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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스팸어랏> 너무 합리적으로 살고 있는 당신, 와서 즐겨라! [No.85]

글 |김유리 사진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2010-10-06 5,197

코미디에서 비틀스에 비견될 만큼 영향력을 가졌던 영국의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튼’, 그들의 1975년 영화 <몬티 파이튼과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를 뮤지컬화한 <스팸어랏>이 국내 초연된다. ‘몬티 파이튼’의 멤버인 에릭 아이들(Eric Idle)이 극본과 가사를 쓰고, 음악은 에릭 아이들과 존 뒤 프레(John Du Prez)가 함께한 이 작품은 그리 똑똑해 보이지는 않는 아서 왕이 어딘지 하나씩은 이상해 보이는 5명의 원탁의 기사와 신의 계시에 따라 성배를 찾는 여정을 주요 스토리 라인으로 한다. 영화에 이어 아서 왕의 전설을 패러디하는 사차원적 코미디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패러디까지 버무려놓았다. 2005년 3월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최우수 연출상까지 총 3개 부문을 휩쓸고, 총 1,575회 공연된 이 작품은 2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1억 7천5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남긴 흥행작이다. 제목 <스팸어랏>은 원작 영화에서 아서 왕과 기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We Eat Ham, And Jam And Spam A Lot’에서 따온 것으로 공연의 ‘Knights Of The Round Table’의 가사이기도 하다.


<스팸어랏>의 한국 공연이 발표된 후, 관심의 포인트는 ‘영미권의 웃음 코드와 풍자를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와 ‘브로드웨이 작품 패러디를 관객들이 다 알아볼 수 있을까’였다. 국내 공연에서는 웃음의 소재가 원작과 많이 달라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은 “원작 개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한국의 언어와 사회 문화적인 요소를 반영한 유머로 바꿔 이 작품이 지닌 재미와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며, “직역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국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원작이 의도하고자 했던 풍자와 해학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패러디 부분에 대해서도 “원작에 등장하는 패러디 작품에 더하여,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흥행 작품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일반 관객들이 모두 알아보지는 못한다 해도 풍자와 개그의 소재로 쓰인 것이기 때문에 작품에 담긴 ‘파이톤풍(Pythonesque)’의 유머를 즐기고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 밝혔다.

 


연출의 말에 힘을 싣는 것은 캐스팅이다. 국내에서 ‘한 코미디 한다는’ 배우들이 대거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치 쥐를 풀듯 풀어내어서, 그들이 연습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정말 재밌었다”는 게 연출의 변이다. 근엄한 외양과 목소리 뒤에 숨은 코믹함을 가진 배우 박영규와 엉뚱함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 정성화가 똑똑하진 않지만 의지 하나는 최고인 ‘브리튼의 왕’ 아서 역에 더블 캐스팅되어 엉뚱하고 이상한 원탁의 기사들을 이끌 예정이다. 물불 안 가리고 ‘용감한’ 랜슬럿 경엔 캐릭터 코미디 재능이 풍부한, <점점>과 <올 슉 업>의 정상훈이, 노래와 춤이 좋아 기사단에 가입한 ‘겁쟁이’ 로빈 경에는 김재범이 캐스팅되어 캐릭터와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농부에서 기사로 다시 태어난 ‘멋들어지게 잘생긴’ 갈라하드 경은 <남한산성>, <홍길동>의 예성과 <찬스>의 박인배가 번갈아 맡게 되며, 냄새나지만 ‘슬기로운’ 베데베르 경은 <영웅을 기다리며>의 김대종이 맡았다. 유일한 여자 캐릭터인 호수의 여인 역에는 <모차르트!>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신영숙과 <올 슉 업>, <카페인>의 구원영이 캐스팅되어 최강의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변희석 음악감독과 서숙진 무대디자이너가 참여하며, ‘The Song That Goes Like This’, ‘ Knights of the Round Table’, ‘The Diva`s Lament’ 등의 재미있는 뮤지컬 넘버 25곡이 15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공연될 예정이다. 문득 일주일을 너무 합리적으로만 살고 있는 느낌이 들 때, 하루쯤은 웃고 즐길 여유를 스스로에게 선사해보면 어떨까.

 

9월 28일~2011년 1월 2일 | 한전아트센터 | 1588-521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5호 2010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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