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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미스터 코트> 김미란 작가·정주연 작사가·황미나 작곡가 [No.111]

글 |박병성 사진 |박진환 2012-12-26 5,346


사회적인 냉대로 외롭게 죽어간 <미스터 코트>

고골의 소설 『외투』가 뮤지컬로 태어났다. 오로지 일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원작의 아까끼는 뮤지컬에서는 외곬의 외로움을 벗어던지고 따뜻한 캐릭터로 변한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아니다.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죽어간 아까끼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을까. <미스터 코트>의 창작자 김미란 작가, 정주연 작사가, 황미나 작곡가를 만났다.

 

작품 소개
관청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아까끼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눈 오는 날 관청 지붕을 수리하러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외투가 찢긴다. 외투 수선소에서 삶의 낙이 없이 세상을 비관하며 지내는 니나를 만난다. 니나는 아까끼가 관청 공무원인 줄 착각하고 그를 유혹한다. 매일 만나 특별한 외투를 만들고 외투가 완성된 날부터 둘은 사귄다. 그러던 어느날 니나는 아까끼가 일하는 관청에 와서 그가 한낱 청소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자 니나는 떠나버린다. 관청 직원들이 아까끼의 옷을 서로 입어보겠다고 수선을 피우는 통에 외투가 찢어진다. 그들은 찢어진 외투를 버린다. 사라진 외투를 찾아 헤매는 아까끼는 강물 위에 찢어진 외투를 발견하고 그것을 찾으러 가다 죽게 된다. 그 후 다리 위에서는 유령이 나타나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는 일이 생긴다.


원작이 고골의 『외투』인데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김미란  주인공인 아까끼에 공감하는 바가 컸다. 그의 외로움은 지금의 우리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정주연  개인적으로는 『외투』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 비판적인 면이 매력적이었다. 이번에 <미스터 코트>로 개작하면서 인물의 독특한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면을 많이 누르긴 했지만, 소설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사회적인 요소에 매력을 느꼈다.

소설 『외투』와 <미스터 코트>의 주인공 아까끼는 굉장히 다른 인물이다. 소설 속 인물이 폐쇄적이라면, 뮤지컬에서는 긍정적으로 열려 있는 인물이다.
정주연
  학교에서 공연할 때는 원작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런데 커튼콜 때 정작 주인공이 박수를 별로 받지 못하더라. 어떻게 하면 아까끼를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아까끼는 자기 일만 사랑해서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순수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아마 작가의 심성이 따뜻해서 그런 인물로 변한 것 같다. (웃음)

<미스터 코트>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김미란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한다. 이 부분은 변하지 않는 결말이다. 관객이 극장을 나가면서 씁쓸함보다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원작의 아까끼는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특이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인데, 그보다는 따뜻한 인물로 기억되길 바랐다.

황미나  아까끼는 외로웠지만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유지했다. 비록 죽음에 이르렀지만 서러움을 못 이겨 죽는다고 보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가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까끼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관객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원작 소설에서는 아까끼는 어둡고 폐쇄적인 인물이어서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었던 코트가 없어지자 죽는 것이 이해가 됐다. 그러나 <미스터 코트>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다소 비약적이다.
정주연
  소설에서는 외투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매력적인 문체로 묘사되어 있다. 극적으로 꾸미기도 어렵거니와 현대 관객들이 공감하기에도 어려운 면이 있다. 현대인의 소비 형태는 아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르고 갚아 나가는 것이다. 지금의 관객들은 소설 속 아까끼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이 부족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 만큼 몰입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할 때 그것은 사랑이라고 보았다.
김미란  글로 읽을 때는 러시아라는 시대적인 상황을 생각하고 읽게 되는데 극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을 때에는 외투 때문에 죽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

 


원작에는 없는 니나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니나는 처음에는 염세주의자처럼 등장했다가, 아까끼가 공무원이라고 오해하고 그를 유혹하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젊은 시절 퀸카였다. 이것이 모두 한 캐릭터의 속성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김미란
  아름다운 과거가 다 지나간 후에 낡은 수선집에서 늙어가는 여자로 그리고 싶었다.
황미나  한때 잘나가던 여배우라는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이다. 자기는 여전히 인기 있다고 믿지만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고 아까끼와의 대비도 중요했다. 아까끼가 외투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듯 니나 역시 또 다른 욕망을 지닌 인물임을 보여주려 했다.


드라마는 동화적이고 우화적으로 단순해지고 음악이 중심이 되어서 따뜻한 정서를 채워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주연
  원작을 분석하면서 드라마는 뼈대를 세우고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음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에피소드를 더 넣고 싶었지만 음악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미나가 대본 작업부터 함께해서 공감대가 높았고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황미나 외투라고 하면 특유의 느낌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을 음악으로 주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의 비중이 커졌다. 노래 들어갈 지점도 같이 많이 이야기했고, 가사도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폼을 갖춘 가사가 아니라 단어나 산문을 받고 거기서 이미지를 얻어 작업했다. 그래서 음악 작업이 한결 수월할 수 있었다.
김미란  뮤지컬은 드라마를 지나치게 껴맞춰 놓으면 오히려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힘들어진다. 오히려 비워둘 때 음악이 빈틈을 채우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낸다.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했다.


음악적으로 가장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황미나
  어떻게 보면 차가운 시선에 내몰린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까끼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조차 따뜻하게 느껴지길 바랐다.

 


세 명의 관료들은 정형적이긴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여배우를 남장한 것은 음악적인 고려일 것 같은데, 세 명을 선택한 이유는?
김미란
  더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까끼 대 사회가 일 대 다의 구도를 이루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엄청나게 부쩍거리는 사무실에서 그들끼리는 무언가 끊임없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지만 아까끼만 소외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세 명이다 보니까 셋 사이에 관계가 생기면서 예상치 못하게 좀 더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황미나  음악적으로 세 명은 선율 위주보다 만담을 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번 리딩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정주연  일면식이 없는 배우들과 작업해야 하긴 했지만 작업 자체는 학교에서 프로덕션 꾸리는 것이랑 큰 차이는 없었다. 그보다 학교의 지인들이 아니라 정말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피드백을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황미나  잘 아는 지인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감독님과 연출님을 만나 작업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다. 창작자들 간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이나 음악감독, 그리고 연출님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음에 올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나?
김미란
  아까끼의 죽음 이후나, 아까끼와 니나의 관계도 좀 더 고민해서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단편소설의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러 관계들을 부각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싶다.
정주연  제목이 ‘외투’에서 ‘미스터 코트’로 변했다. 사람에게 포커스가 주어진 것이다. 미스터 코트가 된 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지금은 미스터 코트가 된 후 극이 끝나버리니까 극을 더 풀어야 한다.
황미나  음악이 자연스럽게 극에 들어가도록 좀 더 고민해야겠다. 노력은 했으나 아직까지도 ‘지금부터 노래 시작한다’ 하는 느낌을 주는 곡들이 있더라.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1호 2012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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