳으로 모차르트와 레오폴드를 설득하러 찾아왔을 남작 부인을 그려보았다.

 

 

 

 

2. 오, 여긴 오스트리아 빈!
남작 부인의 인도를 따라 간 빈! 모차르트 스스로도 재능을 살리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던 곳, 어디를 찍어도 예술사진이 되는 여기 오스트리아  빈! 이곳 빈에 산다면 누구라도 예술가가 되지 않을까?

 

쇤브룬 궁전 Schloss Schobrunn
1762년 10월 13일 당시 6세이던 모차르트가 이곳 쇤브룬 궁전 안 마리아 테레지아 가족 앞에서 연주를 했고, 그 연주가 어찌나 훌륭했던지 근엄한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몸소 신동을 안아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궁전으로 가는 길엔 모차르트 외에도 합스부르크 가문을 최전성기로 이끈 마리아 테레지아와 너무나 유명한 황후 엘리자베트(시씨)를 비롯한 왕가의 사람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게 해놓았다. 쇤브룬 궁전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그 엄청난 규모의 궁전과 광대한 정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 넓은 정원을 거쳐, 저 수많은 창문의 화려한 방들을 지나 첫 연주를 하러 걸어갔을 어린 신동 모차르트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쇤브룬 궁전 내부 투어를 위해 난 ‘시씨 티켓’을 끊기로 했다. 이 티켓으로 호프부르크 왕궁에 있는 엘리자베트 황후를 기리는 뮤지엄까지 관람할 수 있다. 쇤브룬 궁전 투어는 모차르트보다는 엘리자베트에 대해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시씨에 대한 자료도 정말 방대해서 엘리자베트 이야기는 따로 해야 할 것 같다. 이곳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반갑고 재미있었다. 쇤부른 궁전 안 투어를 하면서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거울의 방이 기억에 남았다. 아름다운 거울들이 걸려있는 품위 있는 방이었는데 다른 관광객들만 없었다면 나도 노래 부르고 싶은 충동이 살짝 들었다.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궁전에 뮤지컬 <모차르트!>와 <엘리자벳>의 작곡가인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업실이 있다니 친근하기 그지없는 우리 작곡가 선생님이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성 슈테판 성당 St.Stephansdom
모두들 그랬을 테지만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슈테판 성당의 위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빈의 건축물들은 어딜 가도 항상 나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이 성당에서 1782년 8월 4일 모차르트와 콘스탄체가 결혼식을 올렸고, 1791년 12월 6일 모차르트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내부 또한 웅장함과 화려함을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지금도 이곳에서 실제 예배가 행해진다니 몇 백 년의 시대를 거슬러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도드렸을 이 공간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나도 모차르트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차르트!> 공연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촛불을 밝혔다.

 

호프부르크 왕궁 Hofburg
호프부르크 왕궁을 일요일 일정으로 잡은 건 왕궁 왕실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슈테판 대성당에서 케른트너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나타나는 또 한번의 놀라운 건축물! 대체 여기 빈에선 언제까지 감탄사를 연발해야 할까?
650년간 합스부르크 역대 왕조가 거주하던 성으로 구왕궁과 신왕궁을 합해서 총 10개의 건물이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은 너무 크고 볼거리도 많아서 하나의 작은 도시 같았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린 끝에 입석으로 예배를 드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빈 소년 합창단의 찬양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거의 10시간 가까이 걸었던 나의 다리가 휴식을 달라며 아우성치는 듯했지만, 말 그대로 천사같은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 소리에 피곤함은 곧 씻은 듯이 사라졌다.


왕궁 안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자료들이 잘 보존되어 각각의 뮤지엄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황제의 아파트먼트와 황실 보물관 등을 보며 화려했던 궁 생활 뒤에 가려진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엘리자베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뮤지엄은 악기 박물관이었는데 빈을 거쳐간 수많은 유명 음악가들이 연주했던 고대 악기들을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재미있었던 건 직접 연주해 볼 수 있었던 고대 피아노였는데 실제로 모차르트는 한때 이 작은 피아노로 작곡을 했다. 순간 모차르트에 빙의해서 모차르트 소나타 연주를 했는데  앗! 지나가던 관광객들의 박수 소리가 들린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모차르트 상이 있는 신왕궁에 가는 일정을 포기했는데 이럴수가! 빈에서의 마지막 날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우연히 도착한 곳은 모차르트의 상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의 신왕궁이었다. 마치 마지막으로 날 만나고 가라는 듯 모차르트가 인도해 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왕궁 앞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못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와, 이런 곳에서의 일상이라…

 

 

모차르트의 묘지를 가다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는 중앙묘지에는 모차르트가 없다. 그 앞에서 국화꽃만 사가지고 모차르트가 잠들어 있는 성 마르크스의 묘지를 향해 전철을 탔다. 중앙묘지와는 다르게 한적하고 인적도 없어서 여기가 맞나 두리번거리며 걷던 내 눈앞에 모차르트의 묘지가 나타났다. 갑자기 가슴이 누구한테 한 방 세게 맞은 듯이 아파왔다. 예상치 못했던 감정에 나 스스로도 놀라며 한참을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있었다. 부러진 기둥 모양의 묘비와 천재의 죽음에 슬퍼 흐느끼는 천사가 함께 있었는데 작고 소박하지만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져 인간적인 모차르트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묘지였다.


국화꽃을 내려놓는 순간 모차르트에 대한 만감이 교차했다. 사랑과 안타까움 그리고 반가움과 감사함을 함께 느꼈던 그 순간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었다. 내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받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혹시 그의 맘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진심을 담아 나지막이 ‘황금별’을 불렀다.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모차르트의 묘지 앞에서 불렀던 ‘황금별’은 잊지 못할 것이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 여행으로 다닐 수 있을 만큼 크지 않은 도시 빈! 그럼에도 무척 잘되어 있는 교통수단들, 몇 백 년의 전통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도시 곳곳의 역사적인 건축물들, 유명한 음악가들뿐 아니라, 미술사, 자연사,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뮤지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빈이 아주 거대한 도시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많은 것을 넘치게 보고 듣고 느끼게 해준 요번 오스트리아 빈 여행, 마음에 고스란히 담아 이번 <모차르트!> 공연에도, 또한 배우로서의 내 삶 속에도 녹여 내리라.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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