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뮤지컬에 관심을!’이란 모토로 진행하고 있는 톡톡 그 두 번째 작품들은, 소극장 무대에서 조용하게 반향을 얻다가 대극장으로 옮긴 창작뮤지컬 <두드림 러브> 그리고 라이선스 작품인 <테너를 빌려줘>와 초연작인 <로맨스 로맨스>이다. 이번 소극장 뮤지컬 세 편을 통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공연예술의 최종 전달자인 배우의 힘이었다. (대담자 : 조용신(뮤지컬 평론가), 정수연(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박병성(본지 편집장))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두드림 러브>
조 : 소극장에서 했던 초연을 못 봤는데 이번 버전에서는 장소영 감독이 음악을 완전히 바꿨다고 하더라. 스토리는 어느 정도 갖춰진 작품인데 극장이 너무 크지 않았나 싶다.
정 : <두드림 러브>는 익숙한 흥행코드를 모두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다. 사랑 이야기에 주인공이 뮤지션이고, 비주얼이 되는 배우에 시끌벅적한 멀티맨, 동화적인 설정, 그리고 게이 코드까지. 그런데 각각의 코드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란 함정에는 죄다 빠진 것 같더라. 비주얼은 되는데 노래가 안 되고, 멀티맨과 주인공은 주객이 전도됐고, 동화적인 설정은 아름답기보다는 유치하고, 뮤지션인 주인공의 노래 실력은 너무나도 슬프고.
박 : 결론이 어떻게 난 거지?
정 : 난 그것도 애매하다. 어쨌든 추억을 되돌려 받으니까 상대방은 몰라도 나의 기억은 살아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중에 다시 만나서는 서로 못 알아보더라.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효과적으로 구성된 것 같지는 않다.
조 : 그게 마지막 장면인데, 내 생각엔 두 주인공이 비록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다시 만났을 때 ‘어, 우리 어디서 본 거 같은데’라며 호감을 느끼는 장면으로 끝맺어서 과거의 순수했던 감정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헤어진 부부의 좋았던 추억들을 보여주면서 안타까움을 주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가 연상되기도 한다. <두드림>의 아쉬운 점은 중심 스토리는 대사 위주의 진지한 연극을 지향하는데, 극장이 크다 보니까 춤과 노래가 버무려지는 장면들이 중간중간에 끼워지면서 드라마의 흐름이 끊어진다.
박 :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비슷한 구성인데 영화에서는 사라지는 기억을 잡으려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는데, <두드림 러브>는 그러지 못했다.
조 : 사회자 역할을 하는 천사의 캐릭터가 조금 아쉽다. 현재는 추억 영화관 주인이고 과거는 주인공의 친구 겸 매니저 등등 다역인데, 한 배우가 연기하는 이상 두 캐릭터가 연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와 현재로 넘나드는 극적 장치들도 모호해서 집중하고 봐야했다.
박 : 내가 좀 나중에 봐서 연출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와 현재로 변하는 것이 헷갈리진 않았다. 과거로 갈 때 측면에서 조명을 비춰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신호를 주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남녀의 관계는 변하지 않고 과거의 조각들이 끼어들다 보니까, 이런 구조가 효과적이지 못했다. 과거의 기억이 여러 번 나오는데 현실에서의 관계 변화든, 상황 변화든 좀 더 현실과 과거가 긴밀하게 엮였어야 했다.
정 :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춰놓은 배치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있는데 과정이 빈약하다.
박 : 보통 기획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컨셉에 맞춰 만드는 식이다.
정 : 컨셉이 살려면 좀 더 드라마틱해져야 한다. 그들이 회상하는 과거가 그들의 관계 회복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보가 전혀 없다. 그저 함께 했을 때의 기억들을 나열해서 ‘우리가 사랑했었지’라고 말하는 방식은 너무 단순하다.
조 : 작품 속에서 연애 시절 가장 큰 갈등이 남자가 게이바에서 노래하는 걸 여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도 바에서 일하고 있는데 거긴 괜찮고 게이바는 안 되나? 두 사람이 마이너 인생끼리 동병상련으로 보듬을 수는 없었을까.
