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발표 후 더 뜨거운 화제를 낳고 있는 <데스노트>(제작 씨제스컬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배우들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월 1일 오후 3시 서울 반포 플로팅아일랜드 가빛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다섯 명의 주연 배우,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는 뮤지컬 행사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뤄 작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씨제스컬쳐 제공
<데스노트> 캐릭터와 마주하다
<데스노트>는 부패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실존하지 않는 사신(死神), 적기만 하면 죽는 데스노트(Death Note) 등 판타지적 요소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캐릭터 접근이 쉽지 않다. 사신 ‘렘’을 연기하는 박혜나도 정보를 찾기 어려워 처음엔 난감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사신 또한 갖고 있을 상황과 역사 등을 통해 캐릭터를 찾아가려 한다고. 또다른 사신(류크)을 연기하는 강홍석 역시 “저라는 사람이 류크를 만난 것”이라며 자신에게서부터 출발점을 잡았다. “생긴 게 인간이기 때문에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분장도 그렇고요.”
두 사신과 달리 인간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어떨까? 김준수가 연기하는 캐릭터 ‘엘(L)’은 구부정하게 앉는 독특한 자세와 걸음걸이에 단 군것질 거리를 항상 달고 사는 인물이다. 김준수에게 어려웠던 점은 바로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고. 캐릭터와 실제가 맞지 않는 것이 그럼에도 큰 장벽일 수는 없듯 더 어려웠던 것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란 점이었다. “기본이 아예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는 걸 편하게 할텐데 배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보니 너무 똑같이 하면 코스튬 플레이로 보일 수 있어서 중간 접점을 자연스럽게 찾아가야 하는 부분이 어려웠던 고민과 작업이었어요.”
‘라이토’를 연기하는 홍광호가 마주했던 건 런던에서의 귀국길에 탄 비행기에서 본 뉴스 첫 소식이었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뉴스였는데 그걸 보면서 ‘왜 부정부패를 저지를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고. 처음엔 나라를 위했더라도 점차 권력을 쥐게 되면서 부패를 저지르게 된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었고, 거기서 라이토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라이토도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법이 썩었고 정의를 대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던 모범생이 절대 권력을 손에 넣게 됐을 때 어떤 과정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악으로 치닫느냐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살해한 범인을 죽여준 것이 키라였기에 그를 동경하고 존경하는 키라, 즉 라이토를 신봉하는 인물이 정선아가 연기하는 ‘미사’다. 미사 캐릭터는 만화 원작에선 10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배우들에 맞게 변경되면서 20대 최고 여가수로 설정이 바뀌어 더 깊은 연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1막과 2막은 정말 다른 내적 아픔을 갖고 있어요. 대본을 보면서 감사하고 성숙하는 과정이 뮤지컬 <아이다>에서 연기했던 암네리스와도 비슷한 부분이 참 많다고 생각했어요. 성숙한 면을 찾는데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캐스트로 연기한다는 것
<데스노트>는 출연 배우들 모두 “귀가 호강하는 공연”이라 입을 모을 정도로 공연계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주연으로 활약 중인 배우들이 한 작품에 출연하는데다 모두 원캐스트인 점도 주목받고 있다. 5년 전 주요 배역 모두 원캐스트였던 <아이다> 등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사례기 때문이다.
