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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뮤지컬 <원스>를 만든 사람들 윌리엄 루소 인터뷰 [No.108]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2-09-12 4,379

<원스>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티켓을 구하기 힘든 작품 중 하나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스타 배우의 힘을 빌리지 않은 이 작은 작품의 선전은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뮤지컬 <원스>의 제작 과정을 통해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본다.

 

 


브로드웨이 관객을 감동시킨 <원스>

지난 8월 13일 <원스(Once)>의 제작자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모든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개막 후, 고작 21주 만의 일이다.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은 작품임을 감안할 때 예상된 결과이기는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막한 대형 뮤지컬 여러 편이 흥행 참패로 이미 막을 내린 상황에서 6개월도 채 되기 전에 투자금 전부를 회수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원스>는 작고 소박한 작품이다. 무대를 압도하는 대형 세트나 무대 장치도, 이름만으로 홍보에 힘을 보태는 스타 배우도 없다. 독특한 작품의 성격과 13명의 배우가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도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작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원스>가 다른 대형 뮤지컬들의 1/3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제작비(5백5십만 달러)로 단숨에 브로드웨이 관객들을 매료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매주 집계되는 브로드웨이의 티켓 판매 리포트를 살펴보면, <원스>의 객석 점유율은 거의 매주 100퍼센트를 웃돈다. 이 꿈같은 수치가 가능한 것은 객석은 물론 스탠딩 룸까지 관객들로 빼곡히 들어차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도 이미 매진된 공연의 당일 러시 티켓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틈에 끼어 기다린 끝에 비로소 <원스>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렸지만 티켓을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관객들도 수십 명이었다. 공연장 안에 들어서자 객석을 가득 메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춤과 연주로 관객들을 맞이하는 흔치 않은 광경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흥분이 교차되고 있었다. 뮤지컬 <원스>는 동명의 영화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미션 때 주변의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어본 결과, 의외로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많은 듯했다. 브로드웨이의 40~60대 관객들에게 작은 독립영화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시스터 액트>와 <고스트>, <스파이더맨> 등 흥행 콘텐츠의 인지도에 기대어가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뮤지컬 <원스>는 작품 자체의 힘으로 관객들과의 소통에 성공한 셈이다.

 


<원스>를 관람한 다음 날, 이 작품이 뉴욕에서 첫선을 보였던 오프브로드웨이의 비영리 공연 단체인 뉴욕 시어터 워크숍의 매니징 디렉터 윌리엄 루소(William Russo)를 만나 <원스>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맨해튼의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비영리 공연 단체인 뉴욕 시어터 워크숍은 단순히 신작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며 유망한 작품과 창작자를 지원하는 곳이다. 단체 내 아티스트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유주얼 서스펙트(Usual Suspects)를 운영하며, 예술감독인 제임스 니콜라(James C. Nicola)는 500여 명의 공연 창작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198석의 작은 극장과 75석의 블랙박스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단체는 리딩이나 워크숍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뉴욕 시어터 워크숍을 통해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또 다른 작품인 <렌트> 역시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개발된 작품이다.

<원스>는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2011년 11월 프리뷰를 시작해, 2012년 1월까지 총 9주 동안 공연되었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막을 내리기 전 이미 브로드웨이행이 결정되었고, 폐막 직후 바로 버나드 제이콥스 시어터(Bernard B. Jacobs Theatre)로 자리를 옮겨 지난 3월 18일 브로드웨이에서 재개막했다. 2012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8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원스>의 특별한 제작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우선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개발한 두 작품 <원스>와 <피터 앤 더 스타캐처(Peter and the Starcatcher)>의 토니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두 작품이 무려 1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다니, 정말 대단한 성과예요.
고맙습니다. 저희 단체로서도,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쁘고 감사한 일이죠.


어젯밤에 <원스>를 보고 기대했던 대로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직까지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깊게 빠져들어 관람했습니다. 뉴욕 시어터 워크숍을 통해 뉴욕에 첫선을 보인 <원스>의 개발 과정이 궁금한데요. 뉴욕 시어터 워크숍은 어떻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원스>는 저희가 처음 발굴하여 개발을 시작한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의 공연권을 확보한 상업 프로듀서들이 먼저 연출자인 존 티파니(John Tiffany)와 함께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죠. 존 티파니가 극작가인 앤다 월쉬(Enda Walsh)를 추천했고, 가장 초기 단계에는 이들과 두 명의 배우가 함께 작업하면서 개발이 시작되었어요. 뉴욕 시어터 워크숍은 2011년 봄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American Repertory Theatre)에서 이루어졌던 워크숍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았고 이후에 바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평소 존 티파니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꼭 한번 함께 작업하기를 원하고 있었죠. <원스>를 보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저희 극장에서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올리기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뮤지컬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원스>는 좀 달랐어요. 무대로 옮기는 작업이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맞아요. <원스>의 창작자들은 동명의 영화를 그대로 무대로 옮기고자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영화가 전달했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무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영화와 뮤지컬의 캐릭터도 조금 달랐어요. 특히 그녀(Girl) 캐릭터는 영화와 공연에서 다소 다르게 표현된다고 느꼈습니다.
주연배우인 크리스틴(Cristin Milioti)은 영화를 보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표현된 캐릭터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의도였죠.


