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누나 반가워하기가 무섭게 여름이 오곤 하지만, 봄은 분명히 우리 곁에 왔습니다.
당신의 봄은 어디에 있었나요?
조강현
역시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만발한 꽃이죠. 밤에 만난 벚꽃을 찍은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와! 봄이 왔구나, 하는 감탄에 이어, 곧 여름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계절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설렘에서요. 봄도 여름도 새로운 계절을 맞는 건 매번 설레죠!
최유하
얼마 전부터 날씨가 따뜻해져서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제가 원체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고 더운 것도 좋아하거든요. <엣지스> 공연 팀은 아직까지도 돈독히 지내는데, 가끔 한강에서 모이면 저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오는 멤버들이 꽤 있어요. 연출님도 자전거를 무척 좋아하세요. 좋은 자전거를 갖고 계시고요. 흐흐. 전 작년 봄에 친구에게 중고 자전거를 선물로 받으면서 타기 시작했어요. 제가 뭘 만드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자전거 리폼과 관련된 블로그를 3일간 ‘판’ 후에, 아파트 옥상에서 바구니도 달고 손잡이랑 바퀴도 바꿔달았죠. 아, 애정이 듬뿍 담긴 자전거를 타고, 건강하고 상큼해 보이는 훈녀가 되어보려고 했는데, 도색 과정에서 아마추어 티가 났는지 몇 달 타고 나니 바퀴가 안 나가더라고요. 할 수 없이 급히 지금의 자전거를 샀답니다. 뭐, 특별한 기능도 없고 평범하지만 산책할 때 타기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자전거 가격이 한없이 부담 없기 때문에, 도둑맞을 걱정도 없는 게 장점이랍니다. 하하.
이율
이틀 전부터 저희 집 식탁에 꽃이 올려져 있어요. 어머니가 꽂아두셨는데, 프리지어래요. 지금 향기를 맡아봤는데 그냥 꽃 냄새네요. 제가 향에 예민하지는 않아요.(웃음) 요새 벚꽃 놀이 많이들 가잖아요. 저는 연습하느라 시간이 도통 안 나네요. 그래서 어머니가 사놓으신 프리지어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 저는 봄이 왔다는 건 아기들을 보면서도 느껴요. 신입생이 된 어린아이들 있죠. 초등학교 1학년 애들이 가방 큰 거 매고 하나둘 모여서 학교 가는 걸 보면 ‘봄이구나’, ‘한 해가 시작이 되는구나’, 느끼죠. 그리고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여자들을 볼 때도 그렇고요. 겨울에는 노란색을 잘 안 입으니까요. 봄, 좋아하는 계절은 아닌데, 나쁘지 않아요. 봄은 뭐랄까, 약간 졸려서 그게 좀 그래요. 낮에 일할 때 갑자기 막 졸리니까. 따뜻해서 노곤노곤해지네요.
강하늘
집에서 연습실까지 거리가 좀 멀어서 매일 1시간 반 가량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해요. 그래서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어요. 이건 요 며칠 전 책을 읽다가 빛이 새어 들어오는 모습이 편안하고 예뻐서 찍은 사진이에요. 전 평소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두거든요. 사실 하루의 1분 1초가 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지만, 이따금 어떤 상황은 정말 왠지 돌아올 것 같지 않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사진을 찍어둬요. 이때 읽고 있던 건 얀 스코틴 바그너가 쓴 『차가운 달』이라는 책인데, 다 읽진 못해서 소감이랄 것까진 없지만 아내를 보는 남편의 감정 묘사가 너무 풍부하고 사실적이어서 어린 제가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들이 와 닿을 정도예요. 일상의 무료함을 느끼실 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송상은
연습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본 벚나무! 연습이 매일 밤늦게 끝나서 벚꽃 놀이를 못 갔거든요. 하루는 연습을 끝내고 집에 가다가 갑자기 꽃구경을 못 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슬퍼서, 집 앞 벚꽃이나 구경하자 싶어 혼자 밤길을 걷다 사진을 찍어 봤어요. 이 사진을 찍고 나선 팀 사람들이 생각났죠. 다들 벚꽃 놀이를 못 갔을 텐데 어쩌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년에는 누구든 꽃이 피는 걸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과 함께 구경을 갔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4호 2012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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