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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전문화되는 뮤지컬 배우들의 몸 관리 [No.78]

글 |정세원 2010-04-05 6,501

전문화되는 뮤지컬 배우들의 몸 관리

 

전문 피지컬 트레이너의 투입 
몸을 주로 사용하는 배우나 댄서들은 언제나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경우 대부분의 공연이 배우들의 부상을 대비해 각 배역에 대한 커버나 얼터, 스윙 배우들을 대기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형 뮤지컬 몇 편을 제외하고는 대개의 경우는 한 명의 배우가 그 배역을 책임지고 있다.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공연을 마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축구나 야구 등 주로 스포츠 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던 피지컬 테라피가 무용 공연에 이어 뮤지컬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피지컬 테라피는 배우들의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를 최대한 활용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무대에서 부상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만약 부상을 당했을 경우 재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8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피지컬 테라피스트 숀 갤러거가 내한, ‘필라테스’ 운동을 중심으로 한 공개강좌를 개최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지만 국내의 경우 춤의 비중이 많은 <캣츠>, <컨택트>, <노트르담 드 파리>, <남한산성>, <시카고>, <맘마미아> 정도가 피지컬 테라피스트의 관리 아래 공연을 올렸다. 무대가 경사지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어서 발목 부상을 자주 당하는 <맘마미아>(2006)와 섬세함과 유연성이 필요한 밥 포시의 안무를 선보여야 했던 <시카고>(2007)의 배우들은 일주일에 3회 정도 피지컬 테라피스트에게 몸 상태를 점검받았다. 당시 <맘마미아>에 참여했던 최정원은 “단순히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로마 테라피를 통해 긴장을 풀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도 “전문가들이 투입되니까 배우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기 몸을 점검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관리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캣츠>와 <남한산성>은 국립발레단원들의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는 이즈투 스포츠재활센터와 계약을 맺고 연습 기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배우들을 관리했다. 공연에 참여한 피지컬 테라피스트는 1~2명 정도. 이들은 공연 2~3시간 전부터 끝날 때까지 분장실에 상주하면서 배우들의 몸 상태에 맞춰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30~60분 정도씩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해주고 어깨, 허리, 목, 무릎, 발목 위주로 보강 운동을 시키는 데 주력했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무대 옆을 지키며 배우들이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하면 응급 치료하고 공연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왔다. <캣츠>에 참여했던 이지은은 “오랫동안 무대에 머물러야 하는 장면 직전에 갑자기 목 근육이 결린 적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응급 처치를 받은 덕분에 목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서 “몸을 잘 쓰는 배우라 하더라도 몸 관리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근육 강화 운동법 등을 배운 것이 이후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애크로바트와 비보잉, 현대무용을 결합시킨 댄서들의 격렬한 안무가 인상적이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와 춤으로 노래하는 뮤지컬로 화제가 된 <컨택트> 역시 연습실에서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피지컬 테라피스트를 투입시켜 배우들의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 <컨택트> 제작사는 “배우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스트레칭에 많은 신경을 쓴 덕분에 부상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배우들도 굉장히 만족해했다”며 처음으로 도입한 피지컬 테라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놀랍게도 1999년에 국내 첫선을 보였던 <페임>에도 피지컬 테라피스트가 상주했었다고 한다.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 <브레이크 아웃>의 제작사인 예감은 태권도와 쿵푸, 아크로바트, 비보잉 등의 격렬한 무술을 직접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의 몸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5년부터 피지컬 트레이너를 전속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공연 중인 배우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각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해주는 것은 물론 신입 배우들의 피지컬 트레이닝 수업을 진행하며 체력을 강화시키고 공연에 임하기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주치의 협약을 통한 배우 관리
모든 작품에 전문적인 피지컬 트레이너들이 투입되면 좋겠지만 제작 여건이 여유롭지 않은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공연 기간에 보험과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정도로 배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들이 체계적으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주치의 협약을 맺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2005, 2009)과 <에비타>에 참여한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 관리를 위해 목소리 전문 병원인 예송이비인후과와 제휴를 맺고 음성관리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다. 배우들은 30여 종의 첨단 검사 장비를 활용한 목소리 종합검진을 통해 기본적인 음역대 확인은 물론, 발성 패턴의 장애 유무 확인, 발성장애 및 발성피로의 원인을 분석해, 음성질환 가능성을 조기 진단할 수 있었다. 최근에 공연을 마친 <모차르트!> 역시 음역대가 높은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예송이비인후과와 제휴를 맺고 배우들의 목 관리를 도왔다. 공연을 하는 동안 이곳에서 관리를 받았던 박은태는 “공연 전후로 근육을 풀어주는 등의 관리 프로그램을 단기간에 적용시키지는 못했지만 체계적인 검사를 통해 목소리의 문제점과 그 원인을 알게 되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에비타> 출연 당시 관리를 받았던 김선영은 “병원에서 관리를 받는 것은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 배우들의 체력 관리가 우선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오는 8월 공연을 앞둔 <빌리 엘리어트>는 지난해 4월부터 연습을 하고 있는 어린 배우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아동 전문 한의원인 아이누리한의원과 배우 공식 주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배우들은 공연이 종료될 때까지 한방 정기 건강검진 및 처방, 임상 영양사와 임상 심리사로 꾸려진 전문 진단과 체력 증진 식단을 제공받는 등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게 된다.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되면 전문 피지컬 테라피스트의 관리도 더해질 예정이다. <연탄길>의 제작사인 조아뮤지컬컴퍼니도 최근 이은미내추럴한의원과 주치의 협약을 체결하고 배우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목소리를 위한 준비운동 tip (자료 제공 : 예송이비인후과)
1.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습에 임하기
2. 가벼운 몸풀기(어깨펴기, 목 운동 등)로 근육 이완시키기
3 시작할 때는 가장 편안한 목소리의 중간 정도로, 점진적으로 높은 소리나 낮은 소리 연습하기
 충분한 준비운동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극단적인 높은 소리나 낮은 소리를 피할 것
4. 일정한 소리가 나오는지 음역 변화 상태 점검하기
5. 노래를 부른 후에는 목소리의 끝맺음 운동하기(혀를 아래로 붙이고 탁구공을 입에 문 것처럼
 입천장을 올리고 볼과 입술을 진동시키면서 ‘우’ 발음을 5분간 내면서 성대를 부드럽게 해준다.)

 

* 최상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방법
1. 소리 지르거나 고함치지 말 것.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것도 피할 것
2. 말을 할 때는 적절한 호흡, 정상적인 목소리 유지할 것 
3. 목이 다시 회복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기
4. 소음과 먼지는 피하고 충분한 습도 유지할 것
5. 규칙적인 식습관(튀긴 음식, 기름진 음식, 카페인은 삼가할 것)과 규칙적인 운동(가장 좋은 운동은 에어로빅)
6. 불필요한 약물은 삼갈 것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8호 201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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