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 | [LIFE GRAPH] 힘차게 나아가는 힘, 신영숙 [No.131]
글 |배경희 2014-10-15 5,460신영숙은 데뷔 후 서울예술단에서 8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탄탄한 기본기를 닦은 배우다. 2007년, 서울예술단에서 나와 프리랜서 배우로 자리 잡는 동안 그녀를 좌절시켰던 것은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캐스팅 불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배우로서 성공 가도에 오른 그녀의 인생 그래프를 따라가 보자.
변신을 꿈꾸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건 훗날의 이야기지만, <모차르트!>의 우아한 남작 부인을 한 뒤 제가 선택한 역할은 <스팸어랏> 호수의 여인이었어요. 그때 ‘신영숙이 B급 코미디물의 홀딱 깨는 역할을?’ 의외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건 절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웃음) 예술단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책스러운 유모를 기막히게 연기했던 절 보셨다면, 아마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저는 정말 코믹 본능이 있는 여자거든요! 하하. 그러니까 <아가씨와 건달들>의 푼수 아들레이드로도 박수를 받았던 거 아닐까요? 노처녀 아들레이드는 제가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지만요. (웃음) 어떤 사람들은 배우에게 분명한 하나의 이미지가 있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제 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
뮤지컬 명문 서울예술단 입단 <태풍>
“1999년에 공연된 <명성황후>가 제 데뷔작이에요. 당시 성악과를 졸업하고 유학 준비를 하던 중 오디션을 봤는데, 첫 작품에서 ‘손탁’이라는 배역까지 맡게 됐죠. 학창 시절 주위에서 뮤지컬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막연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오디션을 보기 전까지는 뮤지컬 배우가 될 생각은 못했어요. 그런데 <명성황후>를 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이거다!’ 하고 진로를 결정하게 됐죠. 첫 작품에서 배역을 맡게 된 건 기쁜 일이었지만,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얼마나 어리바리했겠어요. 연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명성황후>를 끝내고 서울예술단에 들어갔어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예술단에서 보낸 7년 8개월은 제게 정말 값진 시간이에요. 서울예술단의 전성기 시절에 단원으로 속해 있으면서 참 많은 걸 배웠던 것 같아요.”
화려하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모차르트!>
“<캣츠>로 관객들에게 제 이름을 조금 알렸다면 <모차르트!>는 제 배우 인생을 바꿔놓은 작품이에요. <모차르트!>의 ‘황금별’은 지금 생각해도 저하고 참 잘 맞는 곡이었던 것 같아요. 평소엔 오디션 준비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인데, ‘황금별’은 처음부터 편하게 불러져서 몇 번 연습해보고 오디션을 보러 갔을 정도로요. 그 노래의 멜로디도 좋아하지만, 험한 세상의 성벽을 넘고 날아보자고 모두를 응원해 주는 메시지가 정말 좋아요. 특히 어른이 되는 건 실패가 두려워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무척 와 닿더라고요. 제가 <모차르트!>로 황금별 여사, 황금영숙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잖아요? 뮤지컬 넘버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그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이 저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인생의 노래가 있다는 건 유명한 배우에게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 축복일 테니까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레베카>
“제 인생의 배역을 꼽아보자면, ‘그리자벨라’와 ‘남작 부인’, 그리고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아닐까요. 많은 분들도 그 세 역할을 제 대표 캐릭터라 생각해주시는데, 감사한 일이죠. <레베카>는 대본과 음악, 무대 미장센,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맡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댄버스 부인은 극 중 돋보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역할이고요. 댄버스 부인이 공연 중 ‘레베카’라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곡을 부르잖아요? 그때 파도처럼 들려오는 박수 소리! 극 중간에 이렇게 큰 박수를 받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객들이 그 노래를 좋아해주셨죠. 이제 막 재공연 연습이 시작됐는데, 초연 대본을 다시 펴보니 그때 정말 열심히 하긴 했더라고요. 최근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서 감정의 폭이 더 넓어졌을 때 이 작품을 다시 하게 돼서 제 스스로도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돼요.”
최고의 배역을 거머쥐다 <캣츠>
“제가 뮤지컬을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속상했던 말은 인지도가 낮아서 안 된다는 거였어요. 오디션에서 1등을 했지만 인지도가 부족해서 캐스팅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좌절감이란. 오디션만 잘 보면 된다는 생각이 깨지는 순간, 정말 속상했죠. 그런 저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를 준 작품이 <캣츠>예요. 제가 <캣츠>의 그리자벨라라는 큰 역을 맡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외국 스태프들이 오디션을 본 작품이어서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어요. <캣츠>는 정말 큰 기회였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어요. 그때 제가 얼마나 의욕이 넘쳤느냐면, 그리자벨라가 조금 우울한 캐릭터다보니 공연 중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어두운 분장실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오버를 했어요. (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땐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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