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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팔색조의 매력, 뮤지컬<대장금>의 리사 [No.68]

글 |박병성 사진 |박진환 사진제공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2009-05-27 8,042

팔색조의 매력, 뮤지컬<대장금>의 리사

 

처음 리사를 본 것은 콘서트형 뮤지컬 <밴디트>를 통해서였다. 지적이고 냉철한 탈주범 영서 역을 맡은 그녀는 극 중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며 ‘Another Sad Song’을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알 수 없는 마력이 느껴졌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이번 뮤지컬 참여가 일회성의 외도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가을 고궁 뮤지컬 <대장금>에서 장금이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5월 리사는 경희궁에서 앙코르 공연하는 <대장금>의 장금이로 다시 무대에 선다.


 

 그림 그리는 싱어송라이터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리사가 자신 의 3집 앨범 표지를 손수 그리는 사진이었다. 모니터 상의 작은 사 진을 무심코 스쳐가다 본 것이라 처음에는 벽화 앞에 있는 리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리사조차도 그림의 일부로 생각했던 것이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신기하고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했나 봐요. 그래서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것을 앨범 표지로 하기로 했어요. 그리는 동안 촬영도 병행해야 해서 신경이 쓰이고 벽화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겁이 났어요. 반나절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시간 반만에 끝나더라고요. 그림은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그림을 보면서 내가 무척 밝고 원색적이고, 음악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행위라고 말한다. 한때는 그릴 때마다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왜 내가 그리는데 하나의 느낌으로 나오지 않지’ 하고 고민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결같이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더란다. 음악 역시도 마찬가지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것은 자신에게 솔직한 만큼 보여진다. 리사는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지만 둘다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예능 쪽으로 진로를 잡은 것은 비교적 어려서부터였다.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해야 했던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좀더 먼저 자신에 대해 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음악이나 미술도 수학이나 국어처럼 중요한 과목 중 하나로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수학보다는 예체능을 하는 것이 더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농구, 배구, 밴드 활동, 합창단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전공할까도 싶었지만 한 번 심하게 앓고 난 후 부모님은 그녀를 이모가 있는 모국으로 돌려보냈다. 자유로운 교육을 받았던 그녀는 어렵지 않게 홍대 회화과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리사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면 바로 홍대 일대일 것이다. 인디 신의 근거지이자 젊은 아티스트들이 집결된 젊음의 해방구.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부르다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뮤지컬 배우, 낯설지 않은 도전


  그림을 그리는 싱어송라이터 리사에게 뮤지컬 배우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꾸고 있었다. 해외에서 고등학교 시절 <걸 프렌드>라는 뮤지컬에 참여하기도 했다.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이지나 연출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 노래를 인상 깊게 들으셨다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어요. 처음 <밴디트> 대본을 봤는데 욕이 정말 많았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말이 서툴렀고 욕을 맛나게 할 자신이 없어서 망설였는데. 그런 부분을 수정해주신다고 해서 참여하기로 했어요.” 이지나 연출은 배우들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서 배우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능력이 뛰어난 연출가이다. 뮤지컬계의 첫 발을 이지나 연출과 함께 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리사는 이지나 연출에게 한없는 감사를 표현하며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분’이라고 말한다.

<밴디트>에 이어 이지나 연출의 신뢰로 <대장금>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캐릭터의 이름과 작품의 이름이 같은 장금이 역을 맡았다. 주인공 중에서도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공연에 앞서 누구보다도 먼저 준비에 들어갔다. 몸치라는 말을 들어서 한국 무용도 배우고 공연 연습과는 별도로 연기 레슨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연기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는데 리사는 연기를 힘든 일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여긴다. “무척 재밌어요. 사람은 모든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경험하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지 자기 속에는 그런 감정이 다 있어요.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켜서 몰입하면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장금이 역을 거치고 나서 리사는 뮤지컬 배우로서 한층 성숙해졌다. 같은 작품에 다시 출연하게 된 것도 그녀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고 있다. “전에는 너무 걱정을 해서 여유가 없었어요. 한 장면 장면에 빠져서 그것을 해내기에만 급급했어요. 이제는 한 발짝 물러나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좀더 장금이를 이해하게 되었고요. 뮤지컬 노래는 감정이나 가사 전달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 것 같아요.” 그녀는 두 편의 뮤지컬만에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뮤지컬에서는 내가 대장금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내 모습을 버리고 대장금처럼 보여야 하지만 가수는 그러면 안 돼요. 오히려 ‘누구처럼’이 아니라 지극히 더 ‘나’이어야만 해요. 그래서 가수는 좀더 외로워야 하고, 좀더 특별해야 해요.”

 

리사, 그녀가 가진 것

 

리사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섬세하고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노랫소리는 묘한 긴장감을 주면서 중독성이 있다. 음반 작업을 하다보면 하나의 소리를 가지고 부르는 것보다 다양한 소리로 부르는 것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에 그녀 역시 특별하고 다양한 소리를 갖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돋보였던 노래는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사랑하는 민정호를 떠나보냄으로써 살려내는 ‘씻김’이라는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를 때 리사는 인간과 귀신 중간쯤에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창을 하듯 부르는 노래인데, 이지나 연출님이 아일랜드에 켈틱 발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하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약간 요들 식으로 한 거예요. 이 곡은 참 신기해요. 편곡은 국악 느낌으로 한것인데 고어풍의 가사를 사용해서 그런지 국악 느낌이 나면서 몽환적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버림으로써 살리는, 그리고 죽은 자를 보내고 정리해주는 노래잖아요. 그런 상황과 곡 분위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리사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이 노래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올 가을에는 4집 음반 작업도 할 것이고 그동안 그려놓은 그림을 모아 전시회도 가져볼 생각이다. 그리고 너무 여성스럽고 나약한 여성 말고 ‘대장금’같이 멋진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리사는 비장한 여자 캐릭터에 은근히 끌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소위 ‘엄마 친구 딸’인 리사지만 한때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해서 오히려 걱정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다양한 재능들을 제가 가진 것이니까 에너지 있을 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그림도 그리고 뮤지컬 작업도 하고 음반 작업도 하면서 저의 세계, 제가 느끼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나’를 남긴다는 게 기분 좋고 매력적인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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