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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도착> 동화적 상상력을 따듯한 연극적 상상력으로 재현 [No.103]

글 |박병성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2-05-02 3,707

어린 아이들이 즐겨 가지고 노는 장난감 중 시대에 상관없이 인기 있는 것은 레고와 같은 블록형 장난감이다. 아이들이 장난감 그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모양이 없는 블록들을 쌓아서 집도 짓고, 자동차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어 상상의 세계 속에서 놀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라로의 여행은 늘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숀 탠(Shaun Tan)의 애니메이션 <도착>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세상으로 떠난 여행자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아동 도서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아카데미상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드 립 시어터가 숀 탠의 <도착>을 무대 위로 옮겼다. 이 극단은 신체 움직임과 인형극, 음악을 결합해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방식의 작품을 개발해온 곳이다. 연극 <도착>에는 마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숀 탠의 귀엽고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고무와 종이 등 다양한 오브제로 생명을 얻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한 남자가 용의 꼬리가 어둠을 가르는 이상한 세상에서 이상한 건물들과 그보다 더 이상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난 후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타지에서 낯선 것들과의 만남은 위안과 두려움을 준다. 이방인으로 이상한 나라를 떠도는 남자에게서 소리 없이 솟아나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도착>에서는 다양한 동물 인형들이 시선을 끈다. 올챙이와 앵무새를 관찰해서 만들었다는 강아지는 실제 강아지처럼 여행자의 모자를 물어오기도 하고, 그의 곁에서 동반자가 되어준다. 용의 꼬리를 가진 고양이는 여행자를 위협하고, 여우 귀를 가진 부엉이는 눈을 반쯤 감은 채 늘 무언가를 지켜보는 표정을 짓는다. 이들 인형들은 모두 막대기로 인형을 조종하는 퍼펫티어에 의해 움직인다. 일본의 인형극 분라쿠처럼 인형 조종사들의 모습을 굳이 감추지 않고 노출시키지만 극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인형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특이한 동물들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배, 떼지어 나는 새떼들, 독특한 건물들 등 숀 탠의 동화 속 캐릭터들이 무대 위로 그대로 옮겨져 온다. 이렇게 낯선 동물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이로 접은 새도 등장하는데, 여행자에게 고향에 있는 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형들과 다양한 오브제, 그림자 극이 결합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신체가 중요한 표현 도구로 사용된다. 배우들의 독특한 움직임은 여행자가 처한 상황이나 감정을 표현해줄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전개해가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춤이라고 하기보단 부족하지만 춤과 그다지 구별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배우들은 에너지 넘치고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낸다.

 

<도착>은 연극만이 주는 따뜻한 상상력으로 공연 내내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2009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페스티벌에 소개된 후, 시드니 페스티벌, 홍콩 아트 페스티벌을 거치면서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2010년 뉴질랜드의 ‘Chapman Tripp Theatre Awards’에서 최고 작품상, 연출상, 무대 미술상을 받았다.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일깨우고, 신선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5월 3일 ~ 6일 / LG아트센터 / 02) 2005-0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3호 2012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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