<원스>의 오리지널 캐스트의 조합은 다른 배우들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했어요.
맞아요. 특히 스윙을 맡고 있는 배우들은 정말 대단하죠. 다양한 역할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악기를 연주하기까지 하니까요.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공연되기 전에 <원스>는 어느 정도 개발이 이루어진 상태였나요?
무대 세트나 디자인 부분은 다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작품의 테두리는 거의 완성된 상태였어요.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의 공연 이후 좀 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개발을 함께 진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작품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 극장에서의 개발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이나 존 티파니에게도 바로 브로드웨이를 겨냥해 작품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부담을 덜어낸 상황에서 개발 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고요.


프로듀서들은 <원스>의 브로드웨이행을 계획하고 있었나요?
상업 프로듀서들이 고려하고는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는 존 티파니를 연출가로 선택했고, 그가 이 작품을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잘 결정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어요. 연출가의 선택을 신뢰하고 있었던 거죠.

당신은 어떤가요?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이 작품이 성공적으로 공연되고, <렌트>처럼 또 한번 브로드웨이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랐죠. 하지만 저는 우선적으로 창작진들이 저희 공연장에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된다면 저희로서도 좋은 일이죠. 하지만 저희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은 브로드웨이 공연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 단체에서 공연되는 작품인 만큼 저희 단체의 성격과 잘 맞는 작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원스>의 경우에는 오프브로드웨이 개막 전에 이미 브로드웨이행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 공연되는 동안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이메일과 우편물을 통해 홍보물을 배포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이용해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구글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광고도 진행했죠.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이 필요 없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전체 공연이 매진되었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 주된 관객이었을까요?
영화를 통해 이미 작품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 극장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색다른 경험을 했으리라고 믿어요. 물론 몇몇은 전형적인 뮤지컬에서 벗어난 <원스>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웃음)


<원스> 같은 인핸스먼트 방식(상업 프로듀서와 비영리 공연 단체가 작품의 개발과 제작에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에서 뉴욕 시어터 워크숍과 상업 프로듀서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희 극장에서 공연되는 프로덕션의 개발과 제작에는 전적으로 저희가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저희 단체의 스태프들이 관여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작품의 이후 프로덕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알기 때문에 상업 프로듀서들과도 긴밀하게 상의하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죠. 일단 공연이 브로드웨이로 옮겨가게 되면 이후의 모든 결정은 상업 프로듀서들에게 맡겨집니다.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저희도 알고는 있지만 브로드웨이 작품에 대한 소소한 결정에 관여하지는 않아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협력 관계인 거죠. 저희 극장에서 공연되었을 때 그들이 저희를 믿고 맡겨주었던 것처럼 저희도 이후 프로덕션에 대해서는 창작자와 상업 프로듀서의 결정을 믿습니다.


어제 <원스>를 관람하면서 관객들의 반응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공연 시작 전 무대에 올라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관객들이 무대에 오르고 어떤 관객들이 부끄러워하며 그저 그들을 지켜보기만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공연 시작 전 무대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것은 존 티파니가 저희 극장에서 공연할 때 제안한 부분이었어요. 사실 저희는 극장 내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존 티파니가 제안한 무대를 재현하기 위해서 특별히 주류 판매 허가를 신청해서 받았습니다. <원스>만을 위해서요.


<원스>에서는 모든 배우가 연주를 하며 공연하는데요, 이전에 <스위니 토드>나 <컴퍼니>의 리바이벌 프로덕션과 유사한 방식으로 배우들과 액터-뮤지션 계약(배우조합이 정한 최저 임금 이외에 뮤지션조합과의 협의하에 별도 수당을 함께 지급하는 계약 조건)을 진행한 것인가요?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유사한 조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프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는 노동조합의 규정이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액터-뮤지션 계약을 진행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악기까지 훌륭하게 연주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에게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어요. 예전에 크리스틴이 저희 극장에서 다른 작품을 공연하고 있을 때, 저에게 피아노 연습을 위해 리허설 룸을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죠. 물론 얼마든지 사용하라고 대답했어요. 그때 그녀가 <원스>를 위해 혼자 피아노 연습을 한다는 것은 전혀 모른 채 말이죠.


그녀가 무대 위에서 훌륭하게 피아노를 연주하기까지는 그러한 숨은 노력이 바탕이 되었군요. 무대 위에서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거울로 고스란히 연주하는 모습이 보이는 건 참 인상적이었어요.
무대에 거울을 설치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장면 때문입니다.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을 관객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랐죠. 관객들은 앉은 자리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그녀를 지켜보게 됩니다.


혹시 <원스>의 투어나 라이선스 공연도 계획하고 있나요?
네, 아마도요. 그건 상업 프로듀서들이 결정할 몫이지만,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더 많은 관객들이 <원스>를 직접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8호 2012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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