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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호프> 최서연·이예은, 행복해도 괜찮아

글·사진 | 이참슬(웹 에디터) 2023-03-02 1,461

<호프> 최서연·이예은

행복해도 괜찮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관객이 묻고, 배우가 직접 답하는 공연 이야기

*스포일러 주의!

 

 

뮤지컬 < HOPE(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는 현대 문학 거장 미발표 원고의 소유권을 둘러싼 이스라엘 도서관과 78세 노인의 재판을 모티프로, 평생 원고를 지켜온 에바 호프의 파란만장한 삶을 법정 드라마로 풀어낸 작품이다. 노인이 되어 재판장에 선 호프와 과거 호프의 모습을 한 무대 위에서 보여주면서, 그가 원고에 집착할 수밖에 없던 이유와 원고에게서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조명한다.

 

오는 3월 16일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호프>에서 과거 호프 역을 맡은 최서연, 이예은 배우가 관객들이 더뮤지컬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긴 질문에 직접 답을 전했다.

 

평범한 사랑이 필요했던 아이

 

최서연 배우는 재연에 이어 두 번째, 이예은 배우는 초연부터 세 번째 과거 호프 역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시 <호프>를 만난 소감이 궁금합니다.

최서연 다시 공연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작품 속에는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가 많지만 결국 호프에게 "너 자신에게 돌아가라"고 하면서 희망차게 끝나요. 이 말이 실제 제 일상에도 영향을 많이 끼쳐요. 마음가짐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예은 맞아요. 공연을 하면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저는 초연부터 참여했는데 창작뮤지컬이다 보니 초연 때는 배우들, 스태프들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했던 기억이 나요. 그땐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호프>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최서연 분장 선생님께 <호프> 정말 좋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김)선영 언니도 똑같이 얘기했다고, 빨리하고 싶다고 했다더라고요. 다들 똑같이 생각하나 봐요.

 

무대 위에는 노인 호프와 어린 시절부터 중년까지를 연기하는 과거 호프가 함께 등장합니다. 과거 호프는 연기를 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요?

이예은 과거 호프는 어릴 때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나이대마다 보여줘야 하는 감정선이 있어요. 그런 감정을 충실하게 보여주면서 극의 흐름에 몸을 맡기려고 해요.

최서연 <호프>는 열차에 몸을 실은 것처럼 저절로 연기가 되는 작품이에요. 저도 예은 씨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원고를 태울지 말지 고민하는 '유산' 장면에서는 현재 호프가 되는 과도기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거든요.

이예은 과거 호프는 호프의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면서도 찬란한 시절이에요. 사랑도 하고, 죽도록 미워도 해보고. 발버둥 치며 열심히 사는 호프죠.

 

엄마 마리가 애인 베르트로부터 원고를 맡은 다음, 호프는 뒷전이 됐어요. 원고 때문에 호프는 피난 텐트에서 자리를 빼앗기기도 하고, 함께 수용소에 있던 동료들을 배신하기도 하죠. 호프는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원망도 컸을 것 같아요.

최서연 원망이 지배적이겠지만, 사랑에서 비롯한 원망이었기 때문에 아주 괴로웠을 거예요.

이예은 엄마를 볼 때마다 모든 감정이 충돌했을 것 같아요. 사랑하지만 밉고. 호프의 마음은 전쟁터가 아니었을까요.

 

호프는 마리에게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었을까요?

최서연 나에게는 네가 1순위야. 호프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호프가 1순위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예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것 같아요. 원고를 맡은 후 엄마가 호프의 이름을 불러주긴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원고에 정신이 팔려 호프를 등한시한 마리, 마리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원고를 지키라고 했지만 돌아오지 않은 베르트, 호프에게 사랑인 척 접근했지만 배신한 카델. 이중에서 그나마 덜 원망스러운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이예은 카델은 시간이 많이 지나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카델도 힘든 시대를 살아가며 자기 살 길을 찾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번쯤은 했을 거예요. 전쟁 속에서 호프를 구해줬고, 손을 내밀어줬기 때문에 카델이 셋 중에서는 그나마 덜 미울 것 같아요. 엄마는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가장 원망스러웠을 거고, 베르트는 모든 일의 출발점인데 가장 나쁜 사람이죠.

