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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한지상·정선아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한국어 노래 더빙기, 행복을 선물하는 법

글 | 박보라 기자 | 사진제공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영상제공 | 월트디즈니코리아 2019-02-25 5,409
영화 <메리 포핀스>가 54년 만에 속편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개봉했다. 작품은 전편의 스토리에 이어 25년 후가 배경으로, 체트리가 17번지에 사는 마이클과 세 아이들에게 보모 메리 포핀스가 다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타공인 한국 대표 뮤지컬배우 한지상과 정선아가 이번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국어 노래 더빙에 참여한다는 것! 물론 이번에도 한국어 노래 더빙 과정 또한 보안이 철저한 디즈니의 스타일을 피해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한국어 노래 더빙은 3주 동안 연습이 진행됐다고. 연습 초반엔 악보만으로, 이후엔 전체 영상 대신 짧게 나뉜 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단다. 사실 이것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입 모양 맞추기다. 그래도 한지상과 정선아가 겪은 어려움과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 이들의 한국어 노래는 지난 14일 영화가 개봉된 이후 긍정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니까. 그럼 한지상과 정선아가 <메리 포핀스 리턴즈> 한국어 노래를 더빙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와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처음 더빙 작업에 참여하는 각오는? 
정선아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 덕분에 뮤지컬이 뭔지 알게 됐다. 우리처럼 뮤지컬을 꿈꿨던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디즈니는 ‘종착역’이었다. 디즈니의 영화는 비디오 테이프를 무한 반복하면서 노래를 다 외울 정도로!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국어 노래 더빙은 아무나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작업이라 정말 좋았다. 작품의 노래를 많은 시간 들여서 연습했고, 무엇보다 잘 만들고 싶었다. 이 노래를 한국어로 불렀을 땐 어땠을까? 한지상과 정선아가 이걸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 하고 많이들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지상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다. 그 때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연기들을 실제 무대에서 쓸 때도 많았을 정도다. 과거의 추억을 펼칠 때마다 신기한 기분이다. 이런 디즈니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와서 감사했고, 무엇보다 팬인 메릴 스트립과 콜린 퍼스, 에밀리 블론트의 출연 작품에 함께 한다는 것이 영광스러웠다. 물론 노래 더빙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노래하면서 연기로 풀어갈 수 있는 섬세함은 뮤지컬 배우로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한 편의 뮤지컬을 제대로 보고 가시는 느낌이 들 수 있게 잘하고 싶었다. 

 
한국어 버전으로 노래를 녹음하면서 느낀 기분은?
정선아 뮤지컬 무대에 오랫동안 서 오면서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게 많이 어렵게 느껴졌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건 진짜 어렵더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작업인데다가 스킬이 없기도 했었으니까. 전문 성우분들을 진심 존경하게 됐다. 입을 맞추기 위해 한 소절, 한 마디를 100번도 넘게 듣고 직접 소리 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꿈과 희망이 아니라 괴롭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웃음) 근데 다 끝내고 보니 감동적이기도 하고 내가 또 새로운 작업을 재미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지상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더빙은 자신을 다 내려놓고 오직 영상 속 캐릭터의 연기에만 나를 맞추는 작업이다. 입 모양, 표정, 호흡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물리도록 해야만 했다. 어려웠지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었다. 

한국어 버전으로 노래를 녹음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한지상 입 모양과 단어의 길이를 맞춰서 작업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ABCD’를 ‘가나다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메인 테마곡인 ‘Lovely London Sky(런던의 하늘 아래 세상)’에서 ‘SKY’(스카이)를 ‘하늘’이라고 두 음절로 발음해야 하니까 길이에 맞춰 해맑게 불렀다. 또 원래 ‘그랬었어’라는 번역이 가사와 길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그랬으니까’로 바뀌기도 했다. 
정선아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부르니까 가사가 정말 많았다. 빠른 것도 많았다. ‘A Cover Is Not The Book(표지가 책의 전부는 아냐)’이라는 곡은 특히 빠르고 가사도 많아서 힘들었다. ‘가진 앙상해 보이지만 그 뿌린 건강했단 것’(원곡에서는 ‘But what could not be seen was though Her trunk up top was barren Well, her roots were lush and green’)이란 구절이 기억에 남는데, 이 부분이 특히나 잘 안 돼서 100번 정도 듣고 부르면서 녹음했다. 
 
한국어 가사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은?
한지상 잭의 메인테마곡 ‘런던의 하늘 아래(Lovely London Sky)’ 중 ‘어쩜 그 내일이 오늘이야’라는 가사다. 행복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유머러스한 잭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런던 하늘 아래 있는 것 같은, 행복한 마음이 든다. 
정선아 메리 포핀스가 상심에 빠진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잃은 것들이 숨어 사는 곳(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의 가사를 다 좋아한다. 침대 맡에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자장가처럼 불러주는데, 잔잔하면서도 힘을 주는 노래라 한 소절 한 소절이 전부 소중하게 느껴진다.

 
무대와 영화 더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선아 뮤지컬배우로 다양한 라이선스 뮤지컬을 경험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우리나라에 맞게 대본 번역을 하고, 노래도 조율하면서 만들어 가는데, 더빙은 전혀 다르다. 영상 그대로 입 모양을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가장 큰 다른 점 아닐까. 무엇보다 연기 노선 등을 맞춰 입을 맞추는 작업이 정말 쉽지 않았다. 뮤지컬은 2, 3개월 전부터 전체 런스루를 하면서 내 몸에 전체적인 흐름을 완전히 익힐 정도로 무대에 올라가는데, 영화는 훨씬 짧은 시간이 주어졌고 장면만 보면서 연습하고 녹음하는 데 집중했다. 
한지상 무대의 캐릭터의 경우 원작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과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에 대한 부분을 같이 얘기하고 만들어나가는 부분이 있다면, 영화 더빙의 경우 개인의 해석이나 연기 톤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영화 원작의 그 캐릭터를 그대로 맞춰가야만 한다. 특색 있는 연기보다는 캐릭터 원작에 가장 가까운 연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노래를 부르며 느낀 공감대는? 
한지상 행복은 받아도 행복하고, 주어도 행복하다는 점. 잭은 긍정적이고 희망찬 동시에 행복을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2019년은 잭처럼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위로를 전하는 영화다. 보시는 분들도 그런 감동할 수 있을 거다. 
정선아 메리 포핀스는 상당히 시크하고 새침하다. 뭐랄까 무심한 사람이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한없이 사랑, 꿈, 행복을 선물한다. 마음속에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품고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주는 그녀 덕분에 작업하면서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또 한 번 꿈과 희망이 채워졌다. 디즈니는 언제나 사랑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
한지상 어렸을 적 꿈꿨던 환상이 실현되는 짜릿함을 맛봤다. 그 안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상상력과 판타지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잭을 연기한 린 마누엘 미란다에게서 이타심을 느꼈다. ‘진심’이 최고의 기술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됐고, 배우로서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정선아 이게 바로 디즈니의 끝판왕! 물론 직접 참여하게 되서 영광스러웠다. 완벽한 행복의 아이콘이었다. 계속해서 안주하지 말고 배우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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