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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작은 규모로 승부수 던지는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시도 [No.90]

2011-03-24 4,657

작품의 규모만이 아니라 주요 소재나 성격으로도 확연히 구분되던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고, 이와 반대로 브로드웨이의 성공작들이 규모를 축소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장 속의 광인>

 

점차 흐려지는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의 경계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되었던 <페임>, <알타보이즈>, <아이 러브 유>, <판타스틱스> 등은 모두 오프브로드웨이 작품들이다. 국내 라이선스나 투어 프로덕션에서는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뉴욕에서 공연된 작품을 모두 `브로드웨이 작품`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뉴욕 공연계에서 이 두 시장의 구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구분이 반드시 작품의 질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반적으로 작품의 성격이나 규모, 주요 관객의 분포 등에서 차이를 보이며 두 시장은 각기 나름의 영역을 유지해왔다. 일반적으로 오프브로드웨이의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에 비해 규모가 작은 대신 소재나 형식 면에서 좀 더 신선하고 실험적인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제작자나 창작자 입장에서는 1,500명의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큰 극장의 공연보다는 300명의 관객에게만 어필하면 되는 소규모 작품들을 통해 과감한 시도를 부담 없이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관객층 또한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브로드웨이에 비해 젊고 다양한 경향이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록 오브 에이지>, <넥스트 투 노멀> 등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한 시즌 개막작 중 여러 편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긴 작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스펠링 비>나 <애비뉴 Q>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하더라도 이들 작품이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지극히 오프브로드웨이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점차 같은 방식을 취하는 작품의 수가 늘어나고 <인 더 하이츠>처럼 제작 초기부터 아예 브로드웨이행을 염두에 두고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시험 무대를 거치는 경우도 생겨날 만큼 두 시장의 경계는 예전만큼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애비뉴 Q>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반대로 두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기며 작품의 규모를 줄여 공연을 이어가는 길을 선택해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이러한 시도를 감행한 것은 <애비뉴 Q>의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과 제프리 셀러, 로빈 굿맨이었다. 지난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의 비냐드 시어터에서 처음 뉴욕 공연계에 선보였던 <애비뉴 Q>는 같은 해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 2004년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작곡상, 각본상 등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온 작품이다. 경기 악화가 지속되던 지난 2009년 프로듀서들은 <애비뉴 Q>의 브로드웨이 공연의 폐막 소식을 전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브로드웨이 관객들의 소비 심리도 다소 위축된 데다, 신작들이 속속 등장하는 브로드웨이에서 6년여간 지속된 공연의 매출이 예전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서들은 폐막을 알림과 동시에 오프브로드웨이의 뉴 월드 스테이지스로 자리를 옮겨 <애비뉴 Q>의 공연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브로드웨이에서 무리하게 공연을 끌고 가기보다는 프로덕션의 규모를 줄임으로써 운영비를 절감하고 작품의 생명을 더 오래 지속시키는 쪽을 택한 것이다. 프로듀서들의 빠른 판단과 선택으로 <애비뉴 Q>는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런을 끝내고 첫선을 보였던 오프브로드웨이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2008년 라운드어바웃 시어터 컴퍼니의 프로덕션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39계단> 역시 2년여의 공연을 끝으로 2010년 1월 브로드웨이 무대를 떠났다. 폐막 당시 연극 작품으로서는 이전 7년간 가장 길게 공연된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한 <39계단>은 <애비뉴 Q>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뉴 월드 스테이지스로 자리를 옮겨 같은 해 3월부터 공연을 재개했다. 처음 개막했던 아메리칸 에어라인 시어터, 브로드웨이 런 당시 두 차례 자리를 옮겼던 코트 시어터, 헬렌 헤이즈 시어터에 이어 4번째 극장에 둥지를 튼 셈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공연 기간이 정해진, 비영리 공연 단체의 공연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수차례 연장 공연에 돌입하면서 벌어진 특별한 경우였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다시 1년여간 공연을 이어간 <39계단>은 지난 1월 16일 막을 내렸다. 이 두 작품에 이어 최근 2008년 9월, 12년간의 브로드웨이 런을 끝내고 투어 공연 일정까지 모두 소화한 <렌트>가 오프브로드웨이의 재개막을 발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렌트>의 새 프로덕션은 기존 프로덕션의 연출가인 마이클 그리프(Michael Grief)가 그대로 연출을 맡을 예정이지만, 세트나 의상 등 프로덕션의 디자인은 새롭게 달라질 예정이다. 또한 제작진은 주요 배역의 캐스트도 유명한 배우들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기용할 뜻을 밝혔다.

