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손호영
2007년을 마무리하던 어느 겨울날, 뮤지컬 데뷔를 앞둔 손호영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기회가 닿는 한 많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뮤지컬 무대를 향한 그의 기대와 열정을 엿보았기에, 그로부터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나게 된 손호영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는 <싱글즈>의 첫 무대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수헌을 안정적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뮤지컬 연기에 합격점을 받아내지 않았는가. 손호영은 “그저 무대 위에서의 경험만 생각하고 싶다”며 <싱글즈>를 추억했다. 첫 도전에서 경험한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이 뮤지컬을 향한 그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지만, 무대 위에서의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 온몸으로 전해오는 짜릿함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올 슉 업>은 그런 그의 갈증을 해갈시켜주는 단비 같은 작품이다. 극중에서 그는 ‘영혼엔 노래를 담고 가슴엔 사랑을 품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 채드 역을 맡았다.
“<올 슉 업>이 다시 공연한다는 소식에 지인들과 뮤지컬 하는 친구들이 많이 추천해주셨어요. 왜들 그러나 싶어서 음악부터 찾아서 들어봤는데, 그냥 알겠더라고요. 딱 느낌이 왔어요. 그리고 며칠 전 상견례에서 ‘채드는 느끼한 캐릭터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진심으로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솔직한 청년’이라는 연출님의 얘기를 듣고는 더 확신이 생겼죠.” 그의 표현대로 ‘이제는 나이도 들고, 아는 것도 많아지고, 사회의 때가 묻어 많이 변했지만’, 손호영은 나보다 다른 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더 많이 기뻐했던 자신의 옛 모습이 채드와 많이 닮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솔직한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너무나 익숙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은 <올 슉 업>으로 대극장 무대에 처음 오르는 손호영의 부담감을 한층 덜어주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 전체 넘버의 절반에 가까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채드 역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게다가 공연 초반에 그는 주 9회 공연 중 6회를 책임져야 한다. “제가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이거든요. 어차피 연습도 매일하게 될 텐데 공연이라고 못할까 싶더라고요. 나중에 후회하면서도 매번 그래요. 지난주 충무아트홀 콘서트도 그랬어요. 원래는 7회 공연이었는데 표가 매진되어서 못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한 번 더 공연해줄 수 있겠냐는 극장 측의 얘기에, 한 번 더 못할 게 뭐 있나 싶어 하기로 했다가 완전 후회했잖아요. 무대에 서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혼자서 18곡이나 부르는 공연을 하루 두 차례씩 하는 건 정말 못할 일이더라고요.” 이제 음악 연습을 시작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조금씩 후회가 되는 것 같다며 엄살을 부리지만, 손호영은 ‘당분간 내 인생에는 <올 슉 업> 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번째 무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공연을 모두 마칠 때쯤에는 ‘뭔가 제대로 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며,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공연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는다.
자신과 많은 부분이 닮은, 그래서 더 잘 어울린다고들 얘기하는 채드가 되기 위해 첫 걸음을 뗀 손호영. 언젠가는 <지킬 앤 하이드>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아이돌 그룹 g.o.d의 멤버로 지낸 7년의 시간이 쌓아놓은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도전하게 될 수많은 뮤지컬 무대가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