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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필링비포] <비지터> 한 가족을 방문한 비극 [No.108]

글 |이민선 사진제공 |극단 주변인들 2012-09-17 4,795

영국 시인 루퍼트 부르크가 남긴 유일한 희곡 『리투아니아』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 ‘비지터’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성진은 이 희곡을 뮤지컬로 옮긴 이유에 대해 “드라마가 간결하지만 탄탄하고, 인물들의 감정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에서 음악과 결합한 뮤지컬로 만드는 데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줄거리는 알베르 카뮈의 『오해』와 유사하다. 부부는 늙고 가난하며, 젊었을 적에 아들마저 잃었다. 딸은 얼굴은 예쁘지만 절름발이이다. 그들의 집을 주로 방문하는 손님은 사냥꾼이다. 그는 예쁜 딸을 탐내며 들를 때마다 그녀를 농락하지만, 사냥꾼이 먹을 것을 주고 가기에 부모는 그의 파렴치한 짓을 모르는 척한다.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가난에서 벗어나고, 이런 산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 것이다. 어느 날, 길 잃은 한 남자가 이 집을 방문했다. 그는 하룻밤 신세를 지는 대신 사례를 하겠다며 돈 뭉치가 든 가방을 보여주고 잠이 들었다. 그동안 힘들게 살면서 속으로만 꾹꾹 눌러놓았던 세 가족의 욕망이 불쑥 고개를 든다. 그들은 남자의 돈 가방에 눈이 멀어 살인 계획을 세운다. 아버지는 용기가 없어 남자를 죽이기 전에 술을 마시고 오겠노라며 집을 나섰고, 기다리다 못한 어머니와 딸이 손님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온 후, 술집 주인이 이들의 집에 찾아와 조금 전 술집을 방문했던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극에서 주인공 가족의 집을 방문하는 손님은 모두 세 명이다. 사냥꾼과 길 잃은 남자, 그리고 술집 주인. 세 명의 손님은 한 배우가 모두 연기하는데, 이런 설정 덕에 죽은 남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그 놀라움이 배가될 듯하다. 관객들은 <비지터>에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긴장감과 이후의 반전에서 드러나는 비극성을 맛보게 될 것이다. 또한 재물에 눈이 멀어 살인을 도모하는 가난하고 무지한 가족들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현실을 반영해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1인 3역의 주인공은 <렌트>와 <넥스트 투 노멀>의 최재림이 맡았다.

 

9월 7일~28일 / 아리랑아트홀 / 010) 4760-2461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8호 2012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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