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지난 7일 유준상, 한지상, 서현의 사회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지난 2년 간 만날 수 없었던 뮤지컬계를 아우르는 시상식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듯 9만 명이 넘는 뮤지컬 팬들이 네이버TV캐스트와 V앱을 통해 생중계를 지켜봤다.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서울뮤지컬페스티벌 내에서 개최되던 것에서 독립하여 단독 시상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배우와 스태프가 각각 뽑은 배우, 스태프상과 아동청소년부문, 흥행상 등이 사라진 대신 베스트리바이벌상, 베스트외국뮤지컬상, 각색번안상 등을 신설하여 총 20개 부문에 걸친 시상을 진행했다. 평론, 학계, 연출, 기술, 음악, 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 7인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개인상 2백만 원, 작품상 3백만 원, 대상 5백만 원의 부상도 주어졌다.
기존 뮤지컬 시상식이 중대형 극장 중심으로 시상되었던 것과 달리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는 소극장 뮤지컬도 포함되어 그간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작품들도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아랑가>는 6개 부문에 후보를 내며 연출상, 혁신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최다 수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형 창작 뮤지컬로 2016년 화제작이었던 <마타하리>도 올해의뮤지컬상, 무대예술상과 여자인기상에서 수상하며 3관왕을 기록했다. <로기수>, <더맨인더홀>이 2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도리안그레이>는 남녀인기상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며 역시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반면, <아랑가>와 함께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곤 투모로우>는 한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신설된 베스트외국뮤지컬상의 첫 영광은 <킹키부츠>가 가져갔다. <로기수>는 재공연에서 한층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베스트리바이벌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강필석, 김소현, 최유하, 고훈정 등 배우들뿐 아니라 김수빈 작가 등 수상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듯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수상자들이 많았다.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감과 바람으로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예의 예그린대상은 故 김의경 작가가 수상했다. 4월 7일 별세한 김의경 작가는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극단 실험극장과 극단 현대극장를 창설했고 ‘남한산성’, ‘길 떠나는 가족’ 등을 쓰며 공연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축하공연으로는 <곤 투모로우>, <그날들>, <라흐마니노프>, <마타하리>, <킹키부츠>, <투란도트>, <프랑켄슈타인> 등 후보에 오른 작품을 비롯해 <몬테크리스토>, <오! 캐롤> 등 개막을 앞둔 작품들도 선보였다.
예정시간인 3시간을 넘겨 장장 3시간 40분 여에 걸쳐 진행되었던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여자주연상을 수상한 김소현을 중심으로 한 <명성황후>의 ‘백성이여 일어나라’ 축하공연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마무리했다.
수상자들의 말말말
◆ 조승우 (신인상 시상하며)
“저는 못 받았습니다. 부럽습니다. 의미 있는 큰 상이죠.”
◆ 고훈정 (남자 신인상 수상하며)
“평생에 신인상은 이제 없을 줄 알았습니다.”?
◆ 한지상 (분위기를 띄우자는 유준상과 송용태의 제안에)
“소리 질러!”?
◆ 김유현 (극본상 수상하며)
“오늘 파스타를 많이 먹고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적게 먹고 올 걸 그랬어요.”?
“오랜 기간 힘들었는데 옆에 남아준 친구 분들도 감사합니다.”?
“준비하면서 힘들었을 시기에 <킹키부츠>를 보면서 많이 힘받았어요. <킹키부츠>의 롤라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변정주 (연출상 수상하며)
“요새 나라가 좀 어지러운데요. 우리 문화예술인들을 이용하고 관리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말하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권력에 붙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겁니다. 앞으로 작업할 때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반성하고 제 자신도 살피겠습니다.”?
◆ 김수빈 (각색번안상 수상하며)
“안 받아도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였는데 (수상하려) 걸어오면서 (눈물이) 빵터지더라고요. 갑자기 상받으니까 초현실적인 느낌이어서 이상해요. 항상 바닥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
◆ 민찬홍 (음악상 수상하며)
“며칠 밤새며 새로운 작품 쓰고 있어서 심신이 매우 미약합니다. 소처럼 열일해서 창작뮤지컬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관객 분들에게 위안을 드리는 사람으로서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더 창작의 고통으로 살아가라고 주신 상으로 알고 열심히 밤새면서 작업하고 일하겠습니다.”?
◆ 남경주 (무대예술상 시상 전 안무상을 수상한 신선호 안무감독의 비비크림 바른 이야기에 덧붙이며)
“신선호 씨 비비크림 바르는 거 제가 아까 목격했습니다.”?
◆ 설도윤 (인기상 시상하며)
“저희가 공연 끝나면 결혼식이나 경조사에서 만나는데 이런 잔치에서 만나니까 반갑고 좋습니다.”?
◆ 구원영 (인기상 수상하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 보세요! 제가 함께 서있는 배우들을 보세요! 이게 말이 됩니까”?
◆ 조승우 (인기상 수상하며)
“신인상은 못 받아봤던 상이라 주는 게 의미있을 것 같아서 항상 시상할 때 신인상을 하고 싶어하는데 2002년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출연했을 때 정말 신인상을 받고 싶었거든요. 13년 후에 다시 공연하고 <베르테르>로 인기상을 받게 됐습니다.”?
◆ 김준수 (연말 콘서트에 대한 질문을 시상자 박경림으로부터 받고)
“시상식에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뮤지컬배우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경력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해온 모든 작품의 주옥같은 곡들을 콘서트에서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 최유하 (여자조연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처음할 때 외국 것이 좋은 거라는 사대주의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리석었죠. 그때 <형제는 용감했다> 초연을 보고 충격받았어요. 저 뮤지컬에서 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캐스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굉장히 기뻐서 기쁨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저를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들 부모님, 친구들, 여기 계신 배우 분들도… 저를 남몰래 지지해주실 수도 있겠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강필석 (남자주연상을 수상하며)
“(울컥하며) 여기 오니까 말을 못하겠네요. 뮤지컬을 해오면서 상을 처음 받아봅니다. 너무 바보 같아요. 왜 이렇게 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 지금 3층 객석에서 좋아해주고 계실 어머니에게 감사드립니다.”?
◆ 김소현 (여자주연상을 수상하며)
“전혀 준비 못했고 가족들도 아무도 안 왔는데 이렇게 큰 상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명성황후> 하면서 애국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모두 웃는 좋은 우리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이따 노래도 불러야 하는데 박수 많이 쳐주세요. 초심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 한지상 (박은태의 ‘난 괴물’ 노래 후)
“이 노래가 지구상에서 얼마나 힘든지 저는 알거든요. 이 노래하면 쓰러져서 암전 후 부축해서 나가요. 카메라로 보면 아주 짠하거든요. 고생하시는 배우 분들 위해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진우 (예그린대상 대리수상하며)
“상의 이름을 듣고 더욱 기뻤습니다. 제 선친께 뮤지컬은 동반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예그린과 뮤지컬 두 단어가 섞인 이 트로피로 행복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뮤지컬을 지금 이런 화려한 자리로 끌어올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싶어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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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키운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마타하리>·<아랑가> 3관왕, 강필석·김소현 남녀주연상
글, 그래픽 | 안시은 기자 | 사진 |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생중계 캡처 | 글 | 안시은 기자 | 그래픽 | 안시은 기자 2016-11-09 4,051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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