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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아이돌 스타, 뮤지컬 성적표 [No.79]

정리| 김유리, 박병성 2010-04-12 7,130

아이돌 스타, 뮤지컬 성적표


2010년 상반기 뮤지컬 흥행의 키워드 중 하나는 ‘아이돌’이다. 1세대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옥주현과 바다의 진출 이후, 2008년 ‘빅뱅’의 승리가 <소나기>에 출연하면서 이제 대작뮤지컬에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캐스팅이 있을 만큼 2~3세대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이 늘어났다. 지난 1월에도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와 <모차르트>의 시아준수가 활약한 이래, 4월에 개막하는 <형제는 용감했다>에는‘샤이니’의 온유, 5월에 개막하는 <태양의 노래>에는 ‘소녀시대’의 태연 등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출연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진출 소식은 잘 들려오는데 무대에 올라간 다음이 궁금하여,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뮤지컬 관계자의 평가를 빌어보았다. 다음은 현재까지 뮤지컬에 출연한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적표이다.  

 

참여자
박돈규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박병성 (본지 편집장)
원종원 (뮤지컬평론가, 순천향대 교수)
유희성 (前 서울시 뮤지컬단 단장)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정수연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별 다섯 개 만점

 

 

 

 

 

 

 

아이돌, 뮤지컬 무대를 장악한다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이 활발하다. 최근 가요계를 주도하는 아이돌그룹들은 뮤지컬 진출을 긍정적으로 타진하고 있고, 제작사 측에서도 아이돌 영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뮤지컬계는 아이돌 영입에 대해 새로운 관객이 몰려 미소를 짓는 반면, 한편으로 지나치게 스타성에 의존할 경우 뮤지컬계의 질서를 해칠까봐 우려도 하고 있다. <모차르트!>에 김준수가 출연한 이후 아이돌 출연은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아이돌 출연에 대해 이유리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좌담자 | 이유리 교수(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학과 학과장), 본지 박병성 편집장, 김유리 기자 

 

 

박병성  근래 들어 아이돌 스타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경향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유리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제작자들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에서 캐스팅이 중요한데 아이돌 스타를 영입해서 관객을 적극적으로 유입하고 작품을 대중화시키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돌이 출연한 작품이 좋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이런 풍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결정적인 계기는 <모차르트!>의 김준수였다.
박병성  작품은 많고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 인력 풀은 좁기 때문에 아이돌 영입이 활성화되는 것 같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작품의 인지도나 경쟁력을 높이려고 무리해서라도 아이돌을 캐스팅하려고 한다.
김유리  뮤지컬에 참여한 1세대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옥주현, 바다만 하더라도 티켓 파워보다는 홍보적인 측면에서 캐스팅하려는 의도가 컸던 것 같다. 이들의 티켓 파워가 지금처럼 전부 매진을 시킨다거나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이유리  아이돌 캐스팅을 반드시 마케팅적인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나 역시도 <페퍼민트> 때 바다를 캐스팅했는데, 캐릭터가 인기 댄스 가수이고 뮤지컬 배우 중에 무대 위에서 스타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배우가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다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가 가진 이미지나 기량, 음색이 기존 뮤지컬 배우 중에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 외부에서 유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유리  연예인 캐스팅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는 캐릭터에 맞는 인물을 찾다 찾다 연예인 캐스팅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아이돌 캐스팅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면이 크다고 판단해 상업적인 고려도 포함해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박병성  김준수는 모범적인 사례인 것 같다. ‘모차르트’라는 인물이 지금으로 치자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했다고 제작사에서 밝힌 것처럼 그가 작품 속 캐릭터와 잘 맞았다. 그로 인해 작품에 관심이 몰리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아이돌 스타들은 관객을 몰아오는 힘이 있다. <홍길동>에 출연한 예성, 성민 표가 상당수 팔렸다고 하는데 작품 자체는 장성군 홍보 뮤지컬 같았다. 아이돌 스타에게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자신이 참여할 작품을 고르거나, 선택하는 데도 좀 더 신중하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유리  <모차르트!>의 성공에는 김준수가 보여준 모범적인 태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연에서 그 친구가 작품을 충분히 분석했다는 게 보였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작품을 임하는 태도가 모범적이었다. 지금까지 사례를 봐도 아이돌이 작품 이미지에 맞고 작품의 힘이 있어서 시너지를 발휘해야 아이돌 출연도 효과가 있는 것이지 아이돌이 출연한다고 모두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박병성  아이돌이 흔히 새로운 관객을 뮤지컬 시장에 유입시킨다고 하는데 처음 보는 뮤지컬이 완성도가 낮다면 오히려 그 학생에게 뮤지컬이 나쁜 이미지로 남을 수 있다.
이유리  난 좀 다르게 생각한다. 아이돌 스타 팬들이 10대가 많은데 뮤지컬을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이돌 스타로 인해 무대라는 곳의 에너지를 체험한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고 본다.
김유리  제작사 측에서도 아이돌이라고 아무나 캐스팅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노래가 되고 연기에 가능성이 있는 아이돌 중에서 선발한다. 그리고 아이돌 스스로가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편이다. 무분별한 유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유리  대중 장르에서 스타까지 된 배우들은 자세나 근성이 훌륭하다. 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어떤 과업이 주어졌을 때 프로의식이 강렬하게 발동해서 어떤 식으로든 맡은 역할에 책임을 진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주지훈이 <돈 주앙>에 참여했을 때도 다른 배우들보다 나중에 참여해서 연습 기회가 별로 없어 혼자 연습을 하면서 무대에 섰다고 한다. 뮤지컬 신인 중에 과연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 프로페셔널하게 대처하는 배우가 있을까.

