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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 배우 10명이 던지는 사람과 관계에 대한 메시지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8-10-24 5,091
<베르나르다 알바>가 오늘(24일) 정식 개막한다. 공연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새롭게 문을 연 우란2경 공연장에서 작품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전막 시연 후 기자간담회에는 구스타보 자작 연출과 이혜정 협력 안무 및 플라멩코 아티스트, 김성수 음악감독, 박천휘 번역가와 함께 배우를 대표해 타이틀 롤을 맡은 정영주가 참석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1930년대 스페인 남부를 배경으로 쓴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바탕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뮤지컬로 재창작했다.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은 박천휘 작가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가사가 시적이에요. 기존 뮤지컬 가사는 등장인물의 말에 가깝다면, <베르나르다 알바>는 연극적이에요. 음악도 연극을 위해 만들어져서, 일반 뮤지컬처럼 등장인물이 감성에 젖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고 뜬금없이 대담하게 노래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와요. 노래 시작 방식도 다 다르고요. 등장인물의 마음을 돌려치기 하는 거죠.” 

박천휘 작가는 자신을 작품에 개입하지 않고,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한국말을 잘했다면 어떻게 썼을까”라는 생각으로 번역을 했다고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박천휘 작가는 라키우사가 만든 <씨 왓 아이 워너 씨> 한국 초연도 번역했다. 당시 번역하면서 라키우사를 만나 그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다며 그의 작품이 한국에 더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작품 제안을 받고 ‘제발 이 제안을 거둬들이지 말길’ 하는 생각을 했다며 참여하고 싶었던 마음을 강하게 드러냈다. 대대적인 편곡을 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작품일 만큼 완벽했다고 음악을 극찬했다. 

“음악은 이야기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 혹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화법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로 쓰여진 곡도 한두 곡 있지만, 곡 제목조차도 인물 이름인 것이 많다. 한곡씩 떼어놓고 듣는 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허투루 소비되는 곡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해 집중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놀라운 10명의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어 작업 자체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꾿빠이, 이상> 이후 제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 같아서 만족스러웠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안무와 연출은 구스타보 자작이 맡았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파리의 연인>, <시라노> 등 다수의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그는 그간 한국에서 했던 공연 중 이번이 더 특별했다고 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던 만큼 그에게 친숙한 문화에 기반한 공연이었기 때문이었다. 

베르나르다는 폭력과 억압에 의한 생존 방식을 익혔고, 그게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딸들에게 남자들에게 해선 안 될 행동을 말하곤 하는데 어머니(마리아 호세파)에게 들었을 거라며, 오랫동안 남성 중심 사회를 살아온 여성들에게 대물림되어온 비극의 결과라 볼 수 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10년 전 그가 참여했던 <지붕 위의 바이올린> 또한 가족 문제와 세대 차이, 결혼, 딸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베르나르다 알바>도 비슷한 정서를 다루고 있어서, 한국 사회에 더 가까워진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영주가 알려줬다는 한국 특유의 정서인 ‘한(恨)’을 언급하며, 이것이 작품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스타보 자작 연출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들과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작업한 대본뿐 아니라 로르카의 원작을 읽는 작업도 병행했다. “로르카가 원래 썼던 이야기를 배우들과 같이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한국 정서와 사회에 맞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강렬한 플라멩코를 중심으로 각 인물들의 개성을 표출한다. 이혜정 협력 안무가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집시들이 시작한 플라멩코는 현재 이 지역 문화 예술이다. 그들의 화법과 같다. 박수치고 손을 돌리는 동작만 있지 않다. 표현에 제한이 없다. 한 단어 혹은 동작보다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는 리듬감이나 소리로 표현한다. 감정선을 말하는 모든 동작이 플라멩코라 할 수 있다.”고 플라멩코를 소개했다. 

특히 로르카의 시가 기본이 된 곡을 플라멩코에서 많이 추기 때문에 로르카 시인은 플라멩코에서 중요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작품을 하면서 중의적이고 다의적인 표현이 많아서 (로르카와) 얘기를 한 번 해보고 싶더라.”라며, 스스로를 자극시킬 수 있는 일에 참여하게 된 감사를 표했다. 

각 캐릭터에 맞는 안무를 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는 이혜정 협력 안무가는 (부적절한) 노골적이지 않은 동작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플라멩코를 소화하기 위해 공연 6개월 전부터 연습에 매진했다. 발에 실금이 갈 정도로 연습해서 배우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정영주는 “여러 실험적인 안무가 있었다. 어떤 건 삭제되거나 추가되가도 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했고, 꼭 넣어야 했던 건 (노력을 통해) 쟁취한 것도 있다. 무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영주는 4년여 전 친구인 박천휘 작가가 <베르나르다 알바>를 번역하는 걸 보고 ‘한국에서 할 수 있겠어?’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해야하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자 배우 10명이 출연하는, 전례 없는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그 지점에 이목이 쏠렸다. 정영주는 “제법 긴 시간 동안 바라왔던, (위시리스트) 1, 2, 3번 정도에 해당하는 일들이 이제야 시작되나?”라며 <베르나르다 알바>를 참여하며 했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들이 모이기 위해선 짧은 공연 기간 때문에 원 캐스트로 출연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내용이 무엇이든 여자들 얘기를 마음껏 해보자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 사명감 하나로 뭉쳤다.”고 정영주는 회상했다. 그러던 배우들은 <베르나르다 알바> 대본을 읽고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할 이야기였다. 시대가 지난 내용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새롭게 뜻을 모았다. 

정영주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같이 시작됐다. 어떻게 따로 존재할 수 있었겠나.” 라며 단지 중요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이라고 그동안 여성 중심 작품이 적었던 이유를 짚었다. “이제 그 이야기들에 조금씩 집중해서 들어야 하고, 대상자는 말을 하고 용기를 내야 하는 시간이 제대로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무엇인가 외면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라오는지를 말하는 이야기라 말했다.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의 지구인들은 꿈꾸는 것도 좋지만 그걸 넘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실패가 있어야 꿈이었다는 것도 알게 될 텐데 그 실패가 부단히도 내 것이 아니라 부정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정리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괜찮은 여배우 열 명이 모여서 다방면에 있는 스태프들과 치열하게 작업했다.”며, “성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켜볼 수 있는 재밌는 얘기라 느끼실 거다. 그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공연하겠다.”고 다짐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티켓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정영주는 당시 마리아 호세파 역을 맡은 황석정과 함께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라디오에서 전석 매진에 ‘BTS’라고 써줬다고 했다. “배우 생활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니까 감히 제가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BTS’는 <베르나르다 알바> 티켓 솔드 아웃입니다.”

박천휘 작가는 <베르나르다 알바>를 제작한 우란문화재단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상업 공연이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새로운 문제 제기를 하는 작품으로 <베르나르다 알바>를 택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영국 내셔널씨어터와 같은 비영리 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만들 듯이 우리도 그런 곳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짧은 시간에 우란문화재단이 이걸 해냈고, 이런 작품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한편, <베르나르다 알바>는 우란문화재단 ‘우란시선’ 첫 번재 기획공연으로 택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김국희, 오소연, 백은혜, 전성민, 김히어라, 김환희가 출연한다. 11월 12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신사옥에 위치한 우란2경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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