박 : 부분적인 재미는 있었다. 예를 들어 군대 장면에서 주인공이 정말 개념 없는 이등병으로 등장한다거나, 병장이 이등병 여자친구한테 ‘누나’라고 한다거나.
정 : 재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무례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게이바 장면에서 과도한 희화화는 거슬렸다. 명색이 사랑 이야기인데,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우습고 가볍게 이야기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박 : 창작뮤지컬에서 게이 코드가 들어갔을 때,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너무 희화화되곤 한다. 뮤지컬에서 게이 문화를 웃음거리로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정 : 요즘 공연들을 보면서 참 거슬리는 게, 왜 그렇게 쓰잘데기 없이 욕설을 내뱉는지. 분명 욕설에는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는 순기능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선 추임새처럼 나오더라.
박 : 90년대 한국영화에서 한동안 욕이 난무한 적이 있었다. <넘버3>, <초록물고기>에서도 엄청나게 욕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그 장면을 좋아했다.
조 : 욕을 먹고 성장을 하는 것 같아. (모두 웃음) 하지만 공연 무대는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조금 더 고급화되었으면 좋겠다.
정 : 인물이나 상황 설정, 그리고 대사까지도 별다른 고민 없이 관습적으로 만들었기 때문 아닐까. 말이든 상황이든 과잉이 있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 비어있다는 사실을 방증 하는 거니까.
조 : 초연을 못 봤지만 소극장에서 했더라면 집중도가 조금 더 있지 않았을까. 이 극장(대학로예술극장)에서 뮤지컬 공연하는 걸 처음 봤는데, 작품에 비해 빈 공간이 많았다. 그 공간을 쇼든지, 음악의 변화로 채워야 한다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이 극장으로 맞췄다면 서브 캐릭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밴드 멤버들 간의 문제랄지.
박 : 음악은 어땠나?
조 : 이 작품의 기획의도에 음악이 양보한 느낌이다. 대극장으로 가면서 장면별로 여러 가지 자잘한 요소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다양한 장르로 표현해야 하는 책임이 음악에게 주어진 것 같다. 어차피 뮤지컬 음악이란 게 혼자 존재할 수는 없다.
박 : 이 작품에서 그나마 가장 건질 게 있다면 음악이었다고 본다. 멜로디가 굉장히 편하고 쉽더라. 가요 멜로디 같으면서도 그때그때 상황에 어울리게 흘러갔다.
정 : 그걸 조금만 잘 불러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배우의 힘 <로맨스 로맨스>
정 : <로맨스 로맨스>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배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박 : 조정은 씨 복귀작인데 <스핏파이어 그릴>에서도 그 전보다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이 보이더라.
정 : 말랑말랑한 제목과는 달리 관객에게 친절한 뮤지컬은 아니다. <로맨스 로맨스>는 사건 위주가 아닌 서사적인 뮤지컬이다.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는 특별한 사건 없이 내면의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결이 섬세하다. 사건 위주의 시끌벅적하고 단순한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은 이런 작품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첫 에피소드도 사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전개시켜 나가는 형식이 대화가 아닌 화자의 내면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편지 형식이다. 쉽지 않은 극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가 흐름을 잘 끌고 갔다. 배우의 역량이 부족했다면 이 작품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박 : 배우, 무대나 영상도 예뻤다. 첫 에피소드의 의상도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고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첫 번째 에피소드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 첫 시작 음악이나 중간에 나오는 노래 한 곡 정도가 구조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지만 드라마적으로 연관성을 찾긴 힘들다. 뮤지컬 <컨택트>도 첫 에피소드만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정 : 난 오히려 <컨택트>의 첫 에피소드가 잘 배치됐다고 생각했다. 몸과 몸의 원초적인 접촉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만남이라는, 접촉의 이상향에 이르기까지 각각 에피소드의 연관관계는 적절했다고 본다. <로맨스 로맨스>도 첫 에피소드에서 둘은 신분을 감춘 채 만나지만, 나중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신분을 감춘 채 만났다가 사랑을 느끼면 신분이 알려진 다음에도 사랑을 유지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상투성을 깨버린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서로에게 다가갈 듯 다가갈 듯 하지만 결국엔 기대를 깬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런 측면에서 이야기의 연속성이 있지 않았나 싶다.
