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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배우들, “러시아 뮤지컬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2019-05-24 4,087
톨스토이가 쓴 동명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가 5월 17일부터 두 번째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번 공연에는 김소현, 윤공주, 김우형, 민우혁 등이 출연 중이다. 



개막 후 지난 23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진행한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성공적”이었다고 초연을 평했다. “러시아 뮤지컬을 처음 들여왔는데 (2018년 초연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두 번째 공연을 하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나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선택했다기 보다 그들이 저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통 “감동받았거나 좋아하는 작품”을 택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 않았던 것, 새로운 것, 보지 않았던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러시아 뮤지컬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창학 작사가가 이번 공연에 참여한 것에 대해선 “제작자로서 결정하는 부분이 아니다. 크리에이티브팀에서 그렇게 의견이 모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로 맺은 인연도 있어 검토를 요청했고, 개선 의견이 많아 새롭게 개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러시아 뮤지컬을 처음 제작하면서 부딪힌 문제는 인적 인프라였다. 김용관 대표는 러시아의 단단한 예술적 토양을 높게 평했다. “라흐마니노프나 차이콥스키 음악은 편성이 크고 멜로디가 길다. 그처럼 (러시아의) 예술은 긴 호흡으로 만들어진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스케이트 장면에서 남자 스케이터가 여자 스케이터를 드는데 쉬운 일인줄 알았다. 국내에선 그걸 할 수 있는 페어는 선수 몇 명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러시아에서 직접 데려왔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보니 고전을 과감하게 성공시킬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민우혁은 주연 중 유일한 초연 배우다. 그는 “굉장히 아팠다”고 초연을 떠올렸다. “안나처럼 브론스키도 죽음 같은 사랑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공연에서 놓친 부분들을 이번 공연을 연습하면서 계속 채워가고 있다. 더 무르익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이해해야 관객 분들도 이해할 거라 생각해서 초연 때부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브론스키가 안나가 (사랑 때문에) 잃은 것들을 회복해주기 위해, 긴 시간 일에 몰두한 모습을 가족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면서 공감했다고 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죽음 같은 사랑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안나를 끝까지 사랑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현, 윤공주(이상 안나 역)와 김우형(브론스키 역)은 <안나 카레니나>에 처음 합류했다. 김소현은 민우혁이 했던 말처럼 “아픔이 많은 공연”같다고 했다. “공연 후 집에 가서도 잘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할 정도다. 공연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고,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같이 안고 우는 일이 많았다”며 그런 마음을 모아 마지막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안나 카레니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공들였다. “소설도 읽어보고 영화도 종류별로 다 찾아보고 논문도 읽으면서 많이 준비했다”고 했지만 정작 안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엄마와 아내로 살고 있어서 (다른 상황인) 안나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지금도 고민하고 계속 공부하고 있다. 안나는 사랑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던 사람이다. 브론스키가 나타나면서 사랑을 느끼고 그에게 가지만 결국 안나가 원했던 건 자유와 행복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그걸 표현하는 어려움이 많았다. 어디서도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을 택한 것 같다. 어려운 역할이고 어려운 작품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윤공주 역시 어려운 역할이란 것에 공감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할지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안나를 연기하기 위해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복과 왜 사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안나에 대해선 “삶의 행복이 브론스키라는 걸 깨닫고, 억눌린 시대에 사회 규범을 어기고 사랑을 찾아간 용감한 여자”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 용기에 감동을 받아 더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김우형은 “고급스러움”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고급스러운 작품이고, 고급스러운 배우들이 모였다. 정성을 다하면 정성이 객석으로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살면서 죽음 같은 사랑을 해본 적이 있을까 돌아보게 된다”며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주제는 물음표라 생각했다.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소통하고 교감하시면 각자 느끼는 사랑의 정의와 내 삶을 돌아보는 마음가짐이 각기 다를 거라 생각한다. 의도한 대로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에너지를 전달드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극 중 안나는 결혼한 상태에서 애인이 있던 브론스키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흔히 말하는 불륜이다. 윤공주는 “불륜이긴 하지만, 이 사랑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아서 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고 안나를 연기하려 한다고 했다.

김소현은 안나를 연기하면서 “사랑없이 불행하고 억압된 삶을 살다가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눈을 뜨면서 행복을 느끼고 가야할 길이라 생각하고 사랑을 택한다. 그러다 결국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죽음을 택한다”고 보고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국내에서 공연된 첫 러시아 뮤지컬로, 러시아에서도 처음 해외로 수출한 작품이다. 배우들에게 러시아 뮤지컬 작업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문화적인 차이부터 연습 과정까지 많은 점이 색달랐다. 

최근에도 <마틸다>로 해외 크리에이티브팀과 작업했던 김우형은 “영국이나 미국 팀은 시간표가 정확하다. 다음날 무슨 연습을 하고 어떤 노래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안 줬다. 상황에 맞춰서 갑자기 연습하던 장면을 바꾼다”며 초반엔 당황했다고 했다. 

연습 과정에서 즉흥성이 강했다. “상황에 맞춰서 배우가 느낀 걸 꺼내는 작업을 했다”며 신선한 경험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걸 발견했다고도 했다. 어떤 것보다 그 상황에 집중하고 발견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했다. 

김우형은 “오로지 연기와 노래에만 집중하고 상대 배우의 눈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며 장점을 언급했다. 보통은 넘버링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 곁눈질로 확인하기도 한다는 것. 



김소현도 동조하면서 알리나 체비크 연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브론스키와 교감이 중요한데 그걸 끌어내주려 했다. 연습 마지막 날에는 저와 김우형 씨를 남겨놓고 평생 기억에 남을 연습을 시켜줬다. 그땐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했는데 저의 모든 것을 끌어내주는 연습 방법 덕분에 많이 배웠다.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깨달음을 줘서 행복하면서도 힘들었던 연습이었다.”

윤공주도 “약속대로 해야하는 무대 연기지만, 그 안에서도 섬세함과 진실한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더라”며 “연출님이 어떻게든 가짜가 아닌 진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서 배우 각각에 맞는 감정을 끌어내주는 연습 방법이 저도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각자만의 안나 카레니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연습 과정을 회상했다. 



민우혁은 러시아 뮤지컬의 색다른 점으로 무대 전환을 꼽았다. 초연 때 “소대 쪽(무대 양옆)으로 퇴장하지 않아서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 점에 대해 물어보니 “러시아에선 큰 극장에 소대가 없어서 보통 무대에서 전환이 이뤄진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LED를 쓰는 것이나 무대를 전환하는 것이 무대 위에서 다 이뤄지다 보니 감정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고전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중 가장 현대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평했다. 



특히 뮤지컬에 오페라를 접목한 것을 신선했던 점으로 꼽았다. <안나 카레니나>에는 19세기 최고의 소프라노로 불린 아델리나 패티가 극 중 캐릭터(강혜정, 한경미, 이지혜 분)로 등장해 아리아로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를 부른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소현은 “음악”을 매력으로 꼽으며 “노래 후반부에 고음으로 지르듯 끝나는 곡이 없다.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하고 끝나는데 그게 공연 전체를 음악으로 묶이게 해주는 듯 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어 “관객 분들께서 어디서 박수를 쳐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느끼는 대로 박수를 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관람 팁도 함께 줬다. 



한편, <안나 카레니나>는 7월 14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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