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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2012년 브로드웨이의 핫이슈들 [No.111]

글|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2-12-17 4,500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국내 공연계만큼이나 다사다난했던 2012년 브로드웨이의 크고 작은 이슈들을 돌아보며
뉴욕 공연계의 흐름을 살펴보고 다가오는 2013년을 미리 전망해본다.

 


기대작들의 부진 VS 작은 작품들의 선전
2011-2012 시즌에 개막했던 많은 대작 뮤지컬들이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으로 고전하다 막을 내렸다. 해리 코닉 주니어의 브로드웨이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온 어 클리어 데이 유 캔 시 포에버>는 공식 개막 이후 약 7주, 프랭크 와일드혼의 신작 <보니 앤 클라이드>는 약 4주 만에 막을 내렸으며, 패기만만하게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겼던 <리시스트라타 존스> 역시 안타깝게도 약 3주 만에 폐막했다. 런던에서 뉴욕으로 자리를 옮긴 <고스트>는 넉 달가량 공연을 이어갔지만 여름 성수기가 끝남과 동시에 브로드웨이 무대를 떠났다. 오랜만에 새롭게 돌아와 주목을 받았던 <갓스펠>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평가 속에 각각 약 한 달 반, 석 달 여간 공연되었다. 리바이벌 작품 중 평단과 관객의 고른 평가를 받은 것은 2012 토니상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에서 수상한 거슈윈 형제의 <포기 앤 베스>와 리키 마틴의 캐스팅으로 흥행 몰이에 성공한 <에비타> 정도이다. 

 


2012년에 개막한 신작 뮤지컬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단연 <원스>와 <뉴시스>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두 작품은 대형 뮤지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제작되었으며, 스타 배우나 스타 창작자의 참여를 앞세우지도 않았다. 하지만 뉴욕 시어터 워크숍에서의 성공적인 오프브로드웨이 런을 끝내고 곧바로 브로드웨이로 입성한 <원스>
는 지난 6월 토니상에서 무려 여덟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3월 18일 공식 개막한 이후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오던 <원스>는 약 5개월 만인 지난 8월 마침내 총 제작비 550만 달러를 모두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개막 이후 6개월 이내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다. 흥행하는 대형 뮤지컬의 경우, 짧아도 1년에서 1년 반, 길게는 2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0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멤피스>를 예로 들면, 이 작품의 총 제작비 1,200만 달러는 브로드웨이의 평균 뮤지컬 제작비를 밑도는 수준임에도 약 2년 10개월 만에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제작비로 승부수를 던진 <원스>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연일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성공 신화로 회자될 것이다.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신작 <뉴시스> 역시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약 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개막 당시 약 3개월간 공연한 후 투어와 라이선스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전략이었으나 관객과 평단의 호응에 힘입어 이내 공연 계획을 오픈런으로 전면 수정했다. 아직 디즈니 측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공연 관계자들은 <뉴시스>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거나 얼마 안 있어 제작비 전액 회수에 성공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뉴시스>는 2012년 토니상 음악 부문과 안무 부문에서 수상했다.

 

 