 

박병성  아이돌 스타의 영입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일들도 생긴다. 제작비가 상승하고, 뮤지컬 배우와 아이돌의 개런티 차이 때문에 위화감이 생기며, 아이돌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연습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거나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오디션을 거치지 않은 채 아이돌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로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유리  기존 뮤지컬 배우들 역시 문제다. 작품 욕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많아지다 보니 전혀 성격이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의 유입을 문제 삼는데 뮤지컬 배우 중에 오만석, 김무열, 엄기준, 이 세 배우는 어떤 역할을 하든 소화해낼 수 있는 주연 배우들이다. 그런데 다른 분야로 진출해서 활동하다 보니 뮤지컬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든다. 장르를 넘나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박병성  좋은 작품에 출연한 아이돌이 기폭제가 되어서 흥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근에는 도를 넘어 제작사에서 작품에 상관없이 아이돌 먼저 섭외하려고 드는 것 같다.
이유리  그런 작품들은 이미 사례에서 보았듯이 관객들이 외면을 한다. 스크린 쿼터제처럼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뮤지컬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실력을 쌓아야 한다. 지금까지 성공 사례를 보면 아이돌 한 명의 힘이 아니라 작품의 힘이 먼저고 거기에 기량과 자세를 갖춘 아이돌이 결합되었을 때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제작자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박병성  맞는 말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뮤지컬 배우들이 하니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아이돌의 출연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모차르트!>에서 박은태는 김준수 효과로 개인의 인기를 높였다. 오만석도 뮤지컬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던 것은 <헤드윅>에서 조승우와 더블캐스팅이 되고 나서였다.
김유리  그래서 아이돌과 함께 출연해본 배우들은 오히려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들로 인해 작품이 관심을 받고 좋은 평가를 얻으면 함께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리  승리나 김준수가 자신 출연분을 전회 매진시킨다. 우리 뮤지컬계에도 조승우라는 배우가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조승우가 나와야 한다.
김유리  많은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참여할 때 자신도 조승우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들어온다. 주지훈도 조승우처럼 장르를 넘나들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참여했다.
박병성  아이돌 스타들이 조승우를 롤 모델로 참여한다면 말해주고 싶다. 조승우는 가급적 겹치기 일정을 잡지도 않고 작품에 올인하기 때문에 지금의 조승우가 있었던 것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함께하는 배우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새벽까지 지독하게 연습했다. 물론 다들 열심히 하겠지만 그러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유리  우리가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해 주었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본다. 뮤지컬 스타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시장이 곧 오리라고 본다. 뮤지컬 배우가 스타성을 가지고 그들만으로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져야 한다. 아이돌이 들어오면서 부작용들이 있지만 한편으론 뮤지컬이 대중화되고 확대되고 있다. 뮤지컬계는 이것을 시장이 커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뮤지컬 배우만으로도 공연할 수 있는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9호 201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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