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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무대 영상의 진화, 뮤지컬 <드림걸즈> [No.67]

글 |조용신 사진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2009-03-18 8,085

 

오리지널 작곡가, 일급 스태프, 프로듀서가 손을 잡고 만든 뮤지컬 <드림걸즈> 리바이벌 버전(연출 로버트 롱바텀)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막을 올랐다. 이번 한-미합작 프로젝트는 개막전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1981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고, 2007년에는 빌 콘돈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로도 제작된 유명 레퍼토리의 리바이벌 버전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초연을 가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한국 공연의 제작비를 한국 측 공동 제작사(오디뮤지컬컴퍼니/CJ엔터테인먼트/샤롯데시어터)에서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미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미국 본 공연에 이르는 개발 단계의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고, 한국 관객들은 기존의 라이선스 공연과는 달리 브로드웨이 현지의 뛰어난 프러덕션 수준을 안방에서 시차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번 리바이벌 버전은 초연의 단순한 재공연에 그치지 않고 초연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인 점이 돋보인다. 특히 고전적인 세트를 자유자재로 위치와 각도를 바꿀 수 있는 5개의 첨단 LED(발광 다이오드) 패널(너비 2m * 높이 6m)로 대체해 동시대 영상세대 관객에 맞는 속도감 있는 연출을 시도한 점이 가장 돋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러덕션의 진정한 일등공신은 1981년 초연에서도 세트 디자인을 담당했으며 그동안 토니상을 세 번이나 받은 세트디자이너 로빈 와그너이다. 그는 이미 <드림걸즈> 초연 무대에서는 형형색색의 전구를 무대 전면에 내세운 바 있으며, 토니상을 수상했던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1989)에서는 영사막을 세트로 활용하는 선구적인 시도를 했다. 이번 공연에서의 무대 전체를 관통하는 콘서트 콘셉트는 초연에서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며, 무대 위의 배우들의 행동과 미리 찍어놓은 영상이 스토리를 주고 받는 디자인 역시 <시티 오브 엔젤스>에서부터 그가 추진해온 것으로, 이 두 가지 흐름이 이상적으로 만났다.
이제 전구와 영사막에서 21세기 LED 패널로 진화한 그의 새로운 무대는 100% 기계 장치에 의해 구동되어 물리적으로 빠른 장면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로 인하여 당시 초연 연출가 마이클 베넷이 겪었던 드라마와 콘서트를 쉴 새 없이 넘나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마치 영화처럼 순식간에 해결했다. 무대는 이제 오퍼레이터의 손끝에서 차창 풍경, 네온사인, 녹음 스튜디오, 마이애미 극장, TV 방송국 등으로 손쉽게 바뀌며, 배우들을 미리 촬영한 영상과 실제 배우들의 동작을 한 무대에서 병치시켜 관객의 시야를 확장한다. 게다가 디지털 영상이 주는 단조로움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서 각각의 패널이 분리되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는 모습 등은 압권이다. 그러면서도 드라마가 중요한 장면에서는 불필요한 영상이나 조명 효과는 최대한 자제하고 무대 위의 배우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연출이 돋보인다. 이 밖에도 빠른 장면전환에 걸맞는 의상/가발의 퀵체인지와 무대 전면을 뒤덮는 조명기의 모습은 그동안 국내는 물론이고 브로드웨이 현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인다.                                           <드림걸즈> 세트디자이너 로빈 와그너]

 

어려운 짐을 나눠진 한국 배우들의 역량은 다소 엇갈렸다. 디나 역의 정선아와 제임스 역의 최민철은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정도로 시청각을 고루 만족시켰다. 로렐 역의 김소향, 미셸 역의 류승주, 씨씨 화이트 역의 하지승도 무난한 가창력이 돋보였다. 반면 에피 역의 홍지민은 파워풀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들뜬 연기와 소울에는 맞지 않는 음색이 객석으로 전해졌다. 커티스 역의 오만석은 노래, 춤, 연기가 고루 포진되어 있는 ‘나쁜 남자’로서의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표정 연기가 미숙한 일부 앙상블의 모습도 주변에만 맴도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리허설 기간을 거치며 단련된 한국 배우들의 선전은 리바이벌 <드림걸즈>의 성공적인 세계 초연이라는 거대한 배를 출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드림걸즈>는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진 해외 프러덕션 스태프들과의 협동 작업물들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내용적으로 원작의 주제인 쇼비지니스 업계의 흑백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한국 공연에 맞게 성공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배신, 화해, 우정 등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한 것은 적절했다. 주로 콘서트에서만 사용되어오던 LED의 확장된 기능을 직접 확인함으로서 국내에 무대 기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점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7월 26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가진 후, 올 가을부터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해 뉴욕 할렘에 위치한 유서깊은 아폴로 극장(<드림걸즈>의 극중 첫 장면에서 경연대회를 벌이는 바로 극장)을 시작으로 미국 배우가 출연하는 투어를 나설 예정이다.


 

  1981년 <드림걸즈> 초연 공연 장면과 2009년 <드림걸즈> 리바이벌 한국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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