<아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등의 작품에서 원캐스트를 수차례 해본 경험이 있는 정선아는 “원캐스트는 그만큼 책임감이 더 따르기 때문에 더 좋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모두 원캐스트인 경우가 많지 않았고, 일부 배역이 더블 이상 캐스팅된 경우 혼자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그만큼 더 많이 맞춰봐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왔다면서 이번에는 연습하면서도 더 편했고, 스태프와 앙상블 모두 원캐스트라 한 번 연습해도 집중도가 크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홍광호도 사람이기에 언제 사고가 날지도 모르고 아플 수도 있어 걱정은 되지만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보였다. 특히 작품에서 약속을 정할 때 한 배역에 캐스트가 여러 명인 경우 그 모든 배우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데스노트>는 한 명이 한 배역을 연기하기 때문에 절차가 간결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이 첫 원캐스트 도전인 김준수는 “원캐스트란 것에 대해 막연한 꿈이 있었고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그만큼 책임감도 따르고 걱정도 되지만 좋은 배우들이 동료로 함께하기에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 지금이 (원캐스트에 도전하기) 적절한 시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혼자 한 배역을 호흡하기에 멀티 캐스트인 경우 달라질 수 있는 해석 등에 대한 혼동 없이 온전히 전하고자 하는 걸 전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역시 원캐스트로 출연해보지 않아 이번이 기대가 더 컸다는 박혜나는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면서 한 상대 배역과 같은 호흡으로 쌓아가는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강홍석은 원캐스트는 몇 달 간 혼자 자신의 캐릭터를 맡아서 해야하기에 책임감이 가장 먼저 든다며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첫 인연은?
<데스노트>의 주역들은 기존 작품을 통해 인연을 쌓은 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사적으로만 알고 지내다가 처음으로 <데스노트>로 함께한 배우들도 있다. 배우들이 밝힌 인연은 어떤 것들이 있었고, 처음 만난 배우들은 또 어떤 기대를 했을까?
홍광호는 김준수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동안 아이돌 가수 출신이란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김준수의 <디셈버> 관람을 통해 ‘저 친구가 보통이 아니구나. 괜히 저 자리에 있는 게 아니구나. 괜히 많은 팬들이 있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데스노트>를 통해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기분 좋고 기대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준수는 홍광호에 대해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영상 등 여러 매체로 접한 것 만으로도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물씬 느꼈던 배우라 언젠가는 꼭 한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음을 털어놓았다.
정선아와 박혜나는 최근 <위키드> 출연을 통해 끈끈한 우정을 다진 경우다. 박혜나는 여느 작품 이상으로 힘들었던 연습 탓에 끈끈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면서 지금도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공유하고 있어서 정선아와 <위키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정선아는 훌륭한 에너지를 갖고 있고 상대방을 배려해서 무대 위 혼자라도 빛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데스노트>에서는 스스로를 희생해서 미사의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역이라 <위키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서로 통화하다 울기도 했던 일화를 전하면서 다시 만나서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정선아 또한 <위키드>를 통해 서로를 잘 알게 된데다 극중 미사의 등장 장면에 렘이 거의 나오기 때문에 더 끈끈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할 배역이 모성애와 여성 둘이지만 친구 이상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며 앞으로 계속 함께하고 싶은 배우 박혜나라고 덧붙였다.
강홍석은 정선아와 <킹키부츠>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쌓았다. 당시 <데스노트> 오디션 소식을 접하고 정선아 소속사(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다고 해서 정선아에게 출연하고 싶은데 어떻게 오디션 봐야하냐고 물은 일화를 꺼냈다. “홍석아, 우리 같이 오디션 열심히 보자”라는 정선아의 답에 오디션을 재미있게 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배역을 만난 것 같다며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류크)를 만나게 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남자 투톱 뮤지컬
<데스노트>는 키라의 정의구현과 더불어 키라가 되는 라이토와 엘, 두 캐릭터 사이에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김준수는 남자 투톱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했던 이유로 특히 홍광호와 함께 하기에 많은 배움이 되고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목소리의 조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저는 여성과의 듀엣도 좋아하지만 제 나름대로 소리를 변화시켜야 해요. 하지만 남자와의 듀엣을 할 때는 오롯지 제 소리를 내면 잘 어우러지는 편이에요. 일반적인 남자 목소리로 보기에 독특한 소리인데 이것이 광호 형같이 클래식한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걸 알거든요. 게다가 광호형의 무기가 클래식한 소리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 종종 놓치는 그루브 감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노래도 정말 잘하시지만 목소리까지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 해서 기뻤어요.”
