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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Director`s Choice] 베스트 신 [NO.92]

정리 | 이민선 2011-06-08 4,094

<더뮤지컬>이 뽑은 네 작품의 연출가들이 말하는 내가 사랑하는 장면

 

 

 

<광화문 연가> >>  이지나 연출 
뮤지컬 넘버 ‘애수’에서 숨겨두었던 감정을 쏟아내듯 춤을 추었던 한상훈이 잠시 숨을 고른 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듯 ‘슬픈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주인공인 작곡가 한상훈의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그가 라틴댄스를 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연출이다. 그 탓에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연출을 하고 싶진 않다. 뻔하지 않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좋다. 슬픈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는 것과는 다른 표현 방식을 사용하고 싶었고 그 결과 ‘애수’ 같은 장면이 나왔다. <광화문 연가>를 통해 주크박스 뮤지컬 연출은 처음 해보았는데,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에 모든 해답이 있었다. 그의 노래를 한참 동안 듣다 보면 그 곡이 어떤 감정과 분위기를 담고 있는지 느껴져서 이 곡을 어떤 장면에 써야할지 답이 보였다. 음악에서 모든 연출의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에 ‘애수’에서 라틴 댄스의 리듬과 애처로운 감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메노포즈> >>  이윤표 연출      
 배우로서 <메노포즈>에 참여했을 때는, 젊은 시절엔 말라깽이였는데 지금은 나이도 들고 살도 붙어서 속상해하는 장면에 배우로서나 여자로서 크게 공감했다. 연출을 맡고 나서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좋다. 네 명의 주부가 드레스를 차려 입고 나와 마무리를 한다. 단순히 화려한 피날레를 보여주기보다 주부들이 여성으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반짝이는 액세서리도 장식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씌워주는 왕관으로 삼아 주부들이 그간 고생했던 세월을 보상받는 듯이 연출했다. 갱년기를 맞아 여성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으로서 완성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대극장 무대에 <메노포즈>를 올린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을 무대 위로 띄워 올려 화려하게 꾸미고 싶다. 그들이 더욱 빛나 보이도록, 또 몸도 마음도 훨훨 날아갈 수 있게 표현해서 주부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지만 중극장 규모에서 그런 무대 장치를 사용하긴 어려워 아쉽다. 이번 공연에는 마지막 장면에 배우들이 등장할 때 뒤에서 밝은 조명을 쏘아 후광이 비치는 효과를 시도했는데 이것도 큰 극장에서 했더라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라 본다.

 

 

 

<젊음의 행진> >>  강옥순 연출
<젊음의 행진> 초연 때부터 변함없이 사랑받는 명장면이 많다. 장학퀴즈 장면이나 체육대회 신 등. 그런데 나는 안무와 음악, 드라마가 딱 맞아 떨어지는 ‘모여라’ 신과 ‘사고야 멈추어다오’ 신이 좋다. 이 두 장면은 누구 한 사람만 잘해서는 안 되고, 배우 전체가 하나가 되어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야 느낌이 살기 때문이다. ‘모여라’에서는 영심이를 비롯해 담임과 학생주임, 정자와 월숙이, 상남이 등 모든 배역이 등장한다. 음악 안에 배역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도록 설정되어 있어 재미있다. ‘사고야 멈추어다오’는 30분 만에 안무를 짰는데, 손전등을 사용해보자고 생각한 후 즉흥적으로 안무와 드라마를 만들었다. 암전 중에 손전등의 불빛을 통해, 노래하는 영심이와 경태, 형부, 그리고 사고 당한 스태프를 정확하게 비추어야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장면이다. 절묘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코러스도 마찬가지인데, ‘난 몰라 난 몰라’ 하고 합창하는 배우들도 노래에 맞춰 본인 얼굴에 손전등을 비추고 아주 코믹하게 고개를 흔들어서 웃음이 난다.

 

 

 

<사랑은 비를 타고> >>  오은희 연출 
형제의 화해를 뜻하는 피아노 이중주 장면이나 ‘사랑’을 합창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을 거라는 예상이 많겠지만 나는 유쾌하고, 말 그대로 즐거운, ‘즐거운 파티’를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겠다. 배우도 관객도 그리고 나도 즐겁기 때문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형제의 갈등과 외로움을 담고 있어서 생각보단 꽤 우울한 내용이지 않나. 그런데 ‘즐거운 파티’ 장면만큼은 모두 거리낌 없이 즐겁기를 바랐다. 형은 아이 같은 표정과 행동으로 파티를 맞이하는 모습을, 동생은 유치한 옷을 입고라도 형을 웃겨주려는 마음을 드러내게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업무부터 실패를 맛본 유미리에게는 형제에게 무언가를 베풀었다는 뿌듯함과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다. ‘즐거운 파티’는 그 순간만큼은 셋 모두가 즐거워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보면 갑작스런 생일 파티가 생뚱맞고 초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정전이 된 후에 맞는 판타지 같은 효과를 주고 싶었다. 극 속의 또 다른 극처럼 말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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