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베일에 쌓여있던 창작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드디어 정식 무대에 오른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뮤지컬 해븐이 제작을 맡아 동명의 원작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 생(生)을 넘어 이어지는 하나의 인연, 영원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2001년 개봉 당시 조용한 반향을 이끌어내며 한국 멜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뮤지컬은 2008년 뉴욕에서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본격 작품 개발에 들어가 지난 4년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작품을 다듬어 왔다. 오랜 작업 기간이라는 수식어가 단순 홍보성 문구가 아닌 것은, 작품을 개발하는 동안 창작팩토리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여러 창작 지원 사업에 출품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꾸준한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워크숍 공연 당시 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가 잘 표현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절제된 감성이라는, 뮤지컬과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정서를 지닌 작품임에도 이번 공연을 기대하게 하는 건 <스위니 토드> 라이선스 공연 제작진으로 크리에이티브 팀이 꾸려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스위니 토드>는 작품 의도를 확실히 드러내는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수작이다. 뮤지컬 해븐의 박용호 프로듀서를 필두로, 영국 출신의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조명디자이너 백시원이 <번지점프를 하다>로 다시 한번 좋은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특히 아드리안이 드라마를 잘 이끌어 가는 연출가로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긍정적인 결과를 점쳐보게 한다. 작곡과 작사는 <마이 스케어리 걸>의 작곡가 윌 애런슨과, 신예 작사가 박천휴가 맡았다. 박천휴 작사가가 추천하는 뮤지컬 넘버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메인 테마곡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이 곡은 인우와 태희가 서로를 향한 사랑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따뜻한 발라드다. 또한 작품의 전체 테마인 인우와 태희의 끝나지 않는 사랑을 고전적인 왈츠로 표현한 ‘Waltz #1’이나 태희가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인우의 설렘을 드러내는 ‘그대인가요’ 역시 작품의 핵심 뮤지컬 넘버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원작의 큰 줄기를 그대로 따른다. 다만 뮤지컬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믿음’으로 변해가는 인우의 성장을 부각할 계획이다. 등장인물에도 큰 변화가 없되 원작에서는 과거 이후 등장하지 않는 인우의 친구 대근과 기석 캐릭터를 활용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무대화 구현의 관건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오가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다. 자연스러운 시점을 위해 제작진은 인우의 머릿속에서 세트가 회전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배우들이 소품이나 대도구를 직접 움직이며 장면을 전환할 예정이다.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인우와 태희가 번지점프를 하는 엔딩에 대해 연출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실제 번지점프를 한다면, 어떤 연출을 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관객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세트라고 보면 되는데,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대극장 작품이지만 스펙터클함은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의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화려한 무대 장치를 등장시키기보다 패널을 사용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객석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태희를 기다리는 인우처럼 그 기찻길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있을 거다. 또 여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연인을 배웅했던 경험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무대 위에 거대한 기차역을 만들어 놓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인우와 함께 그 기차역 안에 서 있게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고 있다.” 연출의 말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초연에는 강필석과 김우형, 전미도, 최유하 등이 출연한다.
7월 14일~9월 2일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 02) 744-403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6호 2012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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