 

<39계단>

 

 

가장 효과적인 공연의 긴축 재정 전략                                              
브로드웨이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들이 오프브로드웨이로 발길을 돌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으로 구분되는 극장의 규모가 뉴욕 공연계에서는 객석 500석을 기준으로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로 나뉜다. <애비뉴 Q>와 <39계단>이 오프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작은 공연장으로 옮겨도 큰 지장이 없는 프로덕션의 규모와 성격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불안정한 경기가 계속되면서 프로듀서들은 (마치 일반 회사들이 긴축 재정의 일환으로 조직 축소를 단행하듯이) 막을 내리기보다는 작품의 규모를 줄여 공연을 이어갈 것을 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케빈 맥컬럼은 <애비뉴 Q>가 오프브로드웨이행을 통해 좀 더 새로운 관객층을 형성함으로써 흥행을 이어갈 것을 확신했다. 그는 토니상 작품상을 받으며 6년여간 공연되었던 브로드웨이에서의 명성이 오프브로드웨이의 관객에게도 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애비뉴 Q>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티켓 판매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실제로 브로드웨이 공연들은 대관 시 극장 측과 최소 매출액을 정하고 그 이하로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면 극장 측에서 폐막을 요구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는 것은 일차적으로 프로듀서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브로드웨이 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극장의 대관료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까다로운 근무 규정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극장주 협회인 더 브로드웨이 리그와 각 노동조합은 표준 계약서를 통해 최소 근무 시간을 규정하고 있어 간단한 작업도 최소 근무 시간에 부합하는 임금을 지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작은 극장으로 옮기게 되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될 때에 비해 티켓 가격 또한 소폭 하향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프로덕션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의 경제적인 손익을 따지자면 이점이 훨씬 많다고 프로듀서들은 입을 모은다. 

 

<애비뉴 Q>


800석 규모의 골든 시어터에서 500석이 채 안되는 규모의 뉴 월드 스테이지스로 무대를 옮긴 <애비뉴 Q>는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비해 제작비가 약 1/3 규모(80만 달러~100만 달러)로 줄었고 배우와 스태프들의 임금을 포함한 주당 운영비 또한 현저하게 낮아졌다. 케빈 맥컬럼은 이러한 제작비의 절감이 향후 <애비뉴 Q>를 더 오랜 시간 동안 관객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39계단>의 제작진 역시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장으로 옮겨 공연하면서 운영비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두 작품 모두 브로드웨이에서 사용했던 세트와 의상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제작비는 따로 크게 들지 않았다. 필요한 부분의 편곡이나 오케스트레이션을 수정하거나 연출과 디자인의 일부를 손보는 정도로도 충분했다. 또한 이미 어느 정도 브랜드의 입지를 굳힌 작품이기에 별도의 광고· 홍보·마케팅 비용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도 운영비를 줄이는 데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와 더불어 <39계단>의 프로듀서 해리어트 리브(Harriet Leve)는 작은 극장에서 공연됨으로써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오프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장점 중 하나로 손꼽는다. 오프브로드웨이 재개막을 준비중인 <렌트> 또한 제작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개막 당시 약 40억 원(35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던 것에 비해 이번 오프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약 20억 원(150만 달러) 안팍에서 제작비가 결정될 전망이다. 


