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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공사장 미니 세미나 [NO.105]

글 |이민선 사진제공 |마이크임팩트 2012-07-02 4,994

세상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 강연 콘텐츠의 진화

 

2005년 10월, 공연계에서 활동하는 젊은 일꾼 8명이 ‘공연을 사랑하는 장사꾼들’, 일명 ‘공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뜻을 모았다. 동종 업계에서 활동하는 또래가 모인 이유는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고 인간적인 네트워킹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친목회에 그치지 않도록 공연계 선후배들과의 만남, 업무와 관련된 스터디, 타 문화계와의 교류 등을 도모하며 가능한 소통의 다리를 놓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다. 꾸준히 공연계 선배들을 초청하여 조언을 듣고, 매해 11월에는 네트워킹 파티를 열어 공연계 사람들과 광범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한 적도 있다. 창립 당시에 지녔던 애정이 식을 만도 한데, 공사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실력을 더욱 다져보자는 의미에서 올해 3월부터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미니 세미나를 갖기로 했다. 3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 그 첫 번째 시간으로, 테마 파크 공연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전문가의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4월의 강사는 강연의 문화 콘텐츠화에 앞장서고 있는 마이크 임팩트의 한동헌 대표다.

 

 

 

 

 

 

강연도 재미있음을 보여주다
“나는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라는 얘기를 참 좋아한다.” “큰 꿈을 갖지 마라. 내 앞의 가장 작은 꿈, 내가 실현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작은 꿈을 꿔라.” 어떤 강연장에서 연사가 했던 말이다. 그저 그런 자기 개발서에서 읽을 법하고, 앞서 나간 사람들이 뒤따라오는 이들을 독려할 때 할 법한 이야기라 썩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개그맨 정형돈과 배우 이범수가 한 이야기라면? TV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웃음과 감동을 주던 이들에게서 대본 없이 찍힌 그들 인생의 한 페이지를 듣는데, 그들이 직접 부딪혀 깨달은 바를 이야기하는 터라 고개가 끄덕, 귀가 솔깃해진다. 누군가의 경험담이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거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연 문화가 확장되고 있다.


흔히 강연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하게 생각된다. 옳고 바르게 살아가라며 삶의 지침을 들려주거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알려주는 것,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인 것은 알지만 선뜻 들으러 가고 싶지는 않다. 강연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동헌 대표가 기획한 것이 강연과 공연을 접목시킨 강연 콘서트이다. 기업의 형태로 문을 연 지 갓 2년 된 마이크 임팩트는 강연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연사의 이야기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려 한다. 먼 곳의 정치인과 지식인이 아닌, 대중들에게 가까운 인물들을 섭외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강연 콘서트의 출발점이었다.


한동헌 대표는 이야기의 강력한 힘을 믿었고, 그 역시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든 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으며, 특히 롤모델이 되는 인물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만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 이야기에 재미있는 양념으로 공연을 더해 소비자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강연하면 떠오르는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인 공병호와 박경철, 진중권 등은 물론, 강연장에서 만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낸시랭과 장윤주, 김중만, 김홍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및 엔터테이너들을 연사로 섭외했다. 그들은 그동안 노출된 모습과는 다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그들만의 인생 또는 누구든 겪었을 법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청중들은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또 공감했다. 강연 콘서트에서는 엔터테이너가 아닌 연사들도 노래든 춤이든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공연에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강연의 콘텐츠화
최근, 강연을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문화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록 페스티벌의 컨셉을 결합시켜서, 한강에 개설된 야외 플로팅 스테이지에서 ‘청춘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차례대로, 넓은 야외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록 페스티벌처럼, 지난해에 이어 5월 19일에 열린 ‘청춘 페스티벌’에는 디자이너 이상봉과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가수 리쌍, 작가 코너 우드먼 등이 참여하여 차례대로 이야기를 하고 강연 사이사이에는 공연이 더해졌다. 지식 컨퍼런스와 파티를 연결한 ‘메디치’, 가수들의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전국 투어 강연 ‘열정락서’, 카페에서 오붓하게 열리는 ‘청춘 고민상담소’ 등 마이크 임팩트는 강연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강연이 진행되고 있지만, 강연 내용을 담은 온라인 콘텐츠의 발전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온라인상에서 동영상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중 상당 부분은 강연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 한동헌 대표의 예측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은 강연은 무료로 듣는 것이라는 인식이 높다. 하지만 서양처럼 강연 역시 지적 문화 콘텐츠로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본다는 인식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강연 재단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1990년부터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빌 클린턴과 앨 고어 등 유명 인사 등이 초대됐다. TED의 참가비는 6천 불에 이르며, 웹사이트에 올라온 강연 영상들은 1억 번 이상 조회될 정도다. 강연 역시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서 산업화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사장’ 멤버들의 미니 세미나 소감

손석호 (SK마케팅앤컴퍼니 Loyalty 개발사업부 엔터테인먼트팀)
강연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과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공연계에서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마케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토크쇼로서 ‘이석준의 이야기쇼’가 진행 중인데, 이를 확장하여 공연계 스타들과 팬들이 함께하는 ‘1박 2일 뮤지컬 캠프’를 기획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지원 (국립극장 공연기획부 공연사업 팀)
공연 역시 이야기를 만들어 감동을 파는 장르다. 진실한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공연 기획의 출발점이다. 강연이 새로운 장르는 전혀 아닌데, 참신한 형식과 아이디어로 포장해 강연을 향한 시각의 전환을 꾀했다는 점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주변에서 멘토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결핍을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는 명사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채워주면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형 강연이 인상적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5호 2012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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