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간의 법정>이 오늘(6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프레스콜 행사를 열었다.
<인간의 법정>은 조광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주인을 살해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법정에 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법정 드라마 뮤지컬이다.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가 의식을 갖게 된다면 인간일지 기계일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다. 변호사이자 원작자인 조광희 작가가 뮤지컬 대본의 각본을 직접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임병근, 오종혁, 이재환, 유태양, 류찬열, 최하람, 김승용, 선한국, 이상아 등 주연 배우들과 조광희 작가, 장소영 작곡가 겸 음악감독, 김정한 연출가가 자리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조광희 작가는 현업 변호사인데, <인간의 법정>을 어떻게 쓰게 되었나?
조광희 작가 처음에는 살인사건, 안드로이드, 재판 이 소재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 했는데 변호사다 보니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형사재판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니 안드로이드가 형사재판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재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인간은 무엇이고 인간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 경계를 따져볼 수밖에 없어서 철학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 됐다.
<인간의 법정>을 뮤지컬화 한 계기는 무엇인가?
장소영 음악감독 작년 봄 법률 자문을 하러 조광희 변호사를 찾았고, 우연히 소설 출판 계획을 알게 됐다. 내가 뮤지컬 음악감독을 하고 있으니 예술가 입장으로 소설이 어떤지 궁금하셨던 것 같다. 출간 전에 소설을 읽었고, AI가 살인을 저지르고 인간의 법정에 서도 되는지를 가리는 근 미래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간의 본질, 이기심과 같은 근본적인 것을 고찰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20년 차 뮤지컬 작곡가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이 작품을 선택했다. 소설과 뮤지컬이 동시에 기획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뮤지컬 작업이 처음인데 소감이 어떤가?
조광희 작가 소설은 써봤는데 각본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영화 관련된 자문을 주로 하는 변호사라 각본은 아는 바가 있었다. 뮤지컬 제안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웠지만 장 감독이 잘 도와주실 거로 생각하고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화 각본처럼 장면의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썼고, 제작자분들의 자문을 구하며 고치는 과정을 거쳤더니 어느 날 뮤지컬 각본이 되어 있었다. 혼자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고, 전문적으로 오래 일을 해온 분들의 자문으로 완성했다. 소설이 개인적인 작업이라면 뮤지컬은 공동 작업이고, 소설은 완성작을 공개하는 거라면 뮤지컬은 매 공연 유일무이한 작품이 매일 만들어진다는 느낌이라 매력을 느꼈다.
중국, 유럽 등 해외에 뮤지컬 판권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장소영 음악감독 뮤지컬 작업을 가장 좋아하는데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판로가 없을까 생각하며 음악 활동을 해왔다. 근래 몇 년간 해외에 음악을 수출하는 일을 했고, 이번에 <인간의 법정>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작업한 회사들에 대본과 음악을 보여줬다. 중국, 서유럽 여섯 국가, 베트남 등 8개 국가와 MOU를 맺은 상황이다.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AI의 법정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조광희 작가 법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만들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 중심적이다. 이제와서는 인간이면 다 똑같지만, 예전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이라는 이유로, 노예라는 이유로 인간의 권리를 똑같이 나눠주지 않았다. 그런 것을 쭉 쟁취해온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이다. 나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평을 더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률적으로 동물은 물건이지만, 최근에는 동물을 단순히 물건으로 볼 수 없다. 인간과 같은 권리를 줄 수는 없지만, 동물을 학대할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흐름이 가고 있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미래 어떤 시기가 된다면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는데, 유럽연합 같은 경우 인공지능을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논의를 심도있게 하고 있다. 어느 시기 로봇인데 의식이 있고, 인간성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을 때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물건 취급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AI를 연기하는 것이 도전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했는가?
이재환 작품을 준비할 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있었는데, (우영우의) 마음이 순수하고 아이 같은 모습이 아오와 비슷한 것 같아 영감을 받았다. 우리끼리 아오 역 배우들을 '아오즈'라고 부른다. 아오즈끼리 얘기도 많이 나누고, 각자 톤이 다르니 로봇처럼 하되 다른 매력으로 해보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말투와 눈빛, 동작을 연구하면서 준비했다.
유태양 인간으로서 인간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안드로이드에 이입하면서 '내가 만약 로봇이고,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과 같은 질문을 했다. 그것을 통해서 나오는 답을 조합해보니, 억울하고 강렬하게 표출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되고 싶은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류찬열 안드로이드 기계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움직임, 발음, 발성을 연습했다. 의식을 얻기 전에 아오는 공감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 다른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될 때가 있어 표정을 관리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최하람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 안드로이드라는 딱딱함이 있지만 우리 인간보다 더 순수하게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출하는 아오의 매력이 굉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은 무겁지만 울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니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길 바란다. 열심히 하고 있겠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임병근 대본을 읽어보고 무조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윤표 역이 조광희 변호사를 모티프로 한 역할이라 굉장히 책임감을 느꼈다. 연습을 하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가, 이 세상이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런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 선택하게 됐다.
인물을 표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오종혁 결국에는 아오가 성장하고 마지막까지 가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다. 호윤표가 돋보이고 풍성해지기보다 명확하게 아오의 갈 길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명확한 서포트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잡아 나갔다.
관객에게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는가?
김정한 연출가 작품 자체에 질문이 많아 질문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이 보러 오시면 좋겠다. 누구나 살면서 '나는 누구인지' 질문을 하게 되는데 같은 질문을 극 중 아오가 하고 있다. 고향, 집, 사람, 의식처럼 당연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것을 공유하고 싶은 모든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