법정 공방으로 번진 브로드웨이의 사건, 사고들
7,50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 규모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스파이더맨>의 험난한 브로드웨이 입성기는 올해까지도 이어졌다. 2010년 11월 프리뷰를 시작한 <스파이더맨>은 연이은 사건, 사고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2011-2012 시즌 개막이 불발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2011년 6월에야 공식 개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막 이후에도 <스파이더맨>의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개막일이 미뤄지며 막대한 제작비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브로드웨이에서는 공식 개막일까지 소요된 모든 비용이 제작비로 산정된다) 프로듀서와 전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와의 마찰이 급기야 법정 분쟁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테이머가 <스파이더맨> 프로덕션에서 손을 뗀 지난해 3월 이후 불거진 법정 공방은 올해까지 이어졌으며 결국 프로듀서들이 그녀에게 당초 약속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크고 작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은 개막 이후 1년가량 비교적 안정적인 흥행 성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이 작품이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리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이 전무후무한 제작비와 무대 테크닉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면, 얼마 전 브로드웨이행이 좌절된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레베카>는 투자 사기극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브로드웨이의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당초 올 시즌 개막이 예정되어 있었던 <레베카>는 투자 유치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 투자자를 연계해주기로 한 중계인 마크 홀튼(Mark Horton)과 계약을 맺었다. 총 제작비 규모를 약 1,200만 달러에서 1,400만 달러로 예상했을 때, 그중 일부를 홀튼이 책임지고 유치하는 대신 일정 수수료와 수익 분배를 보장하기로 한 것이 계약의 주요 내용이었다. 홀튼은 서면으로 네 명의 해외 투자자를 프로듀서들에게 소개하고 이들의 투자 계약을 성사시켰으나, 공연 일자가 임박해 올 때까지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그가 중계하기로 한 해외 투자자들은 실존 인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유치 중계의 전 과정이 홀튼이 꾸민 사기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레베카>의 브로드웨이 공연은 결국 무기한 연기되었다. 현재 프로듀서들은 마크 홀튼을 상대로 1억 달러의 손해보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유럽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 만큼 <레베카>의 투자 사기극은 향후 비영어권 작품이 뉴욕에 진출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으로 다른 브로드웨이 작품의 투자자 유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라 우려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작품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의 제작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 영화나 소설 등에 기초하지 않은 오리지널 뮤지컬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올 시즌 개막한 작품 중에도 앞서 언급한 <보니 앤 클라이드>와 <온 어 클리어 데이 유 캔 시 포에버>, <원스>, <뉴시스>, <고스트> 모두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었다. 또한 지난 4월에 개막해 약 2주 만에 막을 내린 비운의 작품 <기적 만들기(Leap of Faith)>와 8월에 개막해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브링 잇 온>도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렌트>, <헤어스프레이>, <프로듀서스>, <맘마미아>, <나인>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유행한 뮤지컬 영화의 제작 러시는 다소 잠잠해진 듯하다. <인 더 하이츠>와 <위키드>의 영화 버전 제작이 기획 중이지만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다.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영화 <위키드>는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로 낙점되었으며, 오는 2014년 개봉을 목표로 곧 제작에 착수할 전망이다. 2012년에는 뮤지컬 영화 두 편이 개봉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락 오브 에이지>는 톰 크루즈와 알렉 볼드윈, 캐서린 제타 존스 등 호화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대만큼의 평가는 받지 못한 채 막을 내려야 했다. 또 다른 작품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레 미제라블>이다. 이미 높은 인지도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 작품은 휴 잭맨과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헬레나 본햄 카터 등 유명 배우의 출연으로 벌써부터 영화와 공연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이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자못 기대가 모아진다.

 

 

TV에서 만나는 브로드웨이 배우들
올해 상반기에 브로드웨이 공연 관계자와 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NBC의 TV 시리즈 <스매시>는 브로드웨이 크리에이티브 스태프와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방영 내내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제작 뒷이야기를 TV로 만날 수 있다는 점, 허구이기는 하지만 현실성을 높이고자 노력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공연 팬들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했기 때문이다. <스매시>는 실제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참여로 한층 사실성과 생동감을 더했다. 2012 토니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크리스천 볼(톰 레빗 역), <위키드>와 <9 to 5>에서 열연한 메간 힐티(아이비 린 역), <슈렉>의 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프랭크 휴스턴 역), <렌트>와 <아이다>, <레논> 등에서 활약한 윌 체이스(마이클 스위프트 역) 등이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연기를 펼쳤다. 현재 <스매시>는 내년 초 방영될 시즌 2를 준비 중이며, 새로운 시즌에서는 <보니 앤 클라이드>와 <뉴시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제레미 조던이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렌트>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유명한 제시 L. 마틴과 데프니 루빈 베가는 각각 뉴욕 시어터 워크숍의 예술감독과 홍보 담당자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라카지>의 극작가이기도 한 베테랑 배우 하비 피어스타인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스매시>의 두 번째 시즌은 2013년 2월 5일 첫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
HBO 시리즈 <뉴스룸>에서도 반가운 브로드웨이 스타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짐 하퍼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존 갤리거 주니어다. 그는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아메리칸 이디엇>으로 브로드웨이 슈퍼 루키로 주목받았고, 모리츠 역으로 2007년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TV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그의 모습에 많은 팬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브로드웨이는 연말 시즌을 준비하며 분주한 동시에 속속 개막하는 신작들로 가장 생기가 넘친다. 2012-2013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브로드웨이가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별 탈 없이 좋은 소식들로만 가득한 2013년의 첫 장을 써 나가길 기대해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1호 2012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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