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은 한 해 동안 고생한 배우 및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예상치 못했던 수상과 시상자들의 재치는 시상식의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11월 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들을 수 있었던 배우들의 말말말이다.
▲“진정한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안소명,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하며)
눈물을 참지 못하던 안소명은 아역은 아역으로만, 귀엽게만 봐주지 말고 진정한 배우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차게 부탁했다.
▲“진정한 웃는 남자가 되었네요.” (MC 박경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박효신의 수상이 발표되자)
<웃는 남자>에 출연한 박효신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덧붙인 박경림의 한 마디. 박효신을 대리해 수상한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여름부터 4개월 간 행복했고,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며 창작 뮤지컬 초연이라 떨리고 걱정스러웠지만 잘 마칠 수 있었다는 그의 소감을 전했다.
▲“좋은 배우인가를 매일 질문하고 있어요.” (배우 아이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벅찬 듯한 모습으로 시상대에 선 아이비는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럽지만 2년 전 무대 공포증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도 매회 약을 먹으면서 공연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매 회 목숨과도 바꿀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면서도 아직도 무대에서 자신감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레드북>에 함께해준 배우들과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와 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 다음 날이 생일이라 생일 선물 받은 거라 생각한다며, 무대에서 누가 되지 않는 배우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배우 박정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홀연했던 사나이>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박정표는 생각지 못한 듯한 편한 옷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최재웅의 조언을 그대로 믿은 탓이었다. 차기작인 <그날들>에 최재웅과 함께 한창 연습하던 때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다는 말을 듣고 주연상에 후보로 오른 최재웅에게 뭘 입고 가면 되냐고 물어봤던 것. 최재웅의 답은 “그냥 편하게 입고 가면 되지.”였다고. 정작 정장을 입고 참석한 최재웅의 모습에 “본인은 정장을 입고 오고.”라는 외마디 말로 짧게 푸념했다.
▲ “아빠 상탔다. 여기(트로피)에는 판박이 스티커를 안 붙였으면 좋겠다.” (배우 박정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영광스럽고 민망하다면서 편찮으신 아버지에게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고,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장인, 장모님께 사랑하고, 형님들도 사랑하고, 아내에겐 치킨에 맥주하자고 한창 말을 하던 그는 자녀에게 트로피에는 판박이 스티커를 안 붙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소박하게 더했다.
▲ “뮤지컬 배우로서 시상식에 초대받은 게 처음이어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어요.” (배우 신보라, 여우신인상을 수상하며)
<젊음의 행진>으로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신보라는 후보로 시상식에 처음 초대되어서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후보 영상을 보니 욕심이 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지 말자. 멀었다. 너를 모르니?’라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상을 타게 되었다며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대단한 배우들이 많은 걸 잘 알고 있는데, 상에 걸맞는 배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무대에서 즐기겠다고 말했다.
▲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외로웠습니다.” (배우 수호, 인기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운을 뗀 수호는 2017년부터 <더 라스트 키스>, <웃는 남자>를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 많은 이들과 엑소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뮤지컬을 하면서 진심은 통한다는 걸 배운 것 같다며, 진심으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다소 무서워보일 수도 있는데…” (배우 차지연, 주연상을 시상에 앞서)
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차지연은 <더데빌>이 7일 개막하는 탓에 드레스 리허설을 하고 있어서, 45분 정도 전까지 드레스 리허설을 하다가 그대로 왔다며, 그래서 강한 메이크업으로 왔다고 말했다. 다소 무서워보일 수도 있는데 공연에서 지금 모습처럼 나온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 “중요한 건 트로피가 비싸진다는 거죠.” (배우 양준모, 주연상을 시상에 앞서)
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양준모는 처음에는 관객 초청 없이 작게 시작했던 시상식이 해가 거듭할수록 커져서 나날이 성장하는 게 보기 좋다며, 그 덕분에 트로피도 비싸지고 디자인도 좋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 “얼굴 순위 대로 나왔습니다.” (배우 최민철, 앙상블 시상에 앞서)
최민철은 ‘섹시동안(同顔)클럽’의 여러 멤버 중 최민철과 김대종이 대표로 시상자로 나온 것에 얼굴 순위 대로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백년 뒤에도 이 얼굴이다.’라고 대표 표어를 강조했다. <어쌔신> 2005년 공연 당시 앙상블로 데뷔했던 김대종은 당시 레온 촐고즈 역으로 같이 출연했던 최민철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 보는 비주얼의 느낌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말을 더했다.
▲ “앙상블을 맞춰서 시상해보겠습니다. 첫음 주세요.” (배우 최민철, 앙상블 시상에 앞서)
최민철은 앙상블상이기 때문에 앙상블을 맞춰보겠다며 갑작스럽게 김대종과 화음을 맞춰보는 모습으로 재미를 줬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끝내고 <키'다리' 아저씨>에서 열연 중입니다.” (배우 유리아, 조연상 발표에 앞서)
유리아는 시상에 앞서 근황을 말하면서 출연작 이름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다리'를 강조하며 인사했다. 제6회 시상식 당시 개인 사정으로 불참해서 직접 수상하지 못했는데, 대리 수상을 해주었던 손유동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도 더했다.
▲ “남우조연상은 유리아 씨가 발표하는 게 유리할 것 같습니다.” (배우 이정열, 조연상 발표에 앞서)
함께 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이정열도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농담을 던지며 유리아에게 남우조연상 수상자 명단을 넘겼다.
▲ “강현이 만큼은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습니다.” (배우 한지상, 올해의 뮤지컬상 발표에 앞서)
올해의 뮤지컬상 시상자로 모습을 보인 한지상은 시상에 앞서 한때 같은 소속사에서 몸 담기도 했던 박강현을 언급하며, “강현이 만큼은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모두가 주목할 만한 배우 박강현입니다.”라는 말로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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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남긴 말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생중계 캡처 2018-11-06 6,591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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