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기자 간담회가 오늘(6일) 서울 종로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렸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오페라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음악, 커다란 샹들리에로 대표되는 마리아 비욘슨의 화려한 무대 미술과 375벌의 의상 등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1986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30년 넘게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1년 초연된 후 2005년 투어 공연, 2009년 두 번째 한국어 공연, 2012년 두 번째 투어 공연으로 꾸준히 국내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2019년 월드투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일한 투어 공연으로 뉴욕타임즈 등에서 특별 취재를 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13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어 공연으로, 공연 개막 소식뿐만 아니라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다. 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 등 뮤지컬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새로운 유령의 얼굴이 되었고, 신예 손지수, 송은혜가 크리스틴 역으로 발탁됐다. 라울 역에는 송원근, 황건하가 출연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먼저 3월 25일부터 부산 드림시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해 6월까지 공연한다. 이후 7월부터는 서울 샤롯데씨어터로 극장을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이날 행사에는 제작사 에스앤코의 신동원 프로듀서와 라이너 프리드 협력 연출가, 데니 베리 협력 안무가가 참석했다. 아래는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어 공연이 13년 만에 성사될 수 있던 계기가 궁금하다.
신동원 프로듀서 <오페라의 유령>은 한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5~10년을 준비하다 보니 제작비나 일정 부분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멈춰있었을 때 유일하게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했고, 이 사실이 크게 뉴스가 되면서 국내 공연계가 집중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상도 높아졌다. 단일 공연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도 오리지널 제작사가 흔쾌히 해보자고 답을 줬다. 한국 공연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라이너 프리드 연출은 2001년, 2009년 한국어 공연에 조연출로 참여했고, 2019년 월드 투어 협력 연출로 참여했다.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는 소감은?
라이너 프리드 협력 연출가 2001년 처음 한국어 공연을 했을 때 당시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작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페라의 유령> 이후 뮤지컬 붐이 일어나면서 뮤지컬 시장이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뤘는데, <오페라의 유령>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투어 공연을 포함해 이번이 여섯 번째 공연이다. 이렇게 <오페라의 유령>이 자주 공연되는 나라는 드물다. 지난 2019년 한국에 왔을 때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과 <오페라의 유령>은 연애하는 관계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둘은 결혼한 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관객들이 다른 뮤지컬과도 연애하다가도 결국 <오페라의 유령>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웃음)
라이너 프리드 연출가와 데니 베리 안무가는 오리지널 창작진인 해롤드 프린스 연출가, 질리언 린 안무가와 작업했다. 이번 시즌은 작품의 오리지널리티에 중점을 둔다고 했는데, 두 오리지널 창작진은 이 작품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데니 베리 협력 안무가 1986년 <오페라의 유령> 전 세계 프리미어 당시, 그 전까지 이런 공연은 본 적이 없었다. 거울 속에서 유령이 나타나 손을 내밀고, 유령이 크리스틴을 은신처로 데려갈 때 배가 나타나 두 사람이 안개 낀 호수를 가로지르고, 촛불이 켜지면서 오르간이 무대로 이동하는 일련의 장면 전환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극을 올리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생각했다. 해롤드 프린스는 무대 세트 전환에도 이야기를 접목한다. 이런 전환을 우리는 여정(Journey)이라고 말한다. 해롤드 프린스는 항상 "절대 시간이 흘러가는 걸 관객에게 알려주면 안된다. 암전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대 전환 역시 스토리텔링의 일부고, 암전은 막이 끝날 때만 나오는 것이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시계를 볼 필요 없을 정도로 시간이 술술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질리언 린 안무가는 연극적인 센스가 있다. 가면무도회 장면이나 카니발 오페라 장면에서 그런 연극적인 센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우 캐스팅을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라이너 프리드 <오페라의 유령>에 여러 배경을 가진 배우가 모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음악이 클래식하기 때문에 성악을 하던 배우도 많고, 팝이나 뮤지컬을 하던 배우도 많다. 단 하나의 예술적 배경만 경험한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캐스팅을 할 때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편이다. 배우가 이전에 어떤 작품을 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서로 알아가면서 그들의 성격과 장점은 무엇인지 같이 찾아나가며 역할에 어울리는지를 본다. 역할마다 필요로 하는 요소는 있다. 유령은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카리스마를 주로 본다. 크리스틴은 연민, 동정심을 요하는 역할이다. 또한, 캐릭터를 찾아내기 위한 열린 마음도 있어야 한다. 물론 실력은 기본이다.
데니 베리 스토리텔링 능력도 중요하다.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이번 한국 오디션은 온라인으로 진행돼 직접 만나고 연습하면서 볼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좋은 배우들을 만나 만족한다.
라이너 프리드 조승우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많이 했고, 전동석은 뮤지컬을 주로 하고 있다. 김주택은 성악을 전공했는데, 세 유령은 각기 다른 예술 분야에서 온 만큼 개성이 다양하다. 우리 배우들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궁금하다면 최소 7번을 와서 관람해야 한다. (웃음) 유령, 크리스틴, 라울뿐만 아니라 재능 넘치는 배우들이 많다. 모든 사람이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하고 있어서 꼭 한 번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신동원 조연 배우들도 <오페라의 유령>과 인연이 있는 분들이 많다. 한국 최초의 유령 역을 맡은 윤영석 배우가 무슈 앙드레 역으로 돌아왔다. 그런가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에서 선 이상준 배우가 다시 참여한다. 마담 지리 역의 김아선 배우는 회식 자리에서 2001년 막내로 공연에 참여했던 사진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 작품의 역사를 함께한 배우가 참여해 작품의 깊이가 더해진 것 같다.
라이너 프리드 한국 배우들은 열정이 넘친다. 작품에게 어울리는 깊은 감정도 가지고 있다. 작업 내내 흥미진진했고, 연습을 지켜보면서는 설레기도 했다.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1톤짜리 샹들리에, 오페라 하우스, 유령의 지하 미궁 등 화려한 무대 세트로도 유명하다. 한국 공연 무대 세트 제작은 어떻게 했는가?
신동원 무대 역시 오리지널리티에 주안점을 두었다. 투어 공연 세트가 아닌 한국 공연을 위한 세트를 영국에서 만들었고, 영국, 한국, 호주에서 의상, 가발, 특수분장 등 모든 요소를 새로 제작했다. 공연장에 오면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부산에서 공연을 시작해 서울로 이어가는 방식으로 공연을 준비한 이유가 궁금하다.
신동원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공연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해왔다. 당시에는 부산에서 복잡한 무대 시설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이 없었다. 2019년 드림씨어터가 생기며 다양한 공연을 하게 됐고, 그동안 관객의 니즈도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이기 때문에 100회 공연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도전을 해보고자 부산 공연을 길게 하게 됐다.
<오페라의 유령>은 올해로 미국 브로드웨이 35주년, 영국 웨스트엔드 37주년을 맞았다. 최장기 공연을 기록하는 작품으로서, 이렇게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데니 베리 협력 안무가 뜨거운 사랑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해 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랑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 등 사람의 깊은 감정을 다룬 작품이라 사랑받는 것 같다. 문화와 세대를 뛰어넘는 감정을 담은 작품이다. 공연장에 와서 공감을 느끼고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