최서연 저도 카델이요. 사실 카델도 호프처럼 불쌍한 아이거든요. 살아남기 위해서 호프를 배신한 거라 나중에는 호프도 이해했을 것 같아요. 저는 카델이 호프의 제2의 엄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채워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카델에게는 원망보다는 배신감이 클 것 같아요. 호프는 카델 덕분에 희망이 생겼는데 그걸 배신했으니 그다음부터는 사람을 믿기 힘들었을 거예요.

 

재판이 끝난 다음 호프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이예은 호프의 삶이 해피엔딩이었을까요? 당연히 호프가 원고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걱정돼요. 삶의 유일한 원동력인 원고를 잃은 호프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평범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K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최서연 호프가 원고를 놓고 재판장을 나갈 때 대단하다고 느껴요. 저도 예은이 말처럼 현실적으로는 호프가 살던 대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호프는 나이가 많고 그만큼 쇠약해져 있으니까 끝까지 원고를 쥐고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원고를 두고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는 것이 대단하고, 감동적이에요. 그런 의지가 있는 할머니라면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평안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재판장을 떠나는 호프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이예은 여생은 평범하게 남들이 일상을 통해 느끼는 행복을 느끼며 살길 바랄게.

최서연 너는 안락하고 평안하게 살아도 돼. 충분히 행복해도 되는 사람이야.

 

 

내 마음속의 원고

 

호프에게 원고는 놓고 싶지만 놓을 수 없는 애증의 존재죠. 두 분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나요?

이예은 뮤지컬이요. (웃음) 저는 일찍부터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뮤지컬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거든요. 어릴 때는 부모님과 갈등이 있으면 속상하니까 거울 보면서 노래 부르고 그랬어요. <서편제> 살다 보면 이런 거요. (웃음) 그러면 속상한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연극 치료 같은 느낌이랄까요. 뮤지컬이 제 삶을 지탱해 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좋은 만큼 힘들 때도 많아요.

최서연 모든 분이 다 그럴 것 같아요. 직업으로 하는 일은 애증이 될 수밖에 없죠. 저도 뮤지컬이 애증의 존재예요. 뮤지컬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참고 견뎌야 해요.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좋은 날도 오더라고요. 뮤지컬로 인생을 배운 것 같아요.

 

<호프>에서 어떤 넘버를 가장 좋아하세요?

최서연 베르트에게 배신당한 후 기찻길로 뛰어든 엄마를 보고, 호프가 엄마를 떠날지 말지 고민하는 '나의 집'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유독 슬프게 느껴졌는지 작품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이 노래가 많이 생각났어요.

이예은 '길 위의 나그네'를 좋아해요. 호프가 점점 원고지에 집착하는 엄마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엄마를 떠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예요. 정말 좋아서 유튜브에서 이 장면만 찾아본 적도 있어요. 아픈 장면이지만 음악, 춤, 조명 모든 것이 완벽한 장면인 것 같아요.

 

극 중에서 과거 호프가 아닌 다른 역할을 한다면 어떤 배역을 맡고 싶나요?

이예은 책갈피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장면이 바뀔 때 책갈피가 불러주는 사중창이 있는데 멜로디가 정말 아름답거든요. 장면이 바뀔 때 책갈피의 노래를 듣고 무대로 나가면 몰입이 딱 돼요.

최서연 나이가 더 들면 호프를 해보고 싶어요. 언니들이 하는 호프를 보면서 제가 연기하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나라면 저 곡은 어떻게 부를까, 진짜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

 

'모든 걸 다 잃고 하나만 지키는 삶'과 '중요한 하나를 잃고 나머지를 가진 삶'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다면요?

최서연, 이예은 하나만 지키는 삶이요.

최서연 돈이 많고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힘든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마도 중요한 것이 빠져있기 때문이겠죠. 나를 지탱할 중요한 무언가가 없다면 가진 게 많아도 삶이 괴로울 것 같아요. 부족하더라도 내 삶에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가족이나 친구가 그런 존재예요. 힘든 순간을 이겨낼 힘을 주거든요.

 

두 분이 생각하는 <호프>는 어떤 작품인가요.

이예은 <호프>는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지 질문을 하는 작품이에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호프를 보면서 제 삶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공연을 보고 나면 "나 아직 젊어, 늦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되실 거예요.

최서연 고집스럽게 원고에만 집착했던 호프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여요. 집착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잘살아 보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사실까지도요. 저도 호프를 보면서 제 인생에서 부족한 부분도 받아들이게 되고 나름대로 충분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호프>는 우리가 앞으로도 빛날 거라고, 각자가 가진 힘이 굉장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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