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레 미제라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올 12월 개봉을 앞둔 동명의 뮤지컬 영화는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헤서웨이 등이 출연한 예고편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고, 오랜만에 복귀하는 김연아 역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이 작품의 음악을 선택해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뮤지컬 팬들에게는 초연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어로 국내 첫선을 보이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오는 11월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출발해 대구(12월), 부산(2월), 서울(4월)로 이어지는 <레 미제라블>의 감동적인 무대를 미리 살펴본다.
프랑스어로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레 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하다 가석방된 장 발장의 기구한 삶을 중심으로 나폴레옹 집정기의 암울했던 파리 민중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구원과 희망, 사랑과 용서의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 1980년 파리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예술감독 트레버 넌, 작곡가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의 공동 작업을 통해 영어 버전으로 각색돼 1985년 10월 8일 런던 바비칸 극장에서 초연됐다. 방대한 역사적 사건을 압축하고 인물들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구축한 <레 미제라블>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성공을 거두었고, 초연 이후 현재까지 27년째 공연되며 런던 최장기 공연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막 27장의 대서사극으로 구성된 <레 미제라블>은 탈옥 이후 신분을 속이고 선행을 베풀며 살아가는 죄수번호 24601 장 발장과, 법과 정의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평생 그를 추격하는 자베르 경감의 대립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스토리를 이어간다. 딸의 양육비를 위해 몸까지 팔다가 죽어간 판틴과 그녀의 딸 코제트, 자신의 딸 에포닌만 챙기고 코제트를 학대하는 악랄한 기회주의자 떼나르디에 부부, 혁명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리우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앙졸라와 학생 혁명군들…. 이들의 사연은 캐릭터 성격을 잘 반영한 쇤베르크의 서정적인 음악과 문학성을 잘 살린 알랭 부브릴의 가사로 인해 더 큰 빛을 발한다. 장 발장이 새로운 삶을 결심하는 ‘Valjean`s Soliloquy’나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Who Am I’, 원치 않은 삶을 살게 된 판틴이 과거를 회상하며 부르는 ‘I Dreamed a Dream’, 자베르의 신념이 돋보이는 ‘Star’, 젊은 혁명가들의 굳은 의지가 담긴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에포닌의 ‘On My Own’, 마리우스가 무사히 코제트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장 발장의 ‘Bring Him Home’, 혁명 중에 홀로 살아남은 마리우스가 부르는 ‘Empty Chair Empty Table’ 등 호소력 짙은 뮤지컬 넘버들이 작품에 진한 감동을 더해 준다.
초연 이후 27년 만에 한국어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2010년 <레 미제라블>의 25주년을 기념하며 새롭게 제작된 투어 버전이다. 국내에는 <미스 사이공>으로 잘 알려진 연출가 로렌스 코너와 무대디자이너 맷 킨리 등이 참여해 완성된 ‘뉴버전’ <레 미제라블>의 가장 큰 특징은 오리지널의 회전무대 대신 빅토르 위고가 직접 그린 그림과 삽화에 영감을 받아 완성된 영상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 사용되는 영상들은 상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무대 세트와 어우러져 복잡한 시공간을 절묘하게 넘나들 수 있게 한다. 주·조역은 물론 앙상블, 아역까지 극 중의 모든 캐릭터들과 99% 근접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장 발장 역의 정성화, 자베르 역의 문종원, 판틴 역의 조정은 등 총 42명의 배우들이 7개월간 열 차례에 걸친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가 작업한 한국어 가사와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이 배우들의 앙상블과 어우러져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11월 3일 ~ 11월 25일 / 용인 포은아트홀 / 070) 7465-8589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0호 2012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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