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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날아라, 박씨!> 극중극에 담긴 무대 뒤 이야기 [No.114]

글 |송준호 사진제공 |모슈컴퍼니 2013-04-10 5,044

공연의 시간과 영역은 언제부터 어디까지일까. 보수적인 관객이라면 ‘배우들이 등장해 막이 내릴 때까지의 무대 위’라고 한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공연은 누군가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부터 관객이 떠나고 공연장 문을 닫을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뜻한다. 가령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무대 뒤의 모습들도 공연의 영역인 셈이다.


<날아라, 박씨!>는 바로 이런 뮤지컬 제작진과 배우들의 삶과 애환을 담아내기 위해 극중극의 형식을 차용하는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컴퍼니 매니저 오여주의 시선으로 그린다. 여주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가수의 꿈을 포기한 인물이다. 극의 전반부는 공연 제작 과정과 함께 각자의 고민과 갈등을 세심하게 담아낸다. 후반부는 극중극인 뮤지컬 <날아라, 박씨!>의 실제 공연이 이어진다. 전반부의 인물들이 이때 다시 극 중 인물로 등장해 자신이 가진 캐릭터를 패러디하고 때론 전복시킨다. 극중극은 외모지상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고전 『박씨전』의 한계를 넘어서 이 시대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로 재해석한다. 두 서사의 곳곳에는 다른 뮤지컬을 재치있게 빗댄 대사와 동작, 캐릭터와 언어유희를 배치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무대 뒤 이야기’, ‘극중극’, ‘재해석한 고전’ 등의 요소들은 처음부터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좋은 토대가 된다. 극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극중극의 흥겨운 연습 장면은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들을 압축해 보여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이후 각자의 사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이야기 전개는 여주의 존재감을 금세 잠식하고 만다. 무대 뒤 인물에 대한 고른 조명을 염두에 둔 설정이겠지만, 구심점 없는 진행은 극의 흡인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는 후반부의 극중극은 극 밖 인물들과의 유사성을 통해 현실의 은유가 되어야 함에도 전혀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날아라, 박씨!>는 1, 2막으로 구분됐던 창작팩토리 시범 공연 쇼케이스에서 같은 지적을 받고 이번 공연에선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졌다. 그러나 인터미션만 없을 뿐, 이번에도 현실과 극중극은 뚜렷이 분리됐고 무게중심 역시 극중극에 머무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 때문에 현실의 이야기는 오히려 극중극에 종속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 고전을 재해석한 극중극의 관점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원작의 외모지상주의를 보기 좋게 비틀고 개인의 참된 가치에 주목한 점은 전통 콘텐츠의 활용 사례에서 앞부분에 놓일 만하다. 이는 또 여주의 개인적 고민과 뒤늦게 만나며 극적으로 합을 도출해내는 계기도 된다.

 

<날아라, 박씨!>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재미는 하나의 공연에서 두 작품을 보는 듯한 풍부한 볼거리다. 두 공연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각 상황에 맞는 아기자기한 넘버들과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머들은 과연 소극장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총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이질적인 서사와 잔재미 요소가 정리되지 못한 채 날것으로 흐르는 전개는 어쩔 수 없이 산만한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과했던 탓일까. 끝내 하나의 감동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파편화된 재미들만 남은 점이 못내 아쉽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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