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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할에 구애받지 않는 실력파 배우, <자나, 돈트!>의 로버타 김경선

글 | 김유경(객원기자) | 사진 | 박인철 2009-03-10 3,800

동성애가 정상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하츠빌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의 소동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공연 <자나, 돈트!>에서 유독 돋보이는 배우가 있다. 로버타 역할의 김경선이다. ‘사랑만 하기도 너무 짧아(I Ain’t Got Time)’를 시작으로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객석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바로 그녀의 발군의 가창력이 보는 사람마저 공연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나, 돈트!>가 공연 중인 세종M씨어터 로비, 무대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채

 

<자나, 돈트!>에서처럼 실제로 현실에서 동성이 본인을 좋아한다고 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그럼, 저한테 매력을 느꼈나보죠? (웃음) 크게 거부반응은 없어요.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아니니까요” 라며 가창력만큼이나 시원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녀에게는 어떤 편견이나 고정관념 이전에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좋은 태도가 배어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출연했던 공연들 중에서도 <뱃보이>, <유린타운>, <자나, 돈트!> 같이 이 사회의 마이너리티 계층을 보듬어 주는 이야기의 공연에 애정이 간다고 한다. 김경선은 2004년 지하철 1호선의 ‘곰보 할매’ 역할로 뮤지컬계에 입문했다. 이후 <뱃보이>, <유린타운>, <아이 러브 유>, <시카고> 등의 공연에서 실력을 다져온 배우이다.

 

김경선은 실제 무대 위에서보다 연습을 할 때 전력을 쏟고 에너지의 120%를 발휘해서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해야 무대에서 실수가 없어요. 가끔 관객들의 호응과 연주소리에 흥분해서 과하게 노래를 할 경우에 순간적으로 목이 쉬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 할 수도 있거든요.” 그녀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이야기해준다.
공연 중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 또한 연습기간 동안에 수차례 넘어져 봐서 무대 위에서는 안전하게 실수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 시작 1시간 전, 비교적 조급하고 부담스러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하며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은 준비된 자의 여유로움 그것과 같았다.
뿐만 아니라 털털한 성격이 무척 유쾌해 보였다. “원래 성격이 털털하기도 한데, 로버타 역할을 하면서 그 점이 더욱 극대화 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가끔 남자 후배들이 형이라고 부른단다. 그녀는 케이트 역의 최유하, 마이크 역의 박주형 등과도 친한 사이라서 연습시간이 항상 화기애애하다고 말한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자나, 돈트!>에서 연출이 가장 강조한 점은 ‘청소년의 밝고 순수한 에너지’를 표현하는 점이었단다. 적어도 <자나, 돈트!>를 직접 본 관객이라면 2시간 남짓의 공연시간 동안 ‘열정적인 청소년들의 밝고 순수한 에너지’를 제대로 느끼고 돌아왔을 것이다. 연습 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실제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김경선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그보다는 무슨 역할을 맡든 믿음직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특정 캐릭터를 맡아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슨 역할을 하든 김경선이면 걱정 없다’라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공연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서서히 확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우로서 유명세를 쫒기 보다는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본인이 임하는 공연에서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뮤지컬계의 화려한 ‘디바’가 탄생할 듯한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그 때가 되면 김경선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것은 물론,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뮤지컬계의 캐스팅 섭외 영순위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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