조 : 사실 내가 객관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닌 게, 작품 개발과 배우들과 리딩 워크숍까지 진행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는 브로드웨이 관객층이 연령대가 우리보다 높은데 사랑을 경험한 기혼자들에게 사랑의 이면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1, 2막이 다른 이야기지만 ‘늦지 않았어’라는 노래 한 곡이 겹친다. 1막에선 더 이상 사랑은 없을 거라고 말하고, 2막에선 결혼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로맨스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늦지 않았다’고 한다. 왜 자꾸 늦지 않았다는 것일까. 자신의 상황을 조금은 부정하면서 로맨스를 찾아보고 싶은 거다. 그걸 관객들이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게 한다.
박 : 음악과 드라마가 엮어서 나가는 부분이 자연스러웠다. 대사가 적지 않지만 계속 음악을 듣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드라마와 음악이 하나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걸 잘 살려준 건 조정은 씨였다.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걸, 정말 물 흐르듯 잘 해내더라.
조 : 편집장은 조정은 씨가 뭘 해도 좋아할거다.(웃음)
정 : 최재웅 씨의 대사가 긴 게 많았는데, 정확한 딕션을 보여줘서 완전히 반했다. 아무리 번역을 잘 해놨다 해도 배우가 끊어읽기를 잘못하면 ‘번역투의 말투, 정말 듣기 힘들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머릿속에서 자기 언어로 정리해서 대사의 의미와 느낌을 잘 살려냈다.
조 : 최재웅 씨는 <쓰릴 미>, <헤드윅>, <주유소 습격사건> 등 그간 경직된 캐릭터를 많이 맡았었다. 1막은 과장된 프랑스식 코미디인데, 굉장히 노력해서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1막은 주로 편지와 노래로 진행되고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관객 입장에선 2막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근데 2막엔 사건이 더 없다. 불륜과 로맨스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그때그때마다 추가 어디로 기우나를 지켜보는 데 초점을 두는 컨셉 뮤지컬 같은 느낌이다.
박 : 2막에선 디테일한 감정이 느껴져야 하는데,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표현하는 게 무대라는 매체에서 살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정 : 이런 식의 사랑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드물잖나. 제목만 보면 <두드림 러브>나 <로맨스 로맨스>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두드림>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는 사랑 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로맨스>는 뮤지컬 장르로는 굉장히 실험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는 아직 낯설 수밖에 없다. 작품 자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지금의 뮤지컬 문법에 익숙한 관객의 관습도 생각해볼 일이다.
박 : 그런 맥락에서 공연을 많이 보지 않았던 사람이 <로맨스 로맨스>를 어떻게 볼지가 궁금하다.
정 :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1막은 그래도 재미있어 하는데, 2막은 힘들어하더라. 2막에서 사건이 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불만, 그리고 이율이 왜 그렇게 비중이 작냐는 불만. 이율은 왜 그 작품을 하겠다고 했을까, 라는 의견이 많았다.
조 : 그 포지션은 가능성 있는 신인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율처럼 주조연급이 하기엔 팬들 입장에서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롱런의 가능성을 본 <테너를 빌려줘>
박 : 예전에 더 작은 무대에서 하던 <테너를 빌려줘>를 봤다. 윤영석 씨가 막스 역으로 출연했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같이 보고 싶었다.
정 : 창작자들이 듣기에 가장 싫은 말이 ‘작품은 참 좋더라’란다. 이 작품은 참 재미있고, 장기 공연을 할 만한 충분한 요소가 있는데, 실제로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
조 : <라이어>처럼 장기 레퍼토리의 전형인 소동극 형식을 가졌다. 소동극의 특징이 꼬이고 꼬이다 한꺼번에 풀어주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연극이지만 라이브 음악이 계속 나오고, 음악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대중성이 있다. 과장된 코믹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는 면에서 배우 캐스팅이 중요한 작품이다.
