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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과 만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작가가 추구한 세계관과 색깔 표현할 것” (종합)

글 | 안시은 기자 2018-09-05 5,309
박지리 작가의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서울예술단을 통해 무대화된다. 2016년 요절한 박지리 작가는 25세 당시 ‘합체’로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세븐틴 세븐틴> 등을 남겼다. 

박지리 작가가 등단한 이후 마지막 일곱 작품을 모두 편집한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팀장은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제작발표회에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무대에 오를 수 있어서 기쁘다. 작가님도 기쁘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박지리 작가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이력을 소개하던 김태희 팀장은 “작가들도 만나보고 싶은 작가였지만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수상할 당시 시상식과 2년 후 열린 시상식에 설득해서 참석한 게 전부일 정도로 드물다. 작가가 (생존해) 있었어도 (오늘) 제작발표회 자리엔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작가의 성격을 짐작해볼 수 있는 단면을 들려주었다.

“(이름) 앞에 故(고)자가 붙는 걸 보는 게 많이 힘들다. 박지리 작가는 글을 열심히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혀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짐작케 했다. 


서울예술단의 방향성



2개월 전 새롭게 부임한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신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서울예술단은 실험적이고 작품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바람의 나라>, <꾿빠이, 이상>처럼 국공립 단체에서 할 수 있는 작품에 주목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단원 출신에서 이사장에 취임한 유희성 이사장은 “감개무량하다”는 말로 소감을 꺼냈다. “변화보다는 기존에 잘 해온 것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개발하고, 향후 몇십 년까지 바라보고 발전하기 위해 최대한 봉사하고 노력할 생각”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창작과 레퍼토리 작업을 해온 것을 유지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공연과 국제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남북문화교류를 위해 창단된 단체다. 국제 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을 때일수록 중심을 잡고 남북 문화의 동질성과 다름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깊은 걸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서울예술단의 지향점은 ‘창작가무극’이라 말하며, “본질적으로 한국적 양식과 정서, 소재를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서 창작가무극이라 명명했다. 상업 뮤지컬과는 변별성이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색깔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제화된 언어로 스며드는 작업을 하려 하고 있다. 한국 신화나 설화, 역사에서 소재를 찾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진 국내 작품을 무대 언어로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향후 단체가 가야할 길에 대해 밝혔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무대화 
연출을 맡은 오경택 연출가는 “원작이 9백 쪽에 달할 만큼 방대하다. 죄와 벌, 선과 악, 법과 정의 등 테마도 묵직하다. 무대화할 때는 모든 분량을 다 담지 못하기 때문에 초점을 맞춘 건, 작품 포스터 카피처럼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우리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고 연출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면 속 어린 아이를 죽여야 어른이 되는 잔혹한 세상이다. 순수한 가치가 멸종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일 때 순수한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작품은 어두운 『해리포터』 같다. 전체적인 톤앤매너가 그간 봐온 여러 콘텐츠의 색깔을 교묘하게 많이 품고 있다. 무대, 조명, 의상 등 여러 요소를 이용해서 박지리 작가가 추구한 독특한 세계관과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무대를 어떻게 형상화할지 들려주었다. 

원작을 대본화한 이희준 작가는 “원작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뮤지컬이기 때문에 노래를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했다. 제게 중요했던 건 루미 캐릭터의 결이 다른 게 있는데 거기에 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 점이 원작과는 달라진 정도다. 다른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원작에 충실했다”고 대본 작업 방향에 대해 말했다. 

박천휘 작곡가는 제작발표회라 기자간담회 전 배우들이 부른 ‘친구’, ‘안녕, 루미’, ‘윈저노트’는 대체로 얌전하고 따뜻한 노래를 선곡했다며, “작품을 보면 훨씬 강렬하고 웅장하고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박지리 작가의 소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좋은 창작진들과 좋은 호흡으로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음악에 대해 소개했다.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마지막 곡을 통해서 관객과 극 중 주인공들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었다. 곡을 쓰면서 박지리 작가에게 보내는 곡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곡에 더 애착을 갖게 됐다. 음악을 통해 관객들이 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다. 동시에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민해서 작업했다.”




배우들의 연기 방향
초연에선 최우혁이 타이틀 롤인 다윈을, 박은석이 다윈의 아버지 니스를 연기한다. 강상준이 레오를, 송문선이 루미를 연기한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첫 타이틀 롤을 맡게 된 최우혁은 “정말 많이 나와서 부담이 많이 된다. 노력해야 하는 퍼센테이지가 전보다 더 높다고 생각한다. 부담도 되지만 생각을 많이 해보면서 연출님께 질문하고,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재미있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그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대본을 받기 전에 서울예술단 작품인 <신과 함께_저승편>을 보면서 “‘이런 소재도 무대에서 표현되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SF 판타지가 무대에서 다 보여드리기 힘든데 이 작품으로 믿음이 생겼고, 발전할 거란 확신이 있어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택하게 됐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공개했다. 

음악이 서른 곡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데 “극악무도한 곡이 정말 많다. 배우에겐 (무리될 수 있어서) 좋지 않지만, 관객 분들께는 좋은 곡이 될 거란 확신이 든다. 단 6일 간, 9회밖에 공연하지 않지만 이 작품이 또 언제 하게 될지 궁금하게 하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은석은 “책 읽는 속도가 느린데 소설의 양이 방대했지만 재밌게 빨리 읽었다. 다 읽고 나니 굉장히 먹먹했다. 이 작품은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깊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원작을 읽은 후 느낀 점을 말했다. “니스는 아버지(러너)를 통해 겪게 되는 운명의 희생자라 생각한다. 인내심을 끝까지 잃지 않는 사람인데 연민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그는 2주 전 아버지와의 일화를 공개하며 “밥을 먹으면서 얘기하다가 아버지와 살짝 언쟁이 있었다. 여러 얘기를 하면서 전혀 몰랐던 아버지의 시대를 살았던 가치관과 애환, 아픔을 알게 됐다. 지금 34세인데 강했던 아버지의 모습만 보다가 처음 보는 면을 발견하면서 공교롭게 니스와 러너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라고 극 중 인물의 한 단면을 마주한 순간을 떠올렸다.



강상준은 “레오는 니스의 어린 시절 친구의 아들이다. 자유를 갈구하는 학생이자 다윈과 친한 친구다. 레오가 추구하고 생각하고 꿈꾸는 자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16살 어린 학생이 어떤 세상을 보려 하는지 보면서 스스로도 많이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저만의 자유를 잘 찾아보겠다.”고 연기 방향에 대해 말했다. 



송문선은 “7급 서기관이 직업인 것에 만족하고 안정감을 추구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는 인물이다. 삼촌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대담하고 적극적인 학생”이라고 맡은 역할(루미)을 소개했다. “루미는 실제 성격과 반대인 부분이 많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노력하고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제작발표회를 마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10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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