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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위윌록유>의 작가 겸 연출가 벤 엘튼

글 | 장지영(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2009-01-20 4,132

<위윌록유>의 작가 겸 연출가 벤 엘튼
록의 역사와 로커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다

 

뮤지컬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의 작가 겸 연출가인 벤 엘튼은 매력적인 인터뷰이(interviewee)였다. 기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터뷰이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이 생기는데, 그는 ‘윌 윌 록 유’를 보러 런던에 온 한국 기자 모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를 만나기 전엔 ‘윌 윌 록 유’의 줄거리나 구성이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뷰를 마친 이후엔 “내가 영어가 짧은 탓에 ‘위 위 록 유’에 담긴 그의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괜히 미안해졌을 정도니까.

 

<위윌록유>가  뮤지컬코미디어야 하는 이유

한국에서 영화 ‘미스터 빈’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졌지만 그는 영국에선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하다. 2002년 버킹검 궁에서 열린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회자로 직접 선택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TV와 연극, 뮤지컬의 작가 겸 연출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엔 추리소설가로도 필명을 날리고 있다. 범상치 않은 재능과 엄청난 커리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인상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였다. 하지만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화술은 인터뷰어가 바라는 모범을 보여줬다.
 “퀸은 ‘록 음악의 전설’이기 때문에 전설이라는 모티프가 뮤지컬의 스토리에서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전설은 ‘아더왕과 엑스칼리버’입니다. 아더왕이 돌 속에서 엑스칼리버를 뽑는 것에서 착안해 주인공 갈릴레오 피가로가 전설 속의 퀸의 기타를 찾아가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록 음악에는 웃음과 열정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고 스토리를 만들었죠.”
 <위 윌 록 유>의 스토리에 대한 질문에 그는 퀸의 음악으로 뮤지컬 코미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991년 리드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AIDS로 사망한 후 브라이언 메이 등 퀸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 것에 뜻을 모았다. 이들은 처음 프레디 머큐리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지만 그는 디지털화된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록음악을 탄압하는 거대세력에 저항하는 보헤미안을 그려냈다.
 “퀸은 항상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그룹이죠.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는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관객들이 심각한 내용의 공연을 보기보다는 공연을 보고 즐겁게 돌아가길 원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초연 이후 6년째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에서 ‘위 아 더 챔피언’을 부를 때 관객들은 자신의 삶의 챔피언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이것은 배우와 관객들이 모두 하나가 된 것 같은 동질감을 줍니다.”

 

작품 배경은 2300년의 미래로

 “전 미래가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해요. 즉 <위 윌 록 유>는 단순히 미래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SF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이라는 작품을 썼을 때 당시 현실을 미래에 빗대 이야기 했듯 이 작품 역시 2300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에 의해서 음악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지고 조작되는 현실을 말하죠. 예를 들어 제가 젊었을 땐 팝 차트 1위에 대해 누구나 공감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에 의해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가수의 노래가 1위에 오르고, 이것은 공감을 얻지 못하죠. 저는 이 뮤지컬에서 음악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뮤지컬 제목을 퀸의 또다른 히트곡인 ‘보헤미안 랩소디’ ‘섬바디 투 러브’ 등이 아닌 <위 윌 록 유>로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즉 퀸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그는 <위 윌 록 유>를 통해 록의 역사와 로커들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그는 갈릴레오나 스카라무쉬 등 주인공의 이름을 퀸의 음악에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오지, 클리프, 보노, 마돈나, 브리트니 등 조연의 이름을 유명 팝스타들에서 따왔다. 또한 극중 대화의 상당수를 유명 록 음악의 제목이나 가사에서 가져오는 등 팝의 역사를 종횡무종하고 있다. 여기에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즈,U2 등 유명 록밴드의 무대세트를 디자인한 마크 피셔와 윌리 윌리엄스가 참가함으로써 록의 정신과 역사를 환기한다.
 “뛰어난 팝 음악은 시대를 뛰어넘습니다. 특히 록 음악은 그 절반이 역사라고 할 만큼 세대를 초월하죠. 전 어릴 때부터 록 음악을 좋아했어요. 특히 퀸은 제 성장기를 함께 한 그룹이기 때문에 퀸의 음악에는 수많은 추억이 어려 있죠. 그런 퀸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됐을 때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퀸이야말로 거대한 쇼 비즈니스 자체이고, <위 윌 록 유> 역시 상업적인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반항과 저항의 산물인 록 음악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뮤지컬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항상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대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 같아요. 특히 <위 윌 록 유>는 매일 밤 다른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록 콘서트가 매일 똑같은 공연일 수 없듯이 <위 윌 록 유> 역시 배우들이 매일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매번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제 절친한 친구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자신의 작품이 하나의 바이블처럼 공연되길 원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매일 똑같은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돼요. 하지만 우리 공연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수정하기 때문에 늘 새롭습니다.”

그는 한국 공연 역시 런던 공연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힌트를 주자면 대사 일부분을 유명한 한국 노래로 바꾸거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한국인이 사랑하는 가수의 이름으로 바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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