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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리뷰] 네 번째 고궁뮤지컬<대장금>[No.65]

글 |조용신 사진제공 |PMC프로덕션 2009-02-12 9,421

<경희궁 숭정전에서 작년에 초연된 창작뮤지컬 대장금이 대폭 수정된 버전으로 공연 중이다>

 

경희궁 안의 숭정전이 또 한번 역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무대로 변신했다. <화성에서 꿈꾸다>, <공길전>, <명성황후>에 이어 네 번째로 경희궁에서 공연 중인 작품은 바로 <대장금>이다.

 

지난해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의 뮤지컬화라는 과업을 가지고 초연되었지만 줄거리의 거친 압축과 빈곤한 무대적 상상력을 드러내며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제목만 같을 뿐 작가를 제외한 모든 창작진과 전 배우를 모두 교체해 초연과의 차별화를 통한 재기를 노렸다. 한국미가 물씬 풍기는 거대한 숭정전은 그 자체가 세트가 되어 역사극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해주고 맑은 초가을 날씨는 늦은 밤시간임에도 청명한 공기를 즐기며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뮤지컬 <대장금>은 어린 장금이가 수랏간 나인에서 의녀가 되는 과정을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대사, 노래, 나레이션, 자막 처리, 현대적인 안무를 활용해 과감한 생략을 통한 속도감있는 진행을 선보인다.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요소들이 내용과 양식면에서 기존 구조와의 공존을 시도하기도 한다. 가령 궁중 안에서 벌어지는 남자들의 격구장면이나 역사의 실존 인물인 조광조가 새롭게 추가되어 벌이는 앙상블 장면, 상징화된 소품을 활용한 어선경연대회 장면에서는 전통 소재와 현대적인 의상이 만나는 퓨전 무용극의 시도가 느껴진다.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내용에 충실한 가사들은 작년에 비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주인공인 장금이, 민정호, 조광조, 중종의 서정적인 솔로, 이중창, 삼중창, 합창 등 다양한 구성의 곡들이 드라마와 비교적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스토리의 생략이 많다보니 수랏간 최고상궁 경연대회나 역사적 배경 지식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담아야 할 정보량이 넘쳐 설명적이고 문어적인 문장이 줄줄이 쪼개진 박자로 나열되고 있어서 가사, 음악, 대사가 매끄럽게 융합되지 않는다. 애잔한 이중창이나 웅장한 합창 뒤에 등장하는 테크노 비트는 조광조의 개혁성을 상징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이나 테크노는 태생적으로 하모니를 통한 감정의 공유보다 비트를 통한 개인주의적 감흥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점에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대본의 경우 원작은 장금이의 성공스토리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조광조를 장금이의 정신적 지주로 등장시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대결이 중심이 된 심각한 정치 드라마로 바뀌었다. 하지만 장금이가 극중에서 조광조와의 교감이 부족하고 비논리성을 가진 장금이의 업보 역시 극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 조광조를 통해 낡은 정치 일소하고 ‘개혁’을 하겠다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내용과 부딪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궁이라는 역사적인 유물 앞에서 현대적인 뮤지컬 무대를 선보이는 이번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과감한 도전이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TV 드라마에서 고궁뮤지컬이라는 새옷을 입고 변신한 <대장금>은 이제 한류 상품의 레파토리화라는 원초적인 목표의 실현에 새로운 걸음으로 다가가고 있다.

10월 11일까지 경희궁 숭정전, 문의 02-738-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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