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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화선 김홍도> 김홍도를 만나러 가는 여행 [No.110]

글 |박병성 사진제공 |국립극장 2012-11-26 3,716

김홍도의 「서당」이나 「씨름」 등의 그림을 보면 선조들의 여유와 해학이 느껴진다. 김홍도는 조선 시대 중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영정조 시대 인물이었지만, 그때도 서민들의 삶은 늘 고달팠다. 그러나 김홍도의 그림에 등장하는 서민들은 유쾌하고 쾌활하다. 그의 풍속화에 담긴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는 김홍도의 일대기가 아닌 그가 그린 그림을 통해 화선 김홍도의 삶과 예인으로서의 자세를 들여다본다.

 

김홍도를 다룬 작품이지만 제대로 된(?) 김홍도는 등장하지 않는다. 극은 김홍도가 죽은 지 50년 후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두 영감 김동지와 손수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김동지는 친구인 손수재에게 빌려준 김홍도의 「추성부도」를 돌려받기 위해 그의 집을 찾는다. 그런데 손수재의 집에는 있어야 할 그는 없고 빌려준 그림 「추성부도」가 떡하니 펼쳐져 있다. 괴이하게 여긴 김동지는 방안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손수재의 개미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기울여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림 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는 김홍도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김동지와 손수재의 뒤를 쫓는다. 김동지와 손수재가 그림 속을 거니는 장면은 그림과 실사가 결합한 영상으로 표현된다. 이를 보면 무대 영상 기술이 이룬 기술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후 무대는 김홍도가 살았던 시대의 한양이 되고 김동지와 손수재는 서민들이 씨름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대장간의 활기 넘치는 작업 장면을 보게 되는데 마침내 그들은 그곳이 김홍도의 그림 속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각 장면마다 무대에는 김홍도의 그림에서 끄집어낸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데, 해당 그림이 영상에 담겨 그 싱크로율을 확인시켜준다.

 

김홍도는 중국적 화풍을 따르는 것이 대세일 때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법으로 세상을 보았다. 문인들이 주로 중국의 화풍을 좇아 산수화를 그릴 때도 그는 붓과 화선지를 들고 서민들을 찾았다. 그런 그는 영정조 시대 왕의 직속 화원인 대조화원으로 활동했고, 당시 환쟁이로서 누리기 힘든 관직에 오르고, 고위 관직들과 교류하며 영화를 누렸다. 그의 그림을 얻고자 금은보화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그 많은 재산을 풍류로 탕진하고 정조 사후에는 정치적인 탄압을 받으며 말년에는 나이 들어 얻은 아들의 월사금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았다.

 

<화선 김홍도>는 그런 김홍도의 삶과 예술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과 그의 주변을 에둘러 보여주면서 화선의 삶을 막연하게나마 짐작케 한다. 「추성부도」는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말년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김동지와 손수재가 「추성부도」를 비밀의 문으로 삼아 들어갔던 이유도 그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김홍도가 한국적인 화풍을 이루려고 노력한 것처럼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도 현대적인 의미에서 한국 음악을 찾고자 노력한다. 전통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본질적인 리듬과 호흡을 바탕으로 음악을 작곡했다. 우리 고유의 장단과 선율을 주로 사용하고 판소리와 정가 창법도 차용했다. 20인조 국악관현악단과 10인조 서양 오케스트라단을 함께 편성해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음악을 선보이려 한다.

 

김동지 역은 관록 있는 배우 박철호가 초연 공연부터 맡아오고, 손수재 역에는 뮤지컬 배우 이석준이 캐스팅되었다. 국립창극단의 대표적인 배우 왕기석을 비롯해 창극단 배우들이 출연하고,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국립 예술 단체 단원들이 총출동했다.

 

|   12월 5일~9일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02) 2280-411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0호 2012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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