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 두 글자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모함이 아닐까. 앞뒤 가리지 않고,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으며, 머리가 아닌 가슴을 따라 앞으로 내달릴 수 있는 그런 무모함. 모든 청춘이 무모한 것은 아니고, 무모한 청춘이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니고, 또 청춘이 아니어도 무모할 수는 있지만, 청춘과 함께하는 무모함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종종 무모한 청춘들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세차게 뛰게 하기도 한다.
여기에 무모하기 짝이 없는 두 청춘이 있다.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 시대.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난밖에 없는 텍사스 서부 시골 마을에 영화 같은 삶과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는 보니가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벗어날 수 없는 가난, 지루한 시골 생활, 오로지 안정적인 삶을 위해 사랑 없는 결혼을 강요받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니는 가난 때문에 일찍이 범죄자가 되어 감옥을 들락거리던 클라이드를 만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탈옥수였던 클라이드가 체포되어 감옥에 다시 들어가게 되자 보니는 그의 탈옥을 돕는다. 그 후 전국을 떠돌며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인 두 사람. 경찰은 명사수까지 동원하며 체포 작전에 돌입하지만 대공황 시대에 먹고 살기에 지친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을 응원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앞을 향해 달려 나갔던 범죄자이자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작품 속 주인공은 1930년대 실존했던 인물들로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범죄자들 중 하나인 보니와 클라이드다. 그들은 주유소, 식당, 은행 등에서 강도 행각을 벌였고, 경찰을 비롯한 11명을 살해했다. 그들의 범죄 행각은 1934년 경찰에게 사살되면서 끝났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1967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록 그들은 범죄자였지만,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하며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실망과 은행의 횡포에 시달렸던 1930년대 사람들과 반전운동과 히피 문화가 확산되었던 1960년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합리한 사회에 용감하게 대항하고 도전했던 상징적인 존재로 지지를 받았다. 게다가 그 끝-그것이 죽음이라도-이 어떤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함께했던 사랑 이야기는 그들에게 세기의 커플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놓기도 했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지난 2009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11년 브로드웨이, 2012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초연된다. 작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음악이다. 국내 뮤지컬 관객들에게 <지킬 앤 하이드>, <스칼렛 핌퍼넬>, <황태자 루돌프> 등의 작품으로 익숙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재즈, 블루스, 컨트리 등 장르가 태동하던 1930년대 음악적 분위기를 살려 로키빌리(록과 컨트리 음악이 섞인 음악), 블루스, 가스펠 등을 결합한 세련된 빅밴드 음악을 선보인다. 와일드혼의 스타일리시한 음악의 결정체로 평가받기도 한 작품은 2012년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 음악상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또한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인 만큼 역사적인 영상과 사진들 자료들을 무대를 연출에 십분 활용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국내 초연 무대에는 엄기준, 한지상, Key, 박형식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클라이드로 열연하며 리사, 다나, 안유진이 클라이드의 당찬 그녀 보니 역할을 맡았다. 이 밖에 이정렬, 김민종, 주아, 김법래, 김형균, 박진우가 캐스팅되었다.
9월 4일~10월 27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1588-0688
한 줄 평 _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청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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