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개막한 <달을 품은 슈퍼맨>은 뮤지컬 배우 추정화가 극작과 연출을 맡고 허수현 작곡가가 참여해, 공연계 부부가 탄생시킨 신작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서울 동대문과 근처 달동네를 배경으로, 동대문에서 일하는 엄마와 지적 장애를 가진 큰아들, 하는 일 없이 기타치고 노래만 하는 작은아들과 이웃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 가족의 옆방에 이사 온 선희는 아버지 탓에 큰 빚을 떠안고 있지만 씩씩하게 일하는 와중에도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다. 결점을 안고 있고 당장 눈앞에 밝은 미래가 그려지지는 않지만, 이들 모두 선한 마음과 꿋꿋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 이만하면, 관객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소박한 인물들의 희망 노래를 들려주며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내리라 예상하겠지만, 의외로 이 작품은 시종일관 웃음을 주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춘다. 비루한 현실이라고 꼭 칙칙할 필요는 없다.
다만 드라마 전개와는 별로 상관없는 코미디 장면이 많은 것은 조금 아쉽다. 큰아들이 지적 장애를 얻게 된 사연과 납치 사건, 작은아들에 대한 의문의 질병 진단, 선희의 밴드 멤버로 합류한 미스터리한 여인의 등장 등 드라마가 꽤 복잡하게 엮여 있는데, 그걸 촘촘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팍팍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해맑게 사는 이들을 보며 관객들은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작은 무대를 종횡무진 하는 배우들의 에너지는 관객들이 현실 속 시름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5월 10일 ~ 9월 1일 대학로 공간아울 아트홀 02)2231-1433
한 줄 평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극적 개연성은 없어도 웃음과 활기는 한가득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7호 2013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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