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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필링비포] <샘> 변기 속에서 희망을 찾다 [No.108]

글 |이민선 사진제공 |연희단거리패 2012-09-10 4,531

무대 위에는 여성용 화장실 세 칸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공연이 시작되면 세 명의 등장인물이 각각 칸에 들어가 볼일을 본다. <샘>은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니 우연히 화장실에서 만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일주일째 변비를 앓고 있는 한 여자는 그녀를 떠나버린 연인을 부르짖으며 슬퍼하고 있는 중이다. 멈출 수 없는 식욕에 따른 폭식으로 끊이지 않는 배변 활동에 시달리는 고도비만녀의 바람은 다이어트에 성공해 임신하는 것이다. 여성용 화장실에 몰래 들어온 한 남자, 그는 스스로를 아트 딜러라고 소개한다. 그가 화장실에 들어온 이유는 용변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 작품을 찾기 위해서다. 화장실과 관련된 예술 작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1917년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이 자신의 작품으로 변기를 내놓았던 일은 예술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뒤샹이 그 변기에 붙인 이름이 바로 ‘샘’이다. <샘>의 아트 딜러는 전시장에서 사라진 뒤샹의 작품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고 모든 공중 화장실을 뒤지고 있는 중이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세 사람의 소개와 사연은 이 정도로 간단하게 끝난다. 그리고 나머지 공연 시간을 채우는 이야기는 똥과 변기를 바라보는 등장인물 각자(또는 작가)의 단상들이다. 화장실에 숨어서 얻는 마음의 위안, 세상 모든 인간들의 오물을 처리해준 변기의 노고와 고통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에 대해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결국 인간들을 구원하는 희망 역시 변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그 ‘샘’ 속에 있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이 작품이 확실히 독특한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드라마 전개 없이 변기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들이 독백의 형식으로 또는 오페라적인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창작자들의 엉뚱한 아이디어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샘>은 지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참가한 후, 서울에서는 처음 공연된다. 뉴욕대에서 뮤지컬 창작을 수학한 신인 작가 이채경과 작곡가 폴 캐슬즈가 함께 만들었다.

 

8월 16일 ~ 9월 9일 / 게릴라극장 / 02) 763-1268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8호 2012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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