정 : 이런 작품이야말로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퍼즐 맞추기처럼 착착 맞아 돌아가야 한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결과를 낳게 되는 극 특징상 배우의 등퇴장 동작 하나에도 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런 작품은 연출력과 연기력이 잘 맞물리지 않을 때 앞뒤 맥락 파악이 전혀 안되면서 굉장히 수선스러워진다. 특히 이런 작품은 공간을 활용하는 연출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마냥 길게 늘여놓은 무대나 난데없이 중간벽을 밀어서 공간을 바꾸는 연출방식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관객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하는 배우들이 그 벽 뒤에 관객에게 다 보이도록 숨어있는 것도 그렇고.
박 : 초연 때 소극장에서 했을 때는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때 배우들 조금 더 능숙하게 했던 것 같고. 윤영석 씨가 참여하면서 음악적으로도 더 나았다. 대본 상으로는 모든 상황이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 참 잘 만든 코미디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풍자성’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급 문화인 오페라를 비꼰 오펜바흐의 오페라 코미크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명배우라고 칭송받는 오페라 가수 대신 호텔 매니저가 출연해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다. 사실 매니저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그 배우의 명성만 보고 열광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장면에서 티토(오페라 가수) 대신 공연한 게 막스(호텔 매니저)였다는 걸 메기가 알게 되는데, 메기가 끝까지 사실을 모르고 끝났다면 풍자성이 더 살아났을 것이다. 막스의 노래를 듣고 감동하는 표정으로 메기가 말하는 거다. ‘막스, 너무 멋있다. 이 노래도 참 좋지만 니가 디토의 노래를 들었더라면’ 풍자적이면서도 조금 더 하이코미디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조 : 뮤지컬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원래는 오페라 부파 스타일의 코미디 연극인데 몇 년 전에 오페라 곡을 추가로 삽입해 주크박스 오페라로 발전시켰다. 마침 4월에 브로드웨이에서 21년 만에 리바이벌 공연이 올라가니까 현재도 굉장히 좋은 작품임을 인증받은 셈이다. 서구의 전통에서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고급예술로서의 허위의식을 딱 꼬집는 그런 요소들이 코믹의 핵심이기에 서양 사람들이 당연히 재미있어 할 만한 소재다. 한국 공연에선 조금 더 고급스러운 비주얼이 아니어서 아쉽다.
정 : 무대 세트도 그렇고, 배우에게서도 그런 풍모가 나와서 하나씩 하나씩 허위가 벗어져야 하는데,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라고 하기에 배우들의 풍모나 노래 실력은 너무 겸손했다. 풍자의 코드를 잘 살리지 못한 게 티토가 처음 등장할 때 이탈리아어를 하는데...
조 : 그게 참 문제인 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혀를 굴리면 코미디가 된다.
정 : 이탈리아어는 정통 오페라 가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인데 그걸 시종일관 우스꽝스럽게만 쓰니까 문제다. 서로 교차되는 티토와 막스를 맡은 배우의 싱크로율도 한참 떨어진다. 이 작품은 보고 나서 ‘최고의 캐스팅’ 은 누구일까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조 : 공연을 보면서 프로듀서 마인드가 생기면 안 되는데.
정 : <테너를 빌려줘>도 <라이어>처럼 일반 관객에게 통할 만한 떡밥들이 많은 작품인데 그것을 잘 못 살리고 있어 아쉽다.
박 : 참 어려운 작품이긴 하다. 코믹한 연기도 하면서 오페라를 부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
정 : 오페라 아리아도 이렇게 뮤지컬처럼 상황과 딱딱 맞아떨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 : 일요일 5시 공연을 봤는데, 관객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오페라 넘버가 끝날 때 클래식 애호가의 포스를 보이는 분들이 좀 있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이 작품을 흐뭇하게 보는 거 같았다.
정 : 요즘 성악과 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진로 중의 하나가 뮤지컬 배우라더라. 이런 공연이 좀 더 잘되면 배우의 저변을 확대하는 기제로 작용하지 않을까.
조 :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 때만 해도, <오페라의 유령> 정도 되니까 성악가들도 참여하고 그랬던 거다. 그 이후 그 정도에 필적할만한 작품이 없던 게 사실인데, 이 작품은 비주얼적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하면 성악가들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8호 2010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