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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이선영 작곡가의 <여신님이 보고 계셔> [No.129]

정리 | 나윤정 2014-07-28 5,089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귀에 쏙쏙 감기는 뮤지컬 넘버들이 참 매력적이다. 이선영 작곡가가 들려주는 작품 속 뮤지컬 넘버의 숨은 이야기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배경이 6.25전쟁이잖아요. 가장 먼저 당시의 음악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어떤 음악들이 있었는지 알아둬야 할 것 같더라고요. 인상적이었던 건, 당시의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니 6.25전쟁이 이렇게 가까운 비극이구나! 확 와 닿더라고요.

첫 작품이다 보니 한동안은 작곡이 너무 힘들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대학 은사님께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어요. “당장 주변의 음악부터 꺼라! 뭔가를 뱉어내려면 먼저 네 안의 그릇을 비워야지. 우선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마라. 생각은 멈추고 계속 몸을 움직여라.” 은사님의 말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어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조금씩 제 안의 음악을 끄집어내기 시작했죠. 

‘꿈결에 실어’   
작품은 두 번의 쇼케이스와 초연, 세 단계에 걸쳐 완성됐어요. 처음 작곡한 곡이 바로 ‘꿈결에 실어’,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심사위원 면접을 보려면 넘버가 하나라도 있어야 했거든요. 시놉시스만 나온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곡들은 톤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유일하게 이곡은 여신님이 부르는 자장가라는 명확한 컨셉이 있었죠. 단순하게, 잠이 잘 올 것 같은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들었어요. 심사 일정에 쫓기며, 버스 안에서 정말 후루룩 빨리 썼던 곡이에요. 

‘악몽에게 빌어’ 
한정석 작가가 본격적으로 대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악몽에게 빌어’ 작곡이 진행됐어요. 작품의 첫 톤을 결정짓는 중요한 곡이었기 때문에 완성까지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한 달 넘게 붙잡고 있었죠. 우선 인터넷에서  ‘악몽’, ‘절규’, ‘트라우마’ 등 곡의 키워드를 검색했어요. 그중 예술적인 이미지들을 찾아서 책상 앞에 붙여놨죠. 심리 상태를 어둡게 만들려고 작업실에선 촛불만 켜놓고요. 그랬더니 처음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곡이 나왔어요. 작가가 듣더니 정말 귀신 나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 곡 작업을 할 때 작가가 마돈나나 미카처럼 트렌디한 음악의 영상을 자꾸 보여주더라고요. 타이틀곡인 만큼 힘을 주고, 리드미컬했으면 좋겠다고. 우선 밝고 리드미컬하게 그리면서, 더 달콤하게 순호를 넘어오게 할 만한 노래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영범이 순호에게 속삭이듯 시작해서 점점 소리를 키워가는 거죠. 드라마적으론 중간에 순호가 마음이 동해서 듀엣으로 발전시키는 형태를 만들었고요. 처음 여신을 어떻게 등장시킬지도 고민이었는데, 이지숙 배우가 좋은 아이디어를 줬어요. ‘꽃나무 위에’에서 영범의 딸이 목소리만 나오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그 곡에선 여신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 먼저 다가오고, 이 곡에선 ‘하~하~’노래를 부르는 여신의 실루엣을 보여주게 된 거죠.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여신이 점점 선명해지는 컨셉으로요. 

‘그대가 보시기에’ 
작가가 커피숍에서 가사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 곡은 형광색처럼 최대한 발랄했으면 좋겠어.” 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즉석에서 ‘그대가 보시기에’ 부분에 음을 붙여봤어요. 작가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후렴구가 바로 확정이 됐고, 동요처럼 1·4·5도의 단순한 선율을 사용해 하루이틀 만에 작곡을 끝냈어요. 또  『백설공주』에서 일곱 난쟁이들이 석탄을 캐러 가는 장면이 연상돼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요들송처럼 부르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런 느낌을 주면 재밌겠다! ‘요를래이히’라고 하려다 단순하게 ‘후후~’를 넣기로 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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