메탈적인 김준수의 소리와 클래식한 홍광호의 소리의 어울림을 기대하게 한 김준수에 대해 홍광호는 “섬세한 보이스, 음감은 물론이고 남성성과 동시에 여성적인 목소리도 동시에 갖고 있는 배우”로 표현했다. 특히 김준수와 연습하면서 정말 대단한 가수고 배우였구나를 다시 한 번 체감하면서 무서울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전했다.
정선아와 박혜나는 주연으로 존재감을 빛내온 배우들이다. 하지만 <데스노트>는 두 남자 배우가 중심축이 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출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선아는 뮤지컬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었다며, 전에는 주연이 제일 멋있어 보이고, 무대에 많이 나오고 노래도 많이 하는 게 최고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연을 계속 했던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며, 혼자 멋있게 솔로곡을 부르고 싶기도 하지만 뮤지컬에 계속 출연하다 보니 정말 마음 맞는 배우들, 스태프들과 좋은 노래를 함께하는 것에 더 재미와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걸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중에 관계없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선아는 배우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을 강조했다. 잠깐 나와도 임팩트 있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는 그는 언젠가부터 사라진 주연에 대한 욕심보다 김준수, 홍광호, 박혜나, 강홍석 배우의 팬이기에 같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이 뿌듯하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홍광호와 김준수가 투톱인 덕에 연습실에서 귀가 호강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덧붙였다.
박혜나는 스스로를 부족하다며, 노래하고 춤추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조연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조연과 주연 모두의 어려운 점을 많이 느꼈고, 정선아의 말처럼 어떤 작품에서 어떤 사람들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데스노트>에서 좋은 동료들 만나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서 좋다며 어떤 배역이든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데스노트> 배우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배우들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데스노트>와 연결지어 표현했는데, 김준수는 “미사와 렘의 캐릭터를 통해 절대적인 사랑, 희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랑의 가장 큰 정의는 ‘희생’이라 꼽았다. 홍광호는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주·조연에 대한 얘기를 곰곰히 생각해본듯 “사랑은 내 인생의 주연 자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조연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연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선아는 “<데스노트>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란 요소가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네 미사가 부모의 원수를 갚아준 라이토를 향한 동경과 사랑도 있지만 미사와 렘의 사랑이 정말 찡하다고 말했다. 박혜나와 각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연습하면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사신이 만나서 사랑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았을 때 큰 사랑을 얻어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박혜나는 미사의 사랑을 위해 렘이 희생하는 장면은 연출가(쿠리야마 타미야)가 피에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며, 인간은 추악하고 변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던 렘이 미사의 헌신적이고 조건없는 사랑을 보게 되면서 사신일지라도 미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된다고 말했다. 강홍석은 류크가 한 장면을 제외하면 라이토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함께 나온다며 홍광호 옆에 붙아서 사과달라고 애교를 피기도 한다고 말하다가 마침 떠오른듯 “<데스노트>는 사과가 사랑이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띄웠다.
배우들의 한 마디
김준수 “드라이하면 솜사탕처럼 날아가는 머리” (머리 염색에 관한 질문에 염색을 많이 해서 생기는 고충을 설명하며)
홍광호 “관리를 해봤자 한계가 있어요” (초반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답하며)
정선아 “박혜나 사랑해” (<위키드> 이후 다시 만난 소감에 답하다 마지막에 수줍게)
박혜나 “<위키드>랑 비슷한 생각이 나서 울기도 했어요” (<위키드> 이후 정선아와 다시 만난 소감에 답하며)
강홍석 “이번엔 인간이 아니네요” (<킹키부츠>에선 여장을, <달빛요정과 소녀>에선 상반되게 분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씨제스컬쳐 제공
만화와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뮤지컬로 어떻게 탄생될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대감을 높인 <데스노트>는 같은 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관객들을 초대한 가운데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쇼케이스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후 <데스노트>는 6월 19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8월 9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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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석상에 나선 <데스노트> 배우들을 만나다(기자간담회)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5-06-02 7,575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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