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마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마법에 걸려 말라가고 있는 메밀리아 공주(방글아)를 걱정하는 누들나라 백성들(김보근, 서혜리, 최아름, 유윤정, 김혜령, 신미주, 정혜정, 이규희)의 모습이다. 오래 걸을 수 없는 누들들이 나서지 못하자 마법을 풀 외딴 섬에 흐르는 쯔유쯔유강의 신비의 간장을 구하기 위한 이웃나라 용병을 찾고 그가 바로 영계백숙 장군이다.
로마 시대 장군을 떠올리게 할 법한 모습을 한 영계백숙 장군과 네 호위무사(김종국, 김대현, 김세윤, 김최용준)들의 위풍당당한 등장과 함께 노래는 웅장함으로 탈바꿈한다. 진국인 사나이 영계백숙은 거만하게 꼰 다리, 속이 꽉 찬 배로 든든한 믿음을 준다. 처음 만난 메밀리아 공주에 영계백숙은 반했고 메밀리아를 위한 간장을 찾아 떠난다.
12월 24일부터 1월 7일까지 3주에 걸쳐 방영된 MBC TV <무한도전>의 ‘나름가수다’ 편에서 정형돈은 정준하와 애프터스쿨이 함께 했던 윤종신 작사, 작곡의 노래 ‘영계백숙’을 뮤지컬 무대로 꾸몄다. “가사가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뮤지컬 같은 분위기를 살려서 편곡을 하고 싶다”는 정형돈의 의도였다. ‘영계백숙’은 ‘팥빙수’, ‘막걸리나’ 등 푸드송에 일가견을 보여온 윤종신이 메밀에 쯔유, 영계백숙이 결합된 독특한 가사를 담아낸 노래다.
노래 초반 누들랜드 백성들은 음침한 짙은 줄무늬가 있는 의상으로 ‘누들’을 상징하는 국수가락을, 새의 깃털 같은 부채는 닭의 날개와 같은 느낌을 줬다. 정형돈의 투구는 닭의 벼슬을 상징하는 듯하고 손에 낀 장신구는 닭의 발톱을 보여주는 듯했다.
‘영계백숙’의 뮤지컬 무대화엔 뮤지컬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정형돈의 뮤지컬 인맥이 없었던 만큼 섭외는 <무한도전> 제작진이 나섰다. <김종욱찾기>, <환상동화>의 김동연 연출가가 감독을, 뮤지컬계 대표 음악감독 중 한 명인 <지킬 앤 하이드>, <뮤직 인 마이 하트>의 원미솔 음악감독은 편곡을 맡았고, <코요테 어글리>의 김경엽 안무가가 참여했다.
정형돈이 중간점검 이후 자신감이 떨어져있자 원미솔 음악감독은 “나는 영웅 영계백숙”이란 마인드를 제안하는 맞춤식 교육법으로 효과를 보여줬다. 처음 보는 초호화 안무에 “그냥 흔히 먹는 닭 이야기라고” 정형돈은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결국 완결된 퍼포먼스로 마무리된 한 편의 화려한 뮤지컬이 탄생됐다.
‘영계백숙’으로 주목받은 또 한 명은 방글아 배우다.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은 방송 당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방글아는 <그리스>, <몬테크리스토>에 출연했고, 2009년 E채널에서 방송됐던 <작전남녀 비만스캔들>에 출연해 거구의 빅죠와 다이어트 대결을 벌여 우승하기도 했다. <왕세자 실종사건>, <몬테크리스토>에 출연했던 김대현 배우도 호위무사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뮤지컬로 색다른 무대를 꾸몄던 만큼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길은 방송을 통해 “충격이었어요. 최고의 무대 같아요. 그렇게 멋있는 무대는 오랜만에 본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하하는 “순정마초 이후에 정형돈 장르를 또 하나 구축한 것 같아요”라고 평했다. 원작자인 윤종신은 트위터를 통해 “정형돈.. 아티스트 반열에 오르는구나”라며 편곡을 맡은 원미솔 음악감독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의 결과는 2위. 이후 온라인의 반응은 1위급이다. 이처럼 대활약을 보여준 ‘영계백숙’에 참여한 뮤지컬팀의 차기작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먼저 김동연 연출은 아베 야로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두산아트랩 <심야식당>을 선보인 뒤, 2월엔 드라마컬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출한다. 김경엽 안무가도 함께 참여한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1월말 국내 초연작 <닥터지바고>에 참여한다. 방글아 또한 이 작품에 출연한다. 김대현은 오랜만에 돌아오는 김태형 연출의 연극 <모범생들>로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