뉴 월드 스테이지스의 책임자인 베벌리 맥킨은 “오프브로드웨이는 한 편의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하며 첫선을 보이게 되는 곳임과 동시에 앞으로는 브로드웨이 공연이 그 생명을 이어가는 곳이 될 것”이라며 오프브로드웨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규모를 키워 공연을 옮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왔듯이 <애비뉴 Q>나 <39계단>처럼 프로덕션의 사이즈를 축소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것 또한 조만간 뉴욕 공연계의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듯하다.

 

 

<39계단>

 

 

작은 규모로 새롭게 조명을 받은 작품들                                         
기존 공연의 규모를 줄여 제작한 프로덕션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던 리바이벌 프로덕션들도 있다. 런던의 미니어 초콜릿 팩토리(Menier Chocolate Factory)는 브로드웨이 공연인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와 <새장 속의 광인>, <소야곡> 등의 규모를 대폭 축소한 프로덕션을 제작하여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스티븐 손드하임과 제임스 라파인의 작품으로 198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는 인상주의 화가 조지 쇠라의 그림 「그랑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매개로 예술가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한 편의 그림이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주요한 소재이다 보니 무엇보다 시각적인 측면이 강조되어야 하는 공연이다. 초연 당시에도 그해 토니상에서 무대 디자인과 조명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는 이 작품은 공연 실황이 영상으로 공개되어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막을 내린 뒤 20여 년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첫 번째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제작한 것은 예상외로 런던의 작은 공연 단체인 미니어 초콜릿 팩토리였다. 지난 2005년 초연된 이들의 프로덕션은 프로젝션 이미지를 활용해 무대 디자인을 간소화하면서도 작품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180석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되기에 조금도 무리가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이 작품은 웨스트엔드의 윈드햄 시어터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었으며 2008년 라운드어바웃 시어터 컴퍼니에 의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스튜디오 54 극장에서 공연된 이 프로덕션은 무려 세 차례나 공연 기간을 연장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가 기계 장치와 아이디어로 무대 간소화에 성공했다면 미니어 초콜릿 팩토리의 또 다른 작품 <새장 속의 광인>은 캐릭터와 배우의 수를 조정함으로써 프로덕션의 규모를 줄인 경우이다.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4년여간 공연을 이어온 이 작품은 <버드케이지>라는 영화로도 리메이크되어 우리에게도 친숙한 작품이다. 클럽을 운영하는 게이 커플 조지와 앨빈이 아들의 결혼을 준비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극의 주요 배경이 클럽이다 보니 여장을 한 남자 댄서들의 비중이 적지 않다. 2004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는 초연에 비해 댄서들의 극 중 공연 장면을 한층 더 화려하게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니어 초콜릿 팩토리의 선택은 달랐다. 댄서의 수를 절반 정도로 줄여 프로덕션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더욱 모던한 연출과 디자인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7년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이 프로덕션은 웨스트엔드로 옮겨져 2년여간 공연되었으며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와 마찬가지로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토니상에서는 무려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최우수 리바이벌 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미니어 초콜릿에서 리바이벌된 또 한 편의 작품 <소야곡> 역시 이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트레버 넌이 연출을 맡아 세간의 주목을 끌며 지난 2008년 첫선을 보인 이 프로덕션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이듬해 웨스트엔드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가을에는 케서린 제타-존스와 안젤라 란스베리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를 모으며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표현이 공연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오프브로드웨이 뉴 월드 스테이지스

 

 

일년에도 여러 편의 공연이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공연계에서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리는 것은 반드시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하게 포장한 대형 작품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내용으로 얼마나 크리에이티브하게 잘 만든 작품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브로드웨이(또는 웨스트엔드)라는 이름값보다는 작품 자체의 힘으로 먼저 승부하는 제작진과 